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퍼센트(%)냐? 보오메(Bé)냐?
2. 소금:메주:물 = 1:1:4
장 담글 때 소금물 농도는 온도 등 외부 조건에 따라 오차가 크고 부정확한 보오메도(Bé)가 아니라 염도(%)를 기준으로 이해하는 게 편리하다. 적절한 소금물 농도는 17~22% 범위에서 장 담그는 시기에 따라, 지역에 따라 적절하게 가감한다. 이게 지난 글의 주제다. 그렇다면 17~22%의 소금물은 어떻게 만들까? 솔직히 너무 단순한 문제이기에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 소금과 물 비율만 정확하게 맞춘다면 비중계나 염도계로 염도를 재고 말고 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염도계를 사서 원하는 염도를 체크하면 되겠다는 분들도 계신다.
잠시 초등학교 과학 공부 좀 하자. 소금물 농도는 어떻게 구하면 될까? 용액 100g에 녹아있는 용질의 g수를 퍼센트 농도라 한다. 곧 용질 질량을 용액 질량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하면 된다. 공식으로 표현하면
퍼센트 농도(%)=용질의 질량÷용액의 질량×100
으로 표시할 수 있다. 이때 용액은 용질+용매의 양이라는 것만 보충한다. 물에 녹인 소금물 농도를 구한다면 용질은 소금이고 용매는 물이다. 소금 1kg을 물 15L에 녹였다면 이 소금물 농도는 1÷(1+15)×100=6.25%다. 이 공식을 적용하여 소금물 농도 17~22%를 만들려면 먼저 기준을 정해야 한다. 소금, 물 다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소금물 농도라는 게 일반적으로 물에 소금을 녹이는 것이니까 물 양을 기준으로 정하는 게 이해하기 편하다.
장 담그는데 사용할 것이니까 좀 넉넉하게 물 20L를 기준으로 정했다고 치자. 그러면 17% 농도 소금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17=A/(A+20)×100'(A는 소금 양)이라는 일차방정식을 풀면 된다. 17=A/(A+20)×100 ⇒ 100A=17A+340 ⇒ 83A=340 ∵A=4.10(소숫점 2자리 반올림). 곧 소금 4.10kg이 필요하다. 22% 소금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22=A/(A+20)×100 ⇒ 100A=22A+440 ⇒ 78A=440 ∵A=5.64. 소금 5.64kg이 필요하다. 왜 이리 복잡하냐고? 복잡할 거 없다. '2L 생수 10개를 대야에 붓고 소금 4.1kg 정도 넣으면 17% 소금물이고, 4.5kg 넣으면 20% 소금물, 5.6kg 정도 넣으면 22% 소금물이 만들어진다'는 말에 불과하니까. 물 양에 따라 소금 양만 조절하면 된다. 집에 저울이나 생수병 하나쯤은 다 있을 테니까. 초등학교 때 배운 산수는 이럴 때 쓰라고 배운 것 아닐까? 우리 부모님 세대야 일차방정식 안 배운 분들도 많았기에 계란 띄우고 어쩌고 했겠지만.
