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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상추, 여름 파종 - 기상조건 활용하기

by 내오랜꿈 2017.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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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밥상에서 쌈 채소를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는 뭐니 해도 여름이다. 그런데 여름은 쌈 채소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상추와 쑥갓이 꽃대를 세우는 계절. 요즘이야 이름도 외우기 힘든 갖가지 쌈 채소 종류가 다양하게 재배되지만 상추와 쑥갓, 깻잎이 쌈 채소의 '전부'이던 시절이 그리 오래지 않다. 그 시절, 상추의 빈자리는 생채소가 아니라 호박잎이나 머위 등 살짝 데쳐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대신했다. 아마도 궁여지책이었을 게다. 한여름에도 시설하우스에서 재배된 온갖 쌈 채소를 골라 먹을 수 있는 지금, 그 시절 먹거리들은 점점 더 기억의 저장고로 밀려나는 하나의 추억이 되고 있다.



▲ 봄파종 치커리와 상추. 치커리는 아직 버티고 있는데 상추는 서서히 꽃대를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시설하우스가 아니라 텃밭에서 상추 여름재배는 불가능할까? 작물학 교과서는 물론 종묘사 씨앗 봉투의 상추 재배 설명서에도 상추 여름 재배는 피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상추를 가장 필요로 하는 여름에 상추를 키우지 말라니, 돈 주고 사 먹으란 소린가? 작물학 교과서를 보면 상추의 발아적온은 15℃ 전후이고, 30℃ 이상이나 5℃ 이하에서는 거의 발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상추 씨앗은 30℃ 이상에서는 자발적 휴면 상태에 들어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 여름철 상추 싹 틔우기는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주변의 농사짓는 사람들이나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상추 여름재배를 피하라고만 한다. 이론을 배웠으면 써먹어야 될 거 아닌가? 작물학 교과서에서 설명하는 상추 재배이론이 그렇다면 그 조건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면 되지 않을까?



▲ 상추 씨앗 직파(7월 2일)

▲ 직파 상추 씨앗 발아(7월 6일). 25℃에서 상추 씨앗은 3~4일이면 발아한다.

▲ 포트 파종한 양배추 및 상추(7월 2일 파종, 7월 6일 모습)


일단, 상추 발아적온이 15℃ 전후(책에 따라서는 10~18℃)라는 소리는 발아일수만 따진다면 정답은 아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상추 씨앗은 (다른 조건이 동일할 경우) 15℃에서는 평균 발아일수가 6~7일 정도지만 22~25℃에서는 3~4일 정도다. 발아적온이라는 게 발아일수 외에 다른 것까지, 예컨대 발아 이후 작물의 초기 성장세까지 따진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발아일수가 짧은 게 발아적온 아닌가? 이 말은 일평균기온이 15℃ 전후인 봄보다 지금 상추를 파종하면 발아일수가 더 짧다는 말이다. 물론 한낮의 뙤약볕 조건을 피했을 때 이야기다. 여름날 뙤약볕 아래의 지면 온도는 40~50℃까지 우습게 올라간다. 발아 이후 초기 생장기에도 태양광이 너무 강하면 고사할 위험이 있으니 강한 태양빛을 막을 수 있는 조건을 맞추어 주는 게 좋다.  




▲ 상추 씨앗 저온처리. 랩을 씌우고 냉장고에서 2~3일 놓아둔다.

▲ 저온처리 한 상추 씨앗 포트 파종하여 옮겨 심은 모습(파종 21일째)


두 번째로 냉장, 냉동 조건에서 보관한 씨앗이 아니라 상온에서 보관한 상추 씨앗은 '싹틔우기'(최아) 과정을 거치는 게 좋다. 30℃ 이상의 온도에서 자발적 휴면상태에 들어가는 상추 씨앗은 저온처리를 하면 발아가 촉진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저온처리는 씨앗 최아 방법 중에서도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냉장고를 이용하면 된다. 넓은 접시에 키친타올을 깔고 저온처리하고자 하는 씨앗을 구역을 나누어 분류한 뒤 찬물을 공급하여 수분을 머금도록 한두 시간 놓아둔 다음 랩을 씌워 냉장고에 넣는다. 랩을 씌우지 않고 두어도 되는데 이때는 수분이 마르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해 주어야 한다. 상추 씨앗은 이런 방법으로 2~3일 정도 냉장고에서 저온처리하면 싹이 틀 준비를 마친다. 너무 오래 두면 싹이 나와 뿌리가 자랄 수도 있으니까 싹이 나올랑 말랑 할 때가 좋은데 이게 2~3일 정도인 것 같다.


준비를 마쳤으면 이제는 기상조건을 따져야 한다.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 연속될 경우 저온처리를 한 씨앗이라 할지라도 파종 이후 다시 고온에 노출될 경우 싹틈이 중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최소 이틀 이상 연속되는 날이 여름 상추 파종하기에 가장 적합한 날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흐린 날이라 하더라도 폭우가 쏟아진다거나 하는 날은 피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과 같은 장마철이 여름 상추 씨앗 파종하기에 적합한 날이 아닐까 싶다. 일단 싹만 난다면 어지간한 악조건에 노출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여름철에도 상추는 충분히 키울 수 있다. 단지 상추만 독립적으로 키우기보다는 고추 이랑이나 파 이랑 등에 섞어짓기를 하여 강한 태양빛을 차단해 주는 게 훨씬 좋음은 말할 것도 없다. 


여름 상추 재배, 기상조건만 잘 활용한다면 특별히 문제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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