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차 안에서 이웃집 고추밭을 보니 고춧잎이 하얗게 시들어가고 있다. 지난 주까지 약도 열심히 치고 있더니만 무슨 일이지 싶어 내려서 잠깐 살펴 보았는데, 허걱!, 고추밭이 전부 누렇게 말라가고 있다.
원래 이곳은 재작년까지 벼를 재배하던 논이었는데 작년부터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이 집은 우리 마을에서 대농에 속하는 집인데 주로 쌀농사를 짓지만, 취나물(미역취)을 비롯해 고추도 가끔 돌려가며 짓는 거 같다. 작년에 이곳에 고추를 심어 재미를 보았는지 올해도 2,000여 포기를 심고서는 5일마다 한 번씩 열심히 약을 치고 있는 것까지 보았는데 며칠 우리 집 텃밭에 신경쓰는 사이에 이 지경이 된 것이다.
내가 지은 농사가 아니라 100%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이 상태를 보고 원인을 추측하자면, 비료 과다시용으로 인한 호흡장애가 1차적 원인인 것 같다. 원래 논토양인 이곳에 질소질 비료를 과다 시용한 다음 비닐 멀칭을 한 탓에 유해가스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고추의 호흡과 증산작용을 방해하게 되어 잎이 마르는 현상을 보이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위의 왼쪽 사진을 보면 군데군데 고추를 뽑아낸 자국이 보이는데 시든 고추를 뽑아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본 주인은 아마도 고추에 병이 들었다고 생각하여 자기가 생각하는 농약을 친 모양인데, 병이 깊다고 생각하여 농도를 좀 진하게 친 모양이다. 그래서 잎이 저렇게 누렇게 말라가고 있는 것 같다. 애초에 원인 진단이 잘못되었고, 잘못된 진단에 근거한 농약 과다 사용이 이 사태를 불러온 것 같다. 어차피 나하고는 농사짓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는 방향이 다른 분들이기에 내가 무엇이라 한들 들을 분들도 아니지만 두 달 가까이 키운 고추가 이렇게 되는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이 어떨까?
다시 우리 텃밭의 고추를 쳐다본다. 큰 놈도 있고 작은 놈도 있지만 이파리는 튼튼하기 그지없다. 아마도 한여름의 풋마름병이나 탄저병이 아니라면 특별한 병은 없으리라 생각되는데 모를 일이다. 장마기간이라는데 열심히 난황유도 쳐주고, 식초도 쳐주고, EM효소 발효액비도 쳐주어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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