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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햇양파, 시장에 나오다

by 내오랜꿈 2017.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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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들어 메마른 날이 지속된 탓에 텃밭의 마늘, 양파 자라는 속도가 예년만 못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장엔 벌써 햇양파가 출하되고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수확하는 게 돈으로 직결되는 세상이다 보니 조생종 양파의 조기출하 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그리 놀랍지만은 않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조생종 양파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 몇 년 새 4월 초에서 3월 말로 더 빨라진 듯하다. 다른 지역에서 중만생종 양파 씨앗을 파종할 때인 9월 초·중순이면 이미 거금도에서는 조생종 양파 심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정도다. 그 양파들이 이제부터 시장에 쏟아질 터인데,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 '똥값'으로 전락할지 모르니 양파 재배 농가들은 조금 덜 자랐더라도 기를 쓰고 하루라도 빨리 수확하려 전쟁을 치르게 된다. 



▲ 시장에 나온 조생종 양파


휴일 오후, 읍내 마트에 들렀더니 야외 진열대에 조생종 양파가 진열되어 있다. 잎줄기를 보니 아직 한창 더 굵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내 짐작으로는 지금 이 양파들을 한 달 정도만 밭에 놓아둔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굵어질 터인데, 값이 좋을 때인지라 수확한 듯하다. 15개 전후로 묶은 양파 한 단에 6,000원. 가락동 같은 도매시장을 거쳐 도시의 마트로 나가면 얼마나 할까? 




▲ 작년 11월 말에 심은 중만생종 양파

▲ 작년 11월 말에 심은 한지형 마늘


텃밭의 마늘, 양파들은 자라는 상태가 썩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올해는 예년보다 2,3월 기온도 낮고 비도 적게 온 탓이다. 2월 말이나 3월 초에 웃거름을 조금 주었어야 하는데 비가 오지 않으니 못 주었다. 어제, 거의 한 달 만에 비가 조금 내렸지만 그렇다고 지금 웃거름을 주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다. 우리 집에 있는 웃거름이라고 해봐야 콩깍지를 비롯한 작물 잔사나 음식물 삭힌 퇴비인데, 이것들은 완효성 거름인지라 양분 지속 기간이 최소한 두세 달은 갈 것이다. 4월이 코앞인데 두세 달 지속되는 거름을 준다는 것은 마늘, 양파 수확할 때까지 주기적으로 화학비료를 계속 뿌려주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차라리 요소비료라면 몰라도(질소비료의 양분 지속기간은 최대 보름 정도다) 지금 마늘, 양파에 유기질 퇴비를 주는 것은 올바른 농사법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유기농은 농약 안 치고 화학비료 안 준다고 해서 무조건 유기농이 아니다. 시도 때도 모르고 유기질 퇴비랍시고 작물에게 뿌려대는 것은 화학비료 뿌리는 것보다 더한 재앙일 수 있다. 유기농산물이 건강한 먹거리를 뜻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친환경농산물이라는 이름을 달고 공장형 하우스에서 공장형 축분 퇴비 쏟아부어 생산되는 '유기농산물'(물론 법적으로는 유기농산물이 맞다)을 생각하면 그냥 텃밭에서 적당히 화학비료 주며 키운 농산물이 훨씬 더 건강한 먹거리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그렇다고 오해하진 마시기 바란다. 난 화학비료는 물론 공장형 유기질 퇴비조차 안 쓰는 사람이다. 유기농이라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 맹신하는 소비자들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당신들이 즐겨 찾는 '자연드림'이나 '한살림' 같은 유기농 매장의 농산물들 대부분이 어떻게 생산되고 있는지를...


마늘, 양파에 퇴비 주기에는 늦었으니 짬 나는 대로 바닷물이나 두어 번 살포하는 것으로 웃거름을 대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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