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텃밭에 호박,강낭콩,옥수수,수박,열무 등 각종 채소 씨 뿌리고 고추,토마토,가지,오이,수세미,참외,땅콩,야콘 등의 모종을 구입하여 심는 등 정신없이 바쁘다. 덕분에 나의 '주놀이터'인 과수원 밭은 자급자족할 채소와 과일나무들로 빽빽하게 채워지고 있다.
이제 남은 땅에 고구마, 메주콩, 들깨, 참깨를 심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고구마까지 심기에는 과수원 밭은 여유가 없을 것 같아 면사무소에 '사랑의 채소농장'이라는 명목으로 무료로 임대해 주었던 시비골 밭 가운데 부녀회에서 경작하고 남은 300여 평에 야콘과 고구마를 심기로 했다.
이 땅은 원래 논이었는데, 주변에 고속도로 공사하면서 가져온 생흙을 부어서 밭으로 만든 천 평이다. 귀퉁이에 소나무 조금 심고, 나머지 땅은 2년 동안 경작하지 않았기에 풀천지로 변한 터라 농사지을 엄두가 안 났는데, 면에서 트랙터와 관리기를 동원해 갈아엎어 주니 경작할 용기가 좀 생겼다. 더군다나 황토 흙을 구해 객토하였기에 고구마 농사 짓기에는 안성맞춤이 아닐까 싶다. 누나, 매형들이 5월 말에 고구마 심어주러 온다고 했는데, 우선 4단을 구입하여 먼저 심어보기로 했다.
농사꾼이 되어 보니 자연 일기예보에 촉각을 세우게 된다. 기상청의 주간 날씨 예보에 맞춰 고구마 심을 밭을 만든다. 로터리가 설렁설렁 지나간 뒤, 며칠에 걸쳐 삽으로 고랑을 만들었다. 이웃에서 관리기를 가져다 쓰라고 하지만 무조건 관리기로 땅을 갈아엎는 관행농의 영농 방법에 거부감이 있는 까닭에 내가 직접 '인간관리기'가 되기로 했다. 손에 물집이 잡히기도 하고 힘도 들지만 기계보다 고랑 모양이 예쁘다는 자부심으로 그 힘듦을 견디고 있는 중이다. 기계는 고랑이 구불구불 하지만 '인간관리기'는 참 예쁘게도 고랑을 만들었다.^^
야콘은 며칠 전에 미리 심었다.
영주의 어느 영농조합에서 구입한 고구마 모종이 방금 도착하여 참 싱싱하다. 인근 오일장에는 고구마 모종 한 단에 만원 선에서 도무지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이기에 인터넷을 뒤져 값싼 곳을 찾았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장사꾼 말로는 올해 초 추위에 기름 값도 많이 들고 모종 크는 기간도 길어서 가격이 비싸다고 한다. 아무리 그렇다지만 고구마 모종 한 단에 만원이 넘는다는 건 좀 심한 거 아닐까?
미리 만들어둔 골을 파고 고구마 모종을 눕혀서 정성스럽게 모종을 심는다.
'개팔자 상팔자'랬나? 삼순이는 한참 주변 정탐에 정신없더니 주인이 눈길을 안 주니 많이 심심한지 아예 자리 깔고 주저 앉았다. 얘도 이래저래 생각이 많나 보다.
모종 4단을 다 심고 나니, 모종을 얼마나 더 구입해야 할지 대충 견적이 나온다. 하늘은 잔뜩 찌푸렸고, 밤부터 비예보가 있는데, 흠뻑 와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