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여유/먹거리

장 담그기(1) - 소금물 농도 : 퍼센트(%)냐? 보오메(Bé)냐?

by 내오랜꿈 2018. 1. 16.
728x90
반응형

 

1. 퍼센트(%)냐? 보오메(Bé)냐?

 

장 담글 때 가장 중요한 게 잘 발효된 메주라는 건 이견이 없을 터. 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메주보다 더 중요한 게 소금물 농도일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다해 만들고 띄운 메주로 담근 장을 한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망쳐버릴 수도 있는 게 소금물 농도이기 때문. 소금물 농도가 너무 낮으면 초산화가 진행되어 장이 시어버릴 우려가 있다. 온도, 습도 등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금물 농도가 16% 이하면 이럴 위험이 크다. 또 너무 높으면 장이 짤 뿐더러 높은 염도 때문에 장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장 발효는 소금물에서도 견딜 수 있는 내염성 세균이나 효모, 곰팡이들이 관여하는데 소금물 농도가 22~23% 이상으로 높아지게 되면 이것들 중 상당수가 생존할 수 없거나 살아있긴 하더라도 활동이 위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장 발효 세균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장 담글 때 적정 소금물 염도는 지역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7~22% 정도로 맞추고 있다(굳이 보오메로 표기한다면 물 온도 15.67℃를 기준으로 했을 때 16~20Bé 정도 된다).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경험의 결과든 최신 과학적 분석 덕분이든 장 담그는 방법이 변하지 않는 이상 이 염도도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1,2월에 담그거나 춥고 건조한 지역은 17%에 가깝게, 3,4월에 담그거나 따뜻하고 습한 지역은 22%에 가깝게. 내가 사는 지역은 한반도에서 가장 습하고 따뜻한 지역에 속하지만 될 수 있는 대로 염도를 18~19% 정도로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

소금물 농도 17~22%. 정확하고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수치다. 예컨대 물 10L에 소금 2.5kg을 넣으면 나트륨 농도 20% 소금물이고, 2.05kg 정도면 17%, 2.82kg 정도면 22% 소금물이다(물론 소금이 100% 나트륨이라는 전제하에서다). 저울만 있다면 누구나 크게 틀리지 않고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소금물 농도를 잰답시고 계란이 어떠니 500원짜리 동전이 어떠니 비중계가 어떠니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여기에 난데없이 보오메(Bé)가 개입한다. 장 담그기 관련 책이나 글들을 한 번 찾아 보시라. 거의 80~90% 정도가 소금물 농도를 표기할 때 보오메를 언급하고 있다. 왜일까? 뭔가 있어보이고 과학적일 거 같아서?

 

보오메(Bé)는 보오메 비중계 값이다. 물과 같은 액체 무게를 재기 위해 프랑스의 화학자였던 Baume가 고안한 개념이다(Baume는 네이버에는 안 나온다. 위키피디아 검색해 보시라. 자세한 내용 나올 테니). 하지만 이 보오메(Bé) 값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 특히나 소금물 농도를 표기하는 보오메 값은 조건에 따라 오차가 너무 크다. 같은 양의 소금을 녹여도 물 온도에 따라 보오메(Bé) 값은 약 25% 정도 오차가 발생한다. 정해진 조건에서 20Bé여야 할 값이 18Bé가 될 수도 22Bé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진짜로? 요즘 잘 쓰는 말로 레알?

 

 

 

 

 

아래 인용하는 숫자를 보시라.

 

농도(%) …… 0℃  ……  10℃  ……  25℃  ……  40℃

1  …… 1.00747 …… 1.00707 …… 1.00409 …… 0.99908

4  …… 1.03038 …… 1.02920 …… 1.02530 …… 1.01977

8  …… 1.06121 …… 1.05907 …… 1.05412 …… 1.04798

16 …… 1.12419 …… 1.12056 …… 1.11401 …… 1.10688

20 …… 1.15663 …… 1.15254 …… 1.14533 …… 1.13774

24 …… 1.18999 …… 1.18557 …… 1.17776 …… 1.16971

 

이 표의 숫자는 소금물 농도에 따른 비중을 나타낸 것인데, 보시다시피 온도에 따라 그 값이 다르다. 이게 뭐 어쨌다는 말이냐고? 이 비중표는 화학전공자나 토목 관련 일을 하는 엔지니어들에겐 바이블과 같은 Perry의 <Chemical Engineer's Handbook>에서 인용한 것인데 g/ml 단위로 표기되어 있다. 이것을 보오메로 바꿀려면 보오메도(Be') 변환 공식을 알아야 한다.

