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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엄동설한에 파종하는 마늘

by 내오랜꿈 2017.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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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들어 최저기온이 매일 영하의 온도다. 며칠은 몰라도 열흘 내내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건 이곳에서는 좀체 보기 드문 현상이다. 날 좀 풀리면 심으려 했던 한지형 마늘을 주말 동안 서둘러 파종했다. 낮기온이 10℃ 언저리까지 올라가는지라 땅이 얼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 한지형 씨마늘. 매실발효희석액(100배)에 서너 시간 침지한 뒤 물기를 말린 다음 파종한다.


요즘은 남부지방은 물론이고 중부지방의 한지형 마늘 파종 시기도 점점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원래 한지형 마늘은 늦가을에 파종해서 뿌리만 자리잡은 상태로 월동한 뒤 이른 봄에 싹이 나오도록 키우는 작형이 일반적인 재배법이다. 싹이 일찍 난들 영하 10℃ 이하로 내려가는 한겨울 추위에 자랄 수가 없기 때문. 그러던 것이 점점 파종 시기가 빨라져 중부지방에서도 10월에 파종하는 농가가 많아지고 있다. 일찍 파종하면 마늘이 더 굵어진다고 생각하는 시골 노인분들의 그릇된 믿음이 일차적 원인이고, 농사 오래 지은 이웃집 어른들이 하는 게 옳다고 믿는 귀농, 귀촌 텃밭 농가들의 맹목적 따라하기가 이차적 원인이다. 한지형 마늘은 일찍 파종한다고 종구가 더 굵어지거나 수확량이 늘어나지 않는다.


    <표-1> <한지형 마늘 파종시기별 생육 및 수량>

출처:국립원예특작과학원(http://www.nihhs.go.kr/farmer/technology/Newcrops_list.asp)


▲ 11월 25일 파종의 경우 수확량이 604로 나온 건 誤記로 보아야 한다. 구의 무게가 다른 파종일과 같이 23~24g으로 동일한데 수확량이 이처럼 차이 날 수가 없기 때문. 다른 시기보다 일부러 파종량을 줄이지 않았다면 말이다. 이 실험 결과가 말하는 것은 땅이 얼기 전에 파종하여 뿌리만 제대로 내린다면 유의미한 수확량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위의 <표-1>은 충청북도의 한 농업기술원에서 육쪽 마늘의 하나인 단양 재래종을 가지고 파종시기별 생육 상태 및 수량을 비교 실험한 것이다. 10월 25일부터 12월 5일까지 10일 간격으로 파종한 뒤 비교 실험한 결과 10월 25일부터 11월 25일까지는 초기 생육에서만 약간의 차이가 나타나지 구의 크기나 수확량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표에서 보듯 1구당 무게는 23~24g이고, 10a당 수확량은 660~670kg 사이다(11월 25 파종의 경우 수확량이 604로 나온 건 誤記로 보아야 한다. 구의 무게가 동일한데 수확량이 차이 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시기보다 일부러 파종량을 줄이지 않았다면). 땅이 완전히 얼기 전에 뿌리만 제대로 자리잡는다면 한 달 일찍 심으나 늦게 심으나 수확량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그림-1> <마늘 심는 거리와 수량>


      <그림-2> <마늘 심는 거리와 수량과의 관계>

출처:국립원예특작과학원(http://www.nihhs.go.kr/farmer/technology/Newcrops_list.asp)


마늘의 수확량은 파종 시기보다 심는 거리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림-1> 및 <그림-2>는 마늘 심는 거리와 수확량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심는 거리 15cm일 때의 수확량 지수가 100이라면 9cm일 때의 수확량 지수는 170으로 나온다. 요즘 주로 쓰이는 마늘 전용 유공비닐의 타공 거리가 9~10cm인 이유가 있는 셈이다. 전업농가가 아닌 텃밭농사의 경우는 단순히 수확량보다는 구의 크기가 더 중요할 것이므로 심는 거리는 수확량과 구의 크기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12cm 정도가 적당하다(그림에서 보듯 12cm 거리로 심으나 15cm로 심으나 구의 크기는 거의 차이가 없다). 어쨌거나 이런 실험 결과가 말하는 건 한지형 마늘의 경우 일찍 심어 월동 전에 싹이 나봐야 수확량이나 구의 크기에 영향을 미치지 못 한다는 사실이다. 안 나도 될 싹이 나와 쓸 데 없이 마늘만 고생시키는 격이다. 남이 장에 간다고 거름 지고 장에 가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 엄동설한에 올라오는 마늘 싹. (2014년 12월 파종 한지형 마늘 싹 트는 모습)

▲ 올해는 난지형 마늘도 10월 마지막 날에 파종했다. 한 달 이상 일찍 파종한 주변 농가들의 마늘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로 가냘프다(10월 31일 파종한 난지형 마늘 자라는 모습).


이 엄동설한에 마늘을 파종하면 싹이 날까 싶지만 경험상 한 달 안에 보라색 촉을 밀어 올릴 것이다. 날씨만 따뜻하다면 20일만에도 가능하다. 겨울 지나 싹이 나오면 좋을 텐데 마늘 스스로 이곳 날씨에는 견딜 만하다고 생각하는지 기어이 싹을 틔운다. 다만 추위 탓인지 푸른 잎이 아니라 보랏빛 싹부터 밀어올린 다음 날씨에 따라 서서히 푸른 빛으로 변해 간다. 가을에 파종하면 결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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