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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무, 당근 수확

by 내오랜꿈 2017.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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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이곳 최저기온은 영하 6도. 그저께 무, 당근 수확한 게 다행이다 싶을 온도다. 12월 들어 아침 기온이 제법 내려간다. 벌써 영하 5도 가까이 내려간 적이 몇 번 있을 정도로. 작년보다는 꽤 이른 시점이다. 텃밭의 무나 당근은 영하 3도 이하로 내려가기 전에 대부분 수확을 마치는데, 올해는 예고의 강도가 약했던 갑작스런 기온강하에다 옆지기 동생들 김장 도우미 하러 가느라 수확 시기를 놓쳐버렸다. 주말 동안 집을 비운 사이 이곳의 최저기온이 이틀 연속 영하 5도 언저리까지 내려간 탓에 당근은 몰라도 과연 무가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무 잎줄기가 파릇하고 조직도 생생하다. 아마도 낮기온이 1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빠른 기온 회복 덕분에 세포막이 동해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것 같다.




▲ 무를 간편하게 보관하는 방법 : 큰 스티로폼 박스에 짚을 깔고 무를 한 겹 쌓은 다음 신문지를 깔고 다시 한 겹 쌓고를 반복한다. 보관 장소는 현관 같이 실내온도가 10~15℃ 정도인 곳이 좋다. 볕 좋고 맑은 날에는 한 번씩 열어 습기를 제거해 준다. 땅에 묻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파종 90일이 지난 무는 2kg이 넘는 것부터 500g 정도 되는 것까지 각양각색의 크기와 모양을 하고 있다. 긴 것, 뭉퉁한 것, 허리가 잘록한 것, 끝부분만 뚱뚱한 것 등등. 같은 땅에 같은 날에 같은 품종을 파종했음에도 생김새가 어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다. 따로 물을 주지 않았는데다 올 가을엔 비까지 거의 오지 않았으니 조직은 안 잘라봐도 엄청 단단할 듯하다.


겨울 동안 무를 보관하는 게 문제인데 대부분 땅에 묻지만 우리 집에서는 몇 년 전부터 대형 스티로폼 박스를 이용한다. 무가 필요할 때마다 언 땅을 파는 게 귀찮아서 택한 방법인데, 많은 양이 아니라면 이것도 괜찮은 듯하다. 보관 온도(10~15℃)만 지킨다면 몇 달은 문제 없다. 너무 큰 것이나 못생긴 것 등 곧 김장용으로 쓸 것들을 골라낸 뒤 큰 스티로폼 박스 바닥에 짚을 깔고 한 겹 한 겹 차근차근 쌓는다. 한 겹 쌓은 뒤 신문지를 넣어주고 다시 쌓고 신문지 넣고를 반복한다. 신문지를 넣는 이유는 당연히 습기제거용이다. 습기만 잘 제거한다면 상할 일은 절대 없다. 이런 다음 현관에다 보관하면 보관 온도도 적당하고 꺼내 먹기도 편하다. 볕 좋고 맑은 날에는 한 번씩 박스를 열어 습기를 말려주는 게 좋다. 무청은 이삼일 그늘에 두어 숨을 죽인 뒤 처마 밑에 걸어 말리면 이 또한 일용할 양식의 하나다.



▲ 같은 땅에 심었는데도 자색 당근이 주황색 당근보다 짧고 뭉툭하다. 품종 특성인지는 내년에 다시 한 번 심어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당근은 파종한 지 115일 가까이 되었다.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늦게 파종한데다 가물어서 제대로 자랐을까 걱정했는데 이 정도면 준수한 편이다. 땅을 갈지 않고 파종하는지라 뿌리 형성기(파종 20~40일 사이)에 비가 오지 않으면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끝이 뭉툭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나온다. 올해는 자색 당근도 조금 심었는데, 이상하게도 주황색 당근보다 전체적인 생김새가 짧고 뭉툭하다. 겨우 한 이랑 옆이니 땅의 물리성이 그렇게 차이 날 리도 없을 텐데... 이 품종만의 특성인지는 다음에 한 번 더 심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당근은 확실히 가을재배 당근이 식감도 좋고 맛도 뛰어나다. 수확기의 온도 차이가 결정적인 듯한데 봄재배는 수확기가 한여름인지라 잎이 너무 무성히 자라고 식감도 거칠다. 남도지방이나 제주도는 당근의 월동도 가능한데, 땅속에 오래 두어도 식감이나 맛이 겨울에 수확하는 것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개인적인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 2월 말, 3월 초에 캐는 당근의 향이 더 진한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올해도 내년 봄에 수확할 예정으로 3분의 1 정도는 텃밭에 그대로 남겨 두었다.


텃밭에서 직접 키운 당근은 식감이나 맛이 좋아 생으로도 많이 먹는 편인데, 생으로 먹을 경우는 당근에 많이 함유된 (베타)카로틴이나 라이코펜 같은 카로티노이드계 효소의 흡수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카로틴이나 라이코펜의 융점은 170~180℃ 정도고 녹는점이 높은 물질은 몸 안에서 쉽게 분해되기 힘들기 때문. 당근이나 토마토를 기름에 익혀 먹으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이어트용이거나 여타 무기질 섭취를 위해서라면 몰라도 항산화 효과 등의 건강을 기대하고 먹는 것이라면 가급적 기름에 익혀 드시기 바란다. 물론 항산화 물질의 흡수가 반드시 우리 몸의 건강과 연결된다는 믿음은 그리 신빙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참고하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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