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은 태풍 '탈라스'의 간접 영향으로 연이틀 비구름이 오락가락 한다. 바람은 또 어찌나 강한지 마당의 웬만한 것들을 휙휙 날려버리며 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미친 듯이 불어대는 바람에 겁 많은 삼순이는 불안한지 안절부절이다.
배추 씨앗을 파종한 지 보름째, 모종이 제법 자랐다. 모기장을 씌웠음에도 잎벌레의 피해가 조금 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서 좀 더 키워 정식하면 될 듯하다.
지난 주 고랑을 만들고 퇴비를 미리 넣어서 배추 심을 준비가 완료된 밭이다. 장마 직전에 감자를 캐고 난 후 비워두었던 상태라서 풀 정리하고 밭을 만들다 새로운 걱정거리를 발견했다. 유난히 두더지의 흔적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밭은 지렁이들의 천국인지라 두더지가 지나간 터널을 가끔 보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피해가 없어서 그려려니 했다. 그만큼 밭이 건강한 상태라는 증거이기도 했으니까. 지금 빈 밭은 이곳 뿐이고, 두더지 피해를 감수하고서 배추를 심어야만 하니 새삼 걱정이 앞서는 것. 배추 사이 사이로 길을 닦으라고 두더지에게 아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또 어느 정도의 손실은 자연의 몫이라 치부해야 할 판이다.
뻔히 예상되는 걱정을 안고 오일장에서 배추 모종을 한 판 사왔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씨라 배추심기에는 적당한 날인데, 앞으로 두더지와 치를 전쟁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호미로 배추 심을 자리를 일정한 간격으로 파고 홈에다가 물을 흠뻑 뿌려준다.
모종을 모두 심고 나서 물조리개를 이용하여 다시 한 번 물을 주고 나면 모종 심기 완료. 모종 한 판 심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 이제부터는 벌레와의 전쟁이라는 치열한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