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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당근 수확 - 두더지 피해의 흔적

by 내오랜꿈 2017.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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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당근 파종한 지 4달이 지났다. 7월 초에 수확할 예정이었는데, 그즈음부터 10여 일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지라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가을 당근은 몰라도 봄당근은 수확 시기를 늦추면 새잎을 키우느라 에너지를 소모하기에 결코 이로울 게 없다. 대개는 조직이 거칠어지고 당분도 줄어든다.




▲ 당근 수확. 생장 초기 파종골을 따라 두더지가 지나간 이랑(右)과 그렇지 않은 이랑(左)의 모습이 극명하게 비교된다.


▲ 두더지가 지나간 이랑의 당근은 포기가 들뜨면서 어깨 부분이 햇볕을 받아 검붉은 색으로 변색된다.


늦은 당근을 수확하고 보니 텃밭의 애물단지인 두더지 피해가 심각하다. 싹이 튼 뒤 애벌솎아내기를 할 무렵 당근 파종골을 따라 두더지가 지나가면서 포기가 들뜨게 되었다. 그때, 아마도 중심뿌리가 잘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는데 역시나 짐작한 대로다. 두더지가 지나간 이랑의 당근은 거의 대부분 뿌리가 서너 갈래로 갈라져 있다. 생장 초기에 중심뿌리를 잃은 당근이 살아남으려 발버둥친 흔적인 셈이다. 두더지 피해를 입지 않은 이랑의 당근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어차피 내 입으로 들어갈 거니까 별로 문제될 건 없지만 이제 곧 파종시기가 다가오는 김장무가 벌써부터 걱정된다. 두더지가 무라고 봐주진 않을 테니까.




▲ 두더지가 지나간 이랑의 당근


내 사는 곳은 아직 좀 이르지만 겨울이 빨리 찾아오는 중부 내륙지방은 가을 당근 파종 시기가 지나가고 있다. 당근은 씨앗이 발아한 뒤 100일이 수확적기다. 요즘 같은 여름 기온에는 일주일이면 발아하니까 파종일로 따지면 110일 정도다. 당근은 파종기의 온도에 따라 발아 편차가 심한 작물이다. 이론적으로 당근의 발아가능온도는 섭씨 4~30℃ 범위이나 4~10℃에서는 발아하는데 15~30일 정도까지 걸린다. 그래서 당근은 수확적기를 판단하는데 있어 보통의 작물처럼 파종 뒤 며칠이 아니라 발아 뒤 며칠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올바르다.


발아 뒤 100일이라고 하면 지금 파종할 경우 11월 초나 중순이 수확적기다. 남부지방이야 12월은 되어야 영하로 내려가지만 중부 내륙지방은 11월 초면 대부분 영하로 내려간다. 많은 사람들이 김장무 파종할 때 당근을 파종하곤 하는데 무의 경우는 파종한 뒤 70~80일이면 수확하지만 당근은 파종한 뒤 110일이 수확적기다. 김장무보다 30일 정도는 일찍 파종해야 한다는 말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하의 날씨에 당근을 수확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 두더지 피해가 없는 이랑의 당근


그렇다면 굳이 왜 발아 뒤 100일을 당근의 수확적기라고 판단하는 것일까? 당근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채소 중에서 베타카로틴 함유량이 가장 높은 작물이다. 농진청에서 발간한 "표준 식품성분표"에 따르면 생당근 100g당 18.3mg의 베타카로틴이 함유되어 있다. 베타카로틴은 토마토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라이코펜과 더불어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카로티노이드계 색소의 대표적 물질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베타카로틴은 항암, 노화 억제, 항산화 효과가 높다.


현대의 작물생리학은 이 베타카로틴의 생성을 당근의 생육단계별로 나눠 검증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카로틴의 생성은 온도를 기준으로 보면 16~21℃에서 가장 잘 생성되고, 12℃ 이하에서는 생성의 장해를 받고, 7℃ 이하에서는 생성되지 않는다고 한다. 당근의 경우 뿌리형성기는 발아 뒤 20~40일, 뿌리비대기는 40~100일경인데 당근 뿌리의 카로틴 착색이 피크가 되는 시기는 70~100일경이다. 이 기간 뒤에는 뿌리가 조금 더 굵어질 수는 있으나 카로틴 착색은 더 늘어나지 않는다고 한다(가을 파종의 경우 온도 때문에 뿌리도 더 굵어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당근의 수확적기는 발아 뒤 100일이라는 계산이 나오는 것.


겨울이 일찍 찾아오는 지역인데 아직 당근 파종을 하지 않았다면 서두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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