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 유충들에 갉아먹히고 있는 토마토들
얼마 전부터 토마토와 고추 주변으로 하얀 나비들이 줄 지어 날아다니고 있더니만 익은 토마토를 따다 보니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방울토마토 안에 무슨 종류인지는 모를 애벌레 한 마리가 들어앉아 있는 것. 이랑 전체를 꼼꼼히 살펴 보니 고추는 말할 것도 없고 익지 않은 토마토 몇 송이에도 구멍이 뚫려 있다. 고추야 늘상 보아 오던 것이니 새삼스러울 게 없는데 토마토에 나비 유충이 들어앉아 있는 건 적어도 이 텃밭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꽃을 찾아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하얀 나비는 누군가에는 아름답기만 할 텐데 나에게는 썩 그리 반가운 존재만은 아니다. 고추나 오이 꽃에 내려 앉은 나비는 과실의 수분이라는 긍정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열매를 숙주 삼아 자신의 후손을 키우려 들기 때문이다. 수많은 열매 중에 겨우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꽃 피어 55일을 자라야 붉게 익는 주먹 만한 토마토 안에 들어앉아 꿈틀대는 나비 애벌레를 보면 절로 살의를 느끼게 된다. 고추 이랑 위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일광욕을 하고 있는 뱀을 보아도 작대기로 쫓아 내는 정도인데 이놈들은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 신발 밑으로 들어가 짓밟히는 운명을 맞아야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텃밭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노란 오이 꽃에 앉아 있는 벌들은 예쁘기만 한데 나비는 왜 이리도 미운 생각이 드는지... 이제부터 토마토가 굵어지기 전에 나비 유충이 들어 있는 걸 골라내는 일이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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