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모습/농사

가을파종 당근, 봄 수확

by 내오랜꿈 2019. 2. 20.
728x90
반응형


2년에 걸쳐 가을파종 당근을 한꺼번에 수확하지 않고 조금씩 남겨두면서 월동이 되는지를 실험했다. 결론은 이 지역에서도 충분히 월동 가능하다는 것. 물론 상업용 재배가 아니라 자가소비 목적이다. 당근은 봄재배보다는 확실히 가을재배 당근이 식감도 좋고 맛도 뛰어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수확기의 온도 차이가 결정적인 듯한데 봄재배는 수확기가 한여름인지라 잎을 무성히 키우고 호흡량도 많아서인지 식감이 좀 거칠다. 월동 당근이 대세인 제주도에서야 수확적기를 고려해 파종시기를 정하는지 모르겠지만 생육조건 때문에 한여름에 파종할 수밖에 없는 이곳에서도 가을파종 당근을 수확적기(파종 후 110~115일 정도)를 넘기고 2월 말이나 3월 초에 캐도 식감이나 맛이 12월에 수확하는 것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개인적인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 땅속에 그대로 두었다 봄에 캐는 당근의 향이 더 진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년 12월에도 당근을 수확하면서 절반 정도는 텃밭에 그대로 남겨 두었다. 냉장고보다는 땅속이 훨씬 더 훌륭한 보관장소니까.





▲ 작년 8월 파종한 당근. 12월에 일부를 수확하고 남겨 두었다 지난 주말에 모두 수확했다.


지난 주말, 감자를 심으면서 월동시킨 당근 상태가 궁금하기도 했고 주초부터 비가 제법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도 접한 터라 모두 수확했다. 올겨울은 그리 심한 추위가 없었기에 월동 상태에 문제가 있을 리는 없고 오히려 따뜻한 날씨 탓에 비를 머금은 당근이 새순을 일찍 밀어올릴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씨를 받을 게 아니라면 새순을 돋게 힘쓰느라 괜한 영양분만 손실될 것이기에. 예상한 대로 당근 상태는 아주 훌륭하다. 가을에 수확한 뒤 냉장고나 땅에 묻어서 보관한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자태다. 냉장고가 비는 대로 신문지에 싸서 채소칸에 넣는다면 봄당근 수확할 때까지 서너 달은 별 문제 없이 보관할 수 있다.


텃밭에서 직접 키운 당근은 식감이나 맛이 좋아 생으로도 많이 먹는 편인데, 생으로 먹을 경우는 당근에 많이 함유된 (베타)카로틴이나 라이코펜 같은 카로티노이드계 항산화 효소의 흡수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카로틴이나 라이코펜의 녹는점은 170~180℃ 정도고, 이렇게 녹는점이 높은 물질은 우리 몸 안에서 쉽게 분해되기 힘들기 때문. 당근이나 토마토를 기름에 익혀 먹으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이어트용이거나 여타 무기질 섭취를 위해서라면 몰라도 항산화 효과 등의 건강을 기대하고 먹는 것이라면 가급적 기름에 익혀 드시기 바란다. 이때도 몸에 좋은 식용유 쓴답시고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건 옳지 않다. 포도씨유나 카놀라유(GMO 어쩌고 논란이 많긴 하지만)를 사용하는 게 좋다. 올리브유는 160℃ 정도의 온도가 맥시멈인 건 다 아실 테고, 그 이상의 온도에서 올리브유는 탄화된다. 몸에 좋다는 카로틴 성분 조금 더 먹을려고 몸에 더 나쁜 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는 탄 올리브유를 굳이 먹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물론 늘 하는 말이지만 항산화 물질의 흡수가 반드시 우리 몸의 건강과 연결된다는 믿음은 그리 신빙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참고하셔야 한다.



▲ 보라색 당근이 주황색 당근보다 크기가 작고 끝이 뭉툭하다(2017년 12월 수확 사진). 식감도 약간 거칠고 단맛이 덜하다.


※ 

2년간 주황색 당근과 보라색 당근을 같은 밭에서 재배했는데 확실히 보라색 당근은 주황색 당근에 비해 덩치가 작고 끝이 뭉툭하다. 위의 컨테이너 박스에 담긴 사진에서는 잘 표가 나지 않는데 12월에 수확할 때 찍은 사진들을 보면 확연히 구별된다. 아마도 보라색 당근이 덜 개량된, 당근의 원종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당근의 원산지는 아프가니스탄의 힌두쿠시 지방이라는 설이 다수 의견인데, 아래 사진에서 보듯 이 지역에서는 아직도 보라색, 검은색, 노란색 등의 다양한 변종이 재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검은색에 가까운 보라색이 당근의 원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늘날 주류를 이루는 주황색 계열의 당근은 유럽 지역에서의 재배가 일반화되는 15세기 이후에 이루어진 품종 개량 덕분이다. 그래서인지 식감이나 맛은 확실히 주황색 당근이 보라색에 비해 부드럽고 달큰하다. 보라색은 생으로 먹기에는 식감이 조금 억센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참고들 하시기 바란다.



▲ 여러 가지 모양과 색깔을 보이는 당근. 사진 출처 : 국립원예특작과학원(http://www.nihhs.go.kr/farmer/technology/Newcrops_list.asp)



728x90
반응형

'살아가는 모습 > 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추, 토마토 모종 아주심기  (0) 2019.04.14
감자 파종(2019)  (0) 2019.02.18
덤으로 수확하는 양배추  (0) 2018.06.01
봄당근 키우기  (0) 2018.05.21
고추, 토마토, 가지 모종 심기  (0) 2018.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