참고로 계란을 띄워서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하게 떠오르면 알맞다 어쩐다 하는데 직접 한 번 비교해 보시라. 소금물 농도 17%에서도 500원 크기만큼 떠오르고 22% 소금물에서도 500원 크기만큼 떠오른다. 또 눈으로 가늠하는 500원짜리 동전 크기는 인식하는 사람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니 아래에서 인용하게 될 유명한 책들이나 신문기사를 보면 15% 소금물에도 계란이 반쯤 뜬다고 하고 28% 소금물에도 반쯤 뜬다고 한다. 15%와 28%? 기가 찬다. 장 담그기에서 이 정도 차이는 완전 하늘과 땅 차이다. 몇 년 먹을 장을 담그면서 소금물 농도 10%가 넘는 차이도 변별하지 못 하는 500원짜리 동전 크기 운운하면서 조상의 지혜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게 나로선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오히려 장 담그는 사람들이 세밀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단순한 소금물 농도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메주에 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과 소금마다 나트륨 함유량이 일정치 않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장 담그기가 언급되어 있는 옛날 문헌들을 비롯해서 최근에 나온 책들까지 장 담글 때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소금:메주:물 비율은 1:1:4 정도다. 여기서 소금을 상수로 놓으면 담그는 사람에 따라 지역에 따라 메주는 1~1.5, 물은 3.5~4.5 정도의 포지션 변동을 허락한다. 따라서 소금 : 메주 : 물 비율은 1 : 1~1.5 : 3.5~4.5 정도의 포지션 내에서 적절하게 가감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비율에 따라 물을 소금보다 3.5배 사용하면 소금물 염도는 22.23%, 4.0배 사용하면 20%, 4.5배 사용하면 18.19%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는 메주 수분함유량과 소금의 나트륨 함유량이다.
바닷물을 정제해서 만든 정제염은 나트륨 순도 100%지만 천일염을 정제한 꽃소금(재제염)은 나트륨 순도 99% 정도고 천일염은 얼마나 오래 간수를 뺐느냐에 따라 나트륨 순도가 달라진다. 2년 정도 묵힌 천일염의 나트륨 순도는 보통 93~97% 사이라고 보면 된다(바닷물의 염분 농도 중에서 순수 나트륨이 차지하는 비율은 80%가 채 안 된다. 그러니 천일염을 만드는 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 날 수 있겠지만 갓 생산한 천일염의 나트륨 순도는 90%에 못 미친다. 소금예찬론자들은 나트륨 외의 마그네슘, 칼륨 같은 간수의 주성분이 몸에 좋다고들 떠들고 있는데 많이 드시기 바란다. 그렇게 좋으면 아예 간수만 따로 구입해서 드시면 어떨까? 요즘은 간수만 따로 모아서 판매도 한다. 물론 그러기 전에 마그네슘, 칼륨이 우리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 물질이고 과다 섭취했을 경우 어떤 부작용이 일어나는지는 좀 찾아보시기 바란다).
메주 수분함유량은 보통 15%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얼마만큼 말렸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기에 소금의 나트륨 함량보다 더 가변적이다. 예컨대 장 담그기 전에 메주를 씻는 게 일반적인데 이때 물에 오래 담궈 놓으면 수분함유량은 급격하게 늘어난다. 2kg짜리 메주를 씻는다고 물에 10여 분 담궈 놓으면 무게가 200~300g은 우습게 늘어난다. 이 모두가 수분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차이가 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메주 10kg을 2년 동안 간수 뺀 천일염 10kg과 45L 물을 이용해 장을 담궜다면 소금물 농도는 분명 18.19%지만 장의 염분 농도는 이와 다르다. 천일염이니까 나트륨 농도는 95%, 메주 수분함유량은 15%라고 가정하면 장의 염분 농도는 9.5(10kg 소금의 나트륨 농도)/(10+45+1.5)×100=16.82%로 낮아진다. 여기에 만약 메주를 씻느라 물에 오래 담궈 둬서 메주 무게의 20% 만큼 무게가 늘어났다면 장의 염분 농도는 16.24%(9.5/(10+45+1.5+2.0)로 더 낮아진다. 또 간수 빼지 않은 천일염을 사용했거나 애초에 메주 수분함유량이 15%보다 높았거나 메주를 10kg보다 더 많이 사용한다면 이 농도는 훨씬 더 낮아질 것이다. 지난 번에도 언급했지만 장 염분 농도가 16% 이하로 내려가면 온도, 습도 등의 조건에 따라서는 장이 변질될 위험이 크다. 사소한 차이 같지만 임계점 근처에서의 염분 농도 0.5~1% 차이는 생각보다 파급력이 크다. 그래서 메주를 씻을 때 물에 오래 담궈두지 말라는 것이다. 앵무새처럼 계란을 띄워 보니 어떠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소금인가, 메주가 제대로 말랐는가 아닌가, 메주 씻느라 물을 흠뻑 빨아들이게 하지는 않았는가' 등을 살펴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곱셈, 나눗셈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소금물 농도 맞추는 거보다는 이런 요소들 고려하는 게 더 어려운 일 아닐까?
