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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마늘심기

by 내오랜꿈 201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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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만큼 일하는 시간도 줄어든다. 콩 수확도 해야 하고, 들깨도 베야 하고, 고추밭도 정리해야 하고, 팥은 매일매일 익은 게 눈에 보이는 대로 따 모아야 한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고구마도 캐야 하고 땅콩도 수확해야 한다. 게다가 어찌 보면 한해 농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마늘과 양파를 심어야 할 때이기도 하다. 씨를 뿌리는 것도, 거두는 것도 때를 놓치면 일 년을 놓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수원 밭에서 일조량이 제일 좋은 고추밭을 정리하고 마늘과 양파를 심기로 했다. 퇴비를 넣어서 밭을 만들려면 서둘러야 하기에 며칠 전부터 고추를 갈무리 하고 있다.




내가 고춧대를 뽑아주는 대로 아내는 풋고추와 고춧잎을 따서 정리한다. 약 안 친 귀한 것이라며 부산의 누나들이 원정와서 거들어 주니 한결 수월하다. 풋고추는 겨울 밑반찬용으로 젓갈에 재워두기도 하고, 또 일부는 효소를 담궜다. 그리고 고춧잎은 소금물에 데쳐서 나물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묵나물용으로 말리기도 한다. 모두 처음 하는 일인데, 누나들이 일러준 방법대로 만드니, 그런대로 먹을 만한 반찬이 된다.




고추를 정리하고 난 밭에 석회를 넣어 땅을 중화한 다음 완숙퇴비를 넣어서 일주일을 기다린 뒤에 호미로 마늘 심을 골을 만들었다.




올해 수확한 마늘 가운데 따로 준비해 둔 씨마늘을 가위로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끝을 자른 후, 매실효소 희석액(100배)에 두어 시간 담궈두었다. 마늘값이 장난아니게 비싼데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씨마늘을 확보해서 다행이다. 일부는 작년에 심었던 것을 수확한 것이고, 일부는 아내의 친정집에서 가져왔다. 아내는 마늘을 보면 올 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며 눈시울을 적신다.




매실효소 희석액에 넣어서 살균한 씨마늘을 골에다가 10cm 간격으로 심은 뒤에 흙을 살짝 덮어준다. 작년엔 10월 20일 경에 심었는데, 올해는 10월 4일에 일부를 먼저 심고 10월 12일에 나머지를 심었다.




1차로 심은 마늘은 벌써 싹이 파릇하게 돋아나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작년에 비해서 너무 일찍 심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결과는 내년 5월이 되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저 월동준비 걱정을 해야 할 때다. 아마도 열흘 정도만 지나면 이 밭이 다 파릇파릇하게 변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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