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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가을날의 하루

by 내오랜꿈 2011.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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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햇빛-비, 다시 해. 말려야 할 것도 많고, 가을걷이가 밀렸기에 반갑기 그지없는 햇살이다. 기온이 내려간다고는 했지만 아직 서리가 내리지는 않아서 춥다고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비오는 날은 비가 와서, 맑은 날은 손님이 왔다는 핑계로 요며칠 배추밭을 등한시 했더니 배추벌레가 기승이다.

 



오늘은 며칠 돌보지 못한 미안함을 대신하여 그 어느 때보다 꼼꼼이 배추속을 살폈다. 배설의 흔적이 있는 곳을 자세히 뒤져보면 어김없이 범인이 숨어 있다. 배추 한 통을 혼자 아작내려고 작정한 흉악범도 있다.

 



보통은 막대기나 족집게로  잡아서 장화발로 즉시 사살시키지만 오늘은 다른 때보다 종류가 많은 듯하여 잠깐 보류하고 한 곳에 모아보았다. 참 종류가 다양하기도 하지.

 



이 배추들은 벌레의 공격을 안 받은 듯 깨끗해 보이지만 속을 헤집어보면 진딧물이 새까맣게 앉아 있다. 그래서 과감히 뽑아버렸다. 자주 내려서 눈총 받은 비지만 배추에게는 단비여서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것이 눈에 보이니 그나마 감사할 따름이다.

 



배추밭을 둘러보고 집에 왔더니, 이제 단풍이 들기 시작한 느티나무 주변으로 까치들이 기승이다. 기대치에 비해 흉작인 땅콩을 노리는 귀찮은 녀석들. 아직 줄기가 파랗고 싱싱한 것 같아서 수확을 미뤘는데, 자세히 보니 까치들이 땅콩밭을 온통 훼를 쳐 놓았다. '죽 숴서 개 준다'더니 일 년 땅콩 농사 지은 거 까치한테 다 갖다 바친 꼴이 되었다. 

 



그래도 버릴 순 없어 남아 있는 땅콩을 캐고 집에 오니, 삼순이도 햇볕이 좋은지 새끼들에게 젖를 먹인 후 목을 길게 뺀 묘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땅콩 농사를 망친 것만 잊을 수 있다면, 더없이 청명한 가을날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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