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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고추 직파재배를 시도하는 이유

by 내오랜꿈 2017.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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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씨앗 포트 파종한 지 60일이 지날 무렵, 고추 직파 준비를 시작했다. 해마다 텃밭 이곳저곳에서 자연발아한 고추를 키워본 적은 있지만 한 번도 일부러 직파해서 키우진 않았다. 어디 시장에 내다 팔 것도 아닌데 그깟 효율성이 뭐라고 지금까지 육묘만 고집했던 셈이다. 그러다 국립농업과학원과 경북농업기술원의 고추 관련 자료를 보면서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특히 경북농업기술원의 고추 직파재배와 관련된 데이터 통계 및 분석은 여러모로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 까닭에 직접 키워 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경북농업기술원의 직파재배 시험 자료는 파종 준비부터 착과 수량에 이르기까지 직파 파종시기별로 관행육묘재배와의 생육 및 수량 차이 등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아래 인용하는 단락은 직파와 육묘의 수량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걸 설명하는 부분이다. 덧붙이는 표와 그림도 전부 이 자료에서 인용한 것이다.

("고추의 직파재배 http://db.gba.go.kr/sub02/sub01_view.php?info_no=226&kind_code=08")


<그림 8-5> 육묘 이식과 직파고추의 초형 및 뿌리 발달 형태 

( 식물체 : 좌 육묘, 우 직파,   뿌리 : 좌 육묘, 우 직파 )

 

<표8-2> 영양고추 직파 시기별 생육 비교


직파시기

(월. 일)

초 기 생 육

후 기 생 육

초 장

(cm)

주경장

(cm)

경 경

(mm)

분지수

(개/주)

초 장

(cm)

주경장

(cm)

경 경

(mm)

분지수

(개/주)

3.17

56.3

28.5

11.7

4.4

104.3

30.1

14.2

9.4

3. 27

56.5

28.2

12.3

4.3

106.2

29.6

14.7

9.6

4.8

46.4

26.9

10.7

3.3

99.0

29.8

14.2

8.9

4.18


21.6

8.1

2.3

99.6

31.0

13.6

8.5 

관행육묘

61.4

20.2

11.1

6.4

92.5

21.4

12.6

11.1


고추의 직파시기는 지대 및 지역과 그해의 기상에 따라 포장의 해빙기가 다르나 대체적으로 3월 하순부터 4월 상순이 적기이다. 직파시기별 입모율은 3월 27일에서 가장 높았고, 초기생육 또한 직파시기가 빠를수록 좋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후기생육은 직파시기 간 차이가 없었다(표 8-2>).


착과주기는 직파의 경우 6월 중순, 육묘는 6월 상순부터 착과되기 시작하여 7월 상순에 최대착과기에 달한 후 서서히 감소되었으며, 착과부위는 직파는 측지, 육묘는 주지에 많이 착과되었다. 낙과 및 개화주기는 직파의 경우 6월 하순, 육묘재배는 6월 중순부터 증가되기 시작하여 7월 10일경에 최대기에 달하였고, 이후 감소하는 경향으로 직파가 육묘재배에 비해 급격히 증감하는 경향이었다. 과장, 과경 등 과실특성은 직파와 육묘재배에 차이가 없었으며, 수량은 3월 하순과 4월 상순 직파에서 높게 나타났다(<표 8-3>).


<표8-3> 영양고추 직파 시기별 수량 비교


직파시기

과 장

(cm)

과 경

(mm)

과육두께

(mm)

주당수확과수

(개/주)

잠재수량

(kg/10a)

3월17일

10.0

18.6

1.64

27.6

213.9

3월27일

10.1

18.2

1.68

35.8

274.0

4월 8일

9.8

18.4

1.90

33.4

277.2

4월11일

9.4

17.4

1.72

24.4

199.4

관행육묘

11.5

17.6

1.69

26.0

295.3

* 잠재수량 : 입모율 100% 가정시 수량


직파재배 자료는 제법 긴 글인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육묘재배와 직파재배의 생육이나 수량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생육상태에 따른 착과나 개화 시기를 보면 직파와 육묘에서 고작 열흘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파종후 조숙터널재배를 한다고 해도 열흘 차이라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육묘 시작일과 옮겨 심은 날짜가 드러나 있지 않긴 하지만 육묘는 6월 상순, 직파는 6월 중순부터 착과가 시작된다. 수량도 직파시기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적기 파종의 경우 관행육묘와 10% 정도도 차이 나지 않는다(직파 277.2kg/10a, 육묘 295.3kg/10a). 그렇다면 지금까지 수많은 고추재배 농가들은 기껏 열흘 먼저 수확하고 고작 몇 % 많이 수확하기 위해 겨울부터 두세 달을 모종 키운다고 그토록 야단법석을 피우고, 모종 구입한다고 종묘상에 헛돈을 갖다 바치고 있었다는 말이다. 경북농업기술원의 이 재배시험 및 통계 분석이 올바른 것이라면 지금까지 고추 재배 농가들은 죄다 말도 안 되는 '삽질'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도저히 이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 수량성은 직파재배시 포기 간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착과 시기가 열흘밖에 차이 안 난다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직파와 비교실험 대상이 되는 육묘일자가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고, 재배의 환경적 조건이 동일한지에 대해서도 따로 언급되어 있지 않다. 비교실험의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셈인데, 전문연구자가 아니라 파견된 공무원들이 이리저리 짜맞추어 만든 자료가 아닌가 의심된다. 물론 파견된 공무원들이 한 것이라 할지라도 농업기술원의 이름을 걸고 발표하는 자료를 이 따위로 만든다는 게 한심한 일이긴 하지만. 사진에 표시되는 날짜를 보면 2010년으로 나오는데, 80~90년대 자료라면 시대적, 기술적 한계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2010년대 자료라는 데서는 직접 키워 보고 검증하자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것이 올해 처음으로 고추 직파재배를 시도하는 이유다.



고추 씨앗 직파. 한 구멍에 3개씩 넣고 짚으로 멀칭.


지난 3월 20일, 영양고추 품종 4종류를 각각 12개의 파종 지점으로 나누어 직파했다. 이곳은 지금 일평균기온이 10℃, 최저기온이 5℃ 전후인데, 지표면에서 1cm 지점에 파종하는 것이라 거의 일평균기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터이니 발아하는데 20일 이상 걸리지 않을까 싶다. 그때쯤이면 이미 육묘한 모종은 본밭으로 옮겨 심었을 것이다. 따라서 내 짐작으로는 직파한 고추가 아무리 빨리 자라도 착과 시기는 30~40일 전후, 수량은 동일한 간격으로 심을시 최소한 2~30% 이상 차이가 나지 않을까 싶다. 고추는 무한화서라서 조건만 맞으면 계속 꽃이 피고 열매가 자라기를 반복하는데, 우리나라 기상조건에서는 전체 생육기간을 보면 3번 정도 일시적으로 확 피어나 열매가 맺히고 다시 피어나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착과 시기가 30~40일 차이면 그 한 번이 왔다 갔다 하는 기간인 것이다.


* 직파재배가 육묘재배에 비해서 확실히 좋은 점은 튼튼하게 자라고 병충해나 바람, 강우 등 환경조건에 강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수량성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 병충해나 기상조건 등에 대한 언급이 필요한데 자료에서는 이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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