 

보오메도(Bé)= 144.3 - 144.3/d 

 

여기서 d는 위 표에 나열되어 있는 비중값이다(그냥 이렇다는 것만 알고 넘어가시라. 정 의심스러우면 찾아보시고). 이 변환 공식을 이용해서 20% 소금물 농도 보오메 값을 구하면 물 온도가

 

0℃일 때는 144.3-144.3/1.15663=19.54Be'

10℃일 때는 144.3-144.3/1.15254=19.09Be'

25℃일 때는 144.3-144.3/1.14533=18.31Be'

40℃일 때는 144.3-144.3/1.13774=17.47Be'

 

가 된다(소숫점 2자리 반올림). 같은 소금물 농도임에도 물 온도 40℃ 차이에 따라 2Be' 이상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따라서 소금물 농도를 보오메로 표기할려면 반드시 물 온도를 같이 표기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찾아본 장 담그기 관련 책이나 글 중에서 소금물 농도를 보오메로 표기하면서 물 온도를 병행한 책이나 글은 하나도 없었다. 이뿐 아니라 적정 소금물 농도라 주장하는 보오메 값도 사람에 따라 15Bé에서 25Bé까지 천차만별이다.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소금물 농도 15Bé로 담근 장은 거의 시어버린다고 봐야 하고 25Bé로 담근 장은 너무 짜서 먹기가 힘들다. 물론 염도가 너무 높아서 발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거고.

 

이렇게 조건에 따라 차이가 나는 부정확한 보오메度를 왜 장 담그기 소금물 농도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써야 하는가? 누구나 만들기 쉽고, 온도 같은 외부 조건에 따라 값이 변할 염려도 없고, 비중계 같은 도구를 구입해야 할 필요도 없는 염도(%)를 사용하면 아주 간단하고 정확하게 해결되는데 말이다. 그야말로 백해무익한 것을, 남이 쓴다고 무슨 내용인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앵무새처럼 카피하고 있는 게 장 담글 때 보오메(Bé) 운운하는 짓거리다.

 

이보다 더 슬픈 코메디도 있다. 보오메 비중계는 유리막대 안에 눈금이 그어져 있고 아래에는 납구슬이 들어있는 둥근 모양으로 되어 있다. 이 비중계를 액체에 담궜을 때 떠오르는 정도에 따른 눈금으로 보오메도를 표시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 비중계 대신 물에 담그면 바로 염도가 숫자로 표시되는 디지털 염도계를 많이 쓴다. 20% 소금물 용액에 디지털 염도계를 담그면 20이란 숫자가 표시된다. 당연히 20퍼센트라고 읽어야 한다. 보오메도와는 전혀 상관 없다. 그런데 이걸 20보오메라 읽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숫자로 표시된 디지털 염도계 사진을 올려놓고선 그 숫자를 보오메라 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참 나..... 장 담그기 관련 글에서 소금물 농도를 이야기 하면서 20Bé 또는 22Bé 소금물로 담궈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글을 보면 거의 전부 디지털 염도계로 잰 소금물 농도를 퍼센트가 아니라 보오메라 알고 있다. 10~15℃ 정도의 온도에서 실제 보오메 비중계로 잰 값이 22Bé 소금물이라면 이건 거의 나트륨 농도 25%에 가까운 소금물이다. 이걸로 장 담그면 짜도 너무 짠 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무슨 '웃픈' 현실인지. 

 

'보오메'가 그리도 좋을까? 죽은 지 200년이 훨씬 지난 18세기 프랑스 화학자가 21세기 한국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누더기를 걸친 채. 이건 허울 깃든 '지적 허영심'의 발로가 아니고선 나로선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다. 누구 설명할 수 있는 분 계시는지? 더 슬픈 건 이왕에 좀 있어보이게 보오메로 표기하려 했다면 제대로 써야 할 텐데, 많이 알려진 책이나 신문기사에서조차도 엉터리 투성이다. 요즘은 초등학교 1,2학년이면 할 수 있다는 곱셉 나눗셈이 안 되는 수준의 글들이니..... 출판된 책이 이러니 남의 것 카피하기 바쁜 인터넷 상에서야 일러 무엇하랴.

 

to be continued...

 

 

2. 소금물 농도(2) - 1:1:4

3. 말날, 신날, 손 없는 날?

4. 4. 메주, 소금물 양에 따른 된장, 간장 양과 염도 변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