정리하자면 장 담글 때 재료 비율에 따라 추론하는 소금물 농도는 소금 나트륨함유량, 메주 수분함유량에 따라 애초 계산값보다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 비율은 처음 계산값의 5% 정도로 보면 된다. 곧, 소금물 농도 1% 정도가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부터는 덧붙이는 글 정도로 편하게 보시면 된다. 과연 수많은 장 담그기 관련 책이나 자료들은 장 담글 때 소금물 농도를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 한복려, <종가집 시어머니 장 담그는 법>, 둥지
소금의 염도는 장 담그는 시기에 따라 달리 한다. 정월 장은 물과 소금을 10:3의 비율로 맞추고, 2월과 3월 담그는 장은 물과 소금의 비율을 10:4로 맞추는데 메주가 소금물에 떠야 하므로 달걀을 집어넣어 달걀이 반정도 수면 위에 떠올라 있으면 적당한 염도이다.
장맛은 메주와 염도와 볕쬐기에 의해 결정된다. 소금물의 농도가 낮으면 장의 숙성과정이나 보관 중에 변질될 우려가 있고, 또 너무 짜면 미생물의 발효가 억제되어 장맛이 떨어진다.
이 글의 저자는 음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아는 유명한 사람이다. 물과 소금 비율을 정월장은 10:3, 삼월장은 10:4로 하라고 하면서 달걀을 넣으면 수면 위로 반 정도 떠오른다고 한다. 10:3, 10:4의 비율 차이에 따른 달걀 떠오름 차이에 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물론 실제로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계란이 뜨는 정도로 소금물 농도를 파악하는 건 주먹구구식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물과 소금이 10:3이면 소금물 농도는 23.08%, 10:4면 28.58%다. 28.58%? 이 농도로 장을 담근다고? 완전 정신 나간 소리다. 도대체 어느 종가집 시어머니가 이 비율로 장을 담그고 있는지 알고 싶다. 이런 소금물 농도로 장 담그면 짜서 먹기도 힘들고 발효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 놓고서는 "장맛은 메주와 염도와 볕쬐기에 의해 결정된다. 소금물의 농도가 낮으면 장의 숙성과정이나 보관 중에 변질될 우려가 있고, 또 너무 짜면 미생물의 발효가 억제되어 장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이건 어디서 베낀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사람은 지금 자기가 무슨 엄청난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담그라고 하는 농도가 자기가 말하는 너무 짜서 "미생물 발효가 억제되어 장맛이 떨어"지는 수준이기에. 이걸 아는 사람이라면 '쪽팔려서' 이런 표현 못 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낮은 비율인 10:3으로 담근다 해도 소금물 농도는 23%가 넘는다. 일반적으로 권하는 장 담그기 적정비율의 상한선인 22%보다 높은 농도다.
◈ 한복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가지 1>, 현암사
장은 담그는 시기에 따라 염도를 달리해야 하는데, 정월에는 물과 소금을 10 대 3의 비율로 맞추고 염도계로 재어 18˚Bé(보메) 정도가 알맞다. 날씨가 약간 따뜻해진 이월과 삼월에는 10 대 4의 비율로 맞춘다. 염도계로는 19~20˚Bé 정도이다. 염도계가 있으면 정확히 염도를 잴 수 있지만 없는 경우에는 염도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간을 보아 짜고 덜 짠 것을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달걀을 집어 넣으면 알 수 있다. 달걀이 수면 위에 반 정도 떠올라 있으면 염도가 알맞은 것이다. 간이 짜면 달걀이 더 위로 뜨고 싱거우면 가라앉는다.
