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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고추 파종 60일째, 예상에 없었던 꽃맺힘

by 내오랜꿈 2017.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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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고추 씨앗 파종한 지 60일째. 밤에는 기온이 18~20℃ 정도밖에 안 되는 실내지만 낮에는 햇빛의 도움을 받아 25℃ 전후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고추 육묘시 권장하는 최적온도 조건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별 무리없이 키우고 있는 편이다. 파종한 지 60일이 지나면서 대부분 9~10번째 본잎이 나오고 있으니 모종 자라는 속도도 적당한 편이라 할 수 있다.



▲ 수비초 파종 50일째

▲ 수비초 파종 60일째


고추 노지재배의 경우 필요한 육묘일수는 보통 80~90일 정도다. 일반적인 고추 품종은 파종한 뒤 80일 정도 지나면 11~13번째 본잎이 나오면서 분지가 시작되고 1, 2번째 화방에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이때를 아주심기에 알맞은 묘의 크기로 보는 것. 지금 자라는 속도면 교과서적인 육묘일수와 크게 차이 날 것 같지 않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 파종 60일 된 유월초(영고 10호) 모종. 7~8번째 본잎이 나온 상태에서 분지가 시작되고 제1화방에 꽃망울이 맺혔다.


이제 파종한 지 60일이 막 지났는데 영양고추연구소에서 분양 받은 씨앗 4종류 가운데 유월초(영고10호)와 토종(영고11호) 모종에서 분지가 시작되고 1번째 화방에서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다. 떡잎이 나올 때부터 약간 매운 맛이 강한 품종이라는 건 알 수 있었기에 청양고추처럼 육묘일수가 조금 짧을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7~8번째 잎이 나온 상태에서 분지가 시작되고 꽃이 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영양고추연구소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에게 물어 보니 이 품종들은 원래 이렇단다. 본잎이 7~8장 나오면서 분지가 시작되고 꽃이 피기 시작하기에 적정육묘일수는 60~70일 정도란다. 완전 '헐~'이다. 


1월 중순에 고추 육묘를 시작하면서 예상했던 시나리오는 80일 정도 육묘한 뒤, 4월 초에 본밭에 옮겨 심을 예정이었다. 이때쯤이면 이곳은 최저기온이 10℃ 이하로 내려갈 일이 거의 없기에 냉해 피해 입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수비초나 칠성초는 예상했던 그대로인데 유월초와 토종이 이렇게나 육묘일수가 짧을 줄 어찌 알았으리오. 굳이 이유를 추론하자면 이 고추들이 해발 4~500 미터의 산간내륙지역에서 재배하던 품종인지라 극조생종 성향을 보이는 듯한데 꼭 이것만이 이유는 아닐 것이다. 같은 지역에서 재배되던 수비초나 칠성초는 육묘에서 일반 품종과 그리 큰 차이가 없는 걸 보면 지역적 특성보다는 캡사이신 성분의 함유량 차이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지금 냉해 피해를 무릅쓰고라도 다음 주 중에 날을 잡아 일찍 옮겨 심을지, 묘가 조금 노쇠하더라도 4월 초까지 기다릴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 파종한 지 60일 된 토마토 모종들. 10~11번째 본잎이 나오고 있다. 3월 말에 본밭에 옮겨 심을 예정인지라 낮에는 밖에서 직사광선에 노촐시키고 밤에는 10℃ 정도의 낮은 온도에 노출시키는 등 묘 순화작업을 하고 있다.


3월 말에 본밭에 옮겨 심을 예정으로 토마토 모종들을 키우고 있는데, 기상조건을 보아가면서 토마토 모종 아주심기 할 때 유월초나 토종 모종도 옮겨 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 경험적으로 토마토는 고추보다는 내한성이 조금 강한 것 같다. 토마토 모종은 지금 10~11번째 본잎이 나오면서 제1화방이 맺힐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주부터 낮에는 밖으로 내보내 직사광선에 노출시키고 밤에는 10℃ 정도의 저온에 노출시키면서 아주심기 전에 묘를 순화시키고 있다. 요즘 최고기온은 높아야 15℃ 정도지만 한낮 직사광선 조건에서는 거의 섭씨 40℃까지 올라간다. 실내에서만 자라던 모종들이 갑자기 이런 조건에 노출되면 연약한 잎이 타들어갈 정도의 온도이니 묘 순화작업은 꼭 필요하다.


고추는 일반적으로 본잎이 최소한 10매 정도 나왔을 때 분지가 시작되고 제1화방이 맺힌다는 게 지금까지 내가 이론적으로 알고 있던 고추의 생리·생태적 특성이었는데 영양고추 육묘하면서 7~8번째 잎이 나온 상태에서도 분지가 되고 꽃을 피운다는 걸 새롭게 경험하게 된다. 육묘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영원히 모르고 지나갔을 일을 올해도 또 이렇게 하나 배우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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