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토마토, 파프리카 등 가지과 작물 육묘한 지 80일이 지났다. 올해 처음 영양고추연구소에서 씨앗을 분양 받은 유월초(영고10호)나 토종(영고11호)은 조생종을 교배시켜 육성한 품종인지라 60일 정도 키우면 분지가 일어나고 화아분화가 시작되는 극조생종 계열이라고 한다. 이걸 모르고 수비초(영고4호)와 같은 날에 파종했더니 보름 전부터 고추 모종에 꽃이 핀 것도 있다. 그렇다고 3월 달에 노지에 옮겨 심을 수는 없는 일이라 노지환경에 맞추는 순화작업도 겸해 고추 모종을 최대한 낮은 온도에서 수분 공급을 줄여 보름 정도 키웠더니 잎 끝이 살짝 말리는 증상을 보인다.
▲ 꽃을 피운 유월초(영고10호) 모종. 영양고추연구소에서 재래종 조생종을 교잡시켜 육성한 극조생종이라 60일 정도 육묘하면 분지가 일어나고 꽃망울이 맺힌다.
▲ 80일 키운 수비초(영고4호) 모종
▲ 모종을 노지환경에 맞게 순화시키느라 보름 정도 낮은 온도에서 수분 공급을 줄여 키웠더니 잎끝이 살짝 말렸다. 병이 아니라 영양부족 때문이다.
병이라기보다는 영양부족 상태에서 추위에 견디느라 고추 나름대로 대응한 결과라 보면 된다. 육묘한 지 60여 일 지나면서부터는 잎색이 점점 연두색에 가까운 녹색으로 변했다. 영양분이 떨어진 상토에 바닷물 희석액만 공급했기 때문이다. 보기 나름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비료 주고 시퍼렇게 키운 모종보다는 웃자라지 않고 튼튼해 보인다. 시중에 파는 모종들은 액비를 공급하면서 높은 온도에서 속성으로 키우기에 잎색이 진하고 키가 큰 게 대부분이다. 고추 모종은 줄기가 굵고 잎과 잎 사이의 거리가 짧고 키가 작은 게 잘 키운 모종이다. 시장에서 구입할 때 참고하시기 바란다. 잎색이 거의 연두색이고 떡잎은 노란색에 가까운 편이지만 본밭에 옮겨 심은 뒤 열흘에서 보름 정도만 지나면 금방 잎색이 옅은 녹색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 작년 11월에 마늘 파종할 때 미리 고추 심을 자리를 비워 두었다.
▲ 마늘 파종골 사이에 옮겨 심은 고추
올해부터는 마늘, 양파 이랑에 고추를 사이짓기 하는 형태로 키우기로 했다. 고추 직파를 위해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 보니 오래 전부터 마늘밭에 파종골을 만들어 직파해서 키우는 방법이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상당히 널리 퍼져 있었던 것 같다. 3월 말이나 4월 초순경에 씨앗을 뿌리면 6월 초에는 꽃이 필 정도로 자라는데 이때 마늘을 수확하면서 고추 파종골에 풀도 매고 북주기도 하는 것이다. 올해는 고추 직파도 하기로 마음 먹었던 터라 지난해 11월에 마늘과 양파를 심으면서 미리 고추 심을 자리를 비워두었다. 직파 재배뿐 아니라 모종을 키운 것도 이렇게 사이짓기 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 청양고추
▲ 가지
▲ 2016년 고추 이랑 모습
▲ 2017년 고추 이랑 모습
3월 말부터 열흘 정도 옮겨 심을 날짜를 고민하다 지난 주말, 키우던 모종들을 전부 본밭에 옮겨 심었다. 최저기온이 5℃ 이하로는 절대 내려가지 않을 거라 확신하지만 세상 일은 또 모르는 법이니 날씨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 수비초 40포기, 칠성초 40포기, 유월초 20포기, 토종 20포기, 청양고추 10포기, 꽈리고추 10포기, 오이고추 10포기, 파프리카 20포기, 토마토 20포기, 가지 10포기. 전부 200포기다. 올해는 토마토를 제외하고는 가지과 작물 모두 마늘, 양파와 사이짓기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땅을 최대한 덜 건드리고 편하게 농사 짓자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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