이 책은 더 가관이다. 물과 소금을 10:3 비율로 맞추고 염도계로 재면 18보오메가 나오고 10:4로 맞추면 19~20보오메가 나온단다. 헐~~. 처음 이 책 보고서는 내 눈을 의심했다. 이 사람 과연 자기가 지금 무슨 소리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할까? 물과 소금이 10:3이면 소금물 농도는 23.08%니까 물 온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중계로 재면 21보오메 정도고, 10:4면 28.58%니까 25보오메가 넘는다. 그러고선 이렇게 덧붙인다. 염도계가 있으면 정확히 염도를 잴 수 있지만 없는 경우에는 염도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간을 보아 짜고 덜 짠 것을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달걀을 집어 넣으면 알 수 있다. 달걀이 수면 위에 반 정도 떠올라 있으면 염도가 알맞은 것이다. 염도계가 없으면 염도 재기가 어렵단다. 염도계가 있어도 이런 헛소리 지껄이는 수준이니 오죽할까? 온갖 방송에 나와서 전통 음식이 어떠니 요리가 어떠니 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이 모양이다. 초등학교 1,2학년이면 할 수 있는 산수가 안 되는 정도다.
어떤 책이나 글들에서 물과 소금 비율을 정월에는 10:3, 삼월에는 10:4 어쩌고 한다면 그냥 동네 멍멍이 짖는 소리로 취급하시기 바란다. 이 비율로 장 담근다면 발효도 제대로 되지 않은 소금물 범벅을 장이랍시고 먹게 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물 10바가지에 소금 3~4 바가지 운운하는 글들은 이보다 더 한심한 글이니 쳐다도 보지 마시기 바란다. 장담컨대 물 10 바가지에 소금 4바가지(물과 소금은 밀도가 다르므로 소금 4바가지면 비중으로 환산했을 때는 아마도 10:5.5 이상일 것이다) 넣으면 소금물 농도는 아마 35~40%에 육박할 것이다. 염분 농도가 너무 높아 아무런 생물이 살 수 없다는 사해 바닷물보다 더 높은 농도다.
◈ 이혜선, <건강약콩 쥐눈이 콩>, 국일미디어
염도계와 달걀을 집어넣어 뜨는 정도로 염도를 측정합니다. 3월장은 대략 15~17보메 농도의 단위 정도로 맞추는데 날씨나 기온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달걀이 5백 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물 위로 뜨면 됩니다.
앞의 책들이 터무니 없이 높은 소금 농도로 장을 담그라고 한다면 이 책은 너무 낮은 농도를 제시한다. 3월장이라고 하면서 15~17 보오메를 언급한다는 건 상식밖이다. 보오메 비중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15보오메는 거의 15% 소금물이다. 3월에 장 담그면서 이 농도로 담그면 장이 안 쉰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이 정도만 하자. 위에서 언급한 책들은 꽤나 유명한 책들이다. 이런 책들이 이 정도니 이것들을 베껴 나르는 신문기사나 인터넷은 어떻겠는가. 신문기사, 전통음식 권위자라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방송에서 언급된 것들을 모은 자료도 꽤 되는데 다들 이런 헛소리들로 채워져 있다. 더 인용하면 정신건강에 해로울 거 같아서 그만둔다.
장 담글 때 소금물 농도는 다른 것 기억할 필요가 없다. "소금 : 메주 : 물 비율은 1 : 1~1.5 : 3.5~4.5"라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이 비율 안에서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조절하시면 된다. 이 범위 안에서는 비율을 어떻게 조절해도 발효된 장의 염분 농도는 17~21% 사이를 쉽게 벗어나지 않는다. 메주를 1시간 이상 물에 담궈 놓았다 담그거나 장독에 빗물이 스며든다거나 하는 등의 어이없는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3. 말날, 신날, 손 없는 날?
4. 4. 메주, 소금물 양에 따른 된장, 간장 양과 염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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