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태풍은 무섭다. 더군다나 10월 말에 오는 태풍은. 일본 열도를 관통하는 터라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지 몰라도 지금 이곳에 부는 바람은 창틀이 흔들릴 정도로 몹시 강하다. 속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배추 밑둥이 들썩거리고 무 이파리는 어지러이 엉키고 당근 잎은 질서를 잃었다. 그나마 비를 동반하지 않은 바람인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 같다.
▲ 속이 차고 뿌리가 굵어지기 시작하는 배추, 무. 무 이파리가 바람 때문에 어지러이 엉켜 있다.
▲ 파종 70일째 당근. 강한 바람에 이파리들이 질서를 잃었다.
메마른 바람에 흔들리는 브로콜리도 어느새 꽃봉오리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수확해야 할 정도로. 벌레들과 싸운 흔적이 역력한 양배추 역시 통이 점점 더 굵어지고 있다. 꼽아보니 파종한 지 110일이 지나가고 있다. 이론적으로 중만생종 브로콜리와 양배추의 재배 사이클이 110~120일 정도다. 식물은 어지간한 악조건 아니면 거짓말 하지 않는다.
몇 포기 안 남은 토마토도 아직은 일주일에 한두 번 수확물을 안겨 주는데, 이번 태풍이 지나가면 아마도 생을 마감해야 할 것 같다. 점점 잎을 떨구고 있는 참다래도 마찬가지 운명. 토마토나 참다래 입장에서는 누가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잘 준비하고 있는데 얼마 남지 않은 삶마저 재촉하는 바람이 야속하기만 할 터.
가을 바람은 이슬 맺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아침마다 메마른 이파리들이 물 달라 아우성이다.
▲ 어느새 꽃봉오리가 한껏 부풀어 오른 브로콜리와 통이 차오르는 양배추. 벌레들과 싸운 흔적이 역력하다.
▲ 가을 토마토는 작지만 조직이 단단하다.
▲ 수확할 때가 된 참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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