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비료생산 능력
녹비작물 중 비교적 내한성과 내동성이 강한 헤어리베치는 가을에 파종돼 싹이 난 후 초기생육에서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고, 월동 후에도 잘 자라기 때문에 우리나라 중북부 지방에서도 재배가 가능한 두과녹비작물이다.
헤어리베치는 월동 후 4월 중순 부터 왕성하게 자라는데, 특히 5월에 들어서면 빠른 성장을 보여 5월 말에 생육 최성기를 맞는다. 그리고 6월 중순에 이르면 말라 죽는데, 이것을 작물학에서는 하고 현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하고 현상을 잘 활용하면 헤어리베치는 녹비작물뿐만 아니라 피복작물로도 이용할 수 있어 잡초방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질소함량이 높아 조단백질을 많이 함유하면서 분해속도가 빨라 사료작물로도 이용할 수 있는 작물이기도 하다.
헤어리베치는 다른 두과작물과 비교해도 높은 질소함량을 보인다. 다른 작물들의 식물체 내 질소함량이 생육 초기에는 높았다가 진전됨에 따라 감소하는 데 반해 헤어리베치는 전 생육기에 걸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질소함량 때문 에 화학비료 중 가장 중요한 질소원을 공급해주는 녹비작물로 헤어리베치는 활용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기가스의 78%를 차지하는 공중질소를 고정해 이용하는 두과작물이어서 자연자원 에너지 활용 면에서도 중요한 작물이다. 헤어리베치의 화학비료 대체효과는 화본과녹비작물인 호밀과 비교해보면 더 쉽게 알 수 있다. 헤어리베치와 호밀을 5월 중순에 채취해 주요 화학비료 성분을 분석한 결과는 (표 2-5)와 같다.
헤어리베치와 호밀의 비료성분을 비교해 보면 전반적으로 헤어리베치가 호밀보다 양분함량이 높다. 질소함량은 헤어리베치 3.2%, 호밀 1.8%였으며, 칼륨은 헤어리베치 3.7%, 호밀 1.8%이었다. 두과작물인 헤어리베치가 화본과작물인 호밀보다 2배 정도 많게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질소·칼륨과 비교해 그 양은 적지만 칼슘의 경우 약 3배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차이는 헤어리베치가 공중질소를 고정하며 식물체 내에 많은 양의 질소를 유지하면서 더불어 다른 성분들도 토양으로부터 많이 흡수해 이용하기 때문이다. 헤어리베치와 호밀의 생체·건물 생산량에 따른 화학비료 생산 능력은 (표 2-6)과 같다.
헤어리베치와 호밀의 화학비료 공급량을 비교해 보면 헤어리베치가 호밀보다 2 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 농한기가 지난 후 헤어리베치와 호밀이 잘 자라 10a당 건물 생산량이 600㎏ 정도 된다면 헤어리베치는 약 19㎏, 호밀은 약 10㎏의 질소를 공급하게 된다. 즉, 헤어리베치와 호밀의 생체·건물 생산량에 따라 질소 공급량이 달라지는데, 생산량이 많을수록 공급량도 많아진다.
칼륨의 공급량은 질소와 비슷한 반면에 인산, 칼슘, 마그네슘은 식물체 내 함량이 적기 때문에 공급량도 적다. 주요 무기영양성분의 공급량을 주요 작물의 추천 시비량과 비교해보면 호밀은 질소 추천 시비량이 적은 작물, 헤어리베치는 질소 추천 시비량이 많은 작물에 적합하다. 특히 헤어리베치는 질소비료를 많이 요구하는 옥수수 재배 시 활용도가 매우 높은 녹비작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각각의 재배기간 조합이 맞느냐에 달려 있다. 5월 말 이후 파종해도 되는 옥수수 만생종의 경우에는 아주 적합하다. 화학비료 공급 능력은 녹비작물의 분해양상, 성분 가용화 속도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나. 분해양상
헤어리베치와 호밀을 논토양에 처리한 후 일정 기간별로 건물 감소량을 조사해 부 숙화 및 분해율을 산출한 결과는 (그림 2-6)과 같다.
논토양에 처리된 헤어리베치와 호밀의 건물중은 헤어리베치가 호밀보다 훨씬 빠르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처리 후 5일까지 초기에 뚜렷하게 나타나고 그 이후에는 비슷한 속도로 70일까지 건물중 감소가 일어나는 것으로 관찰됐다. 분해율도 초기에 빨라 처리 후 5일까지 헤어리베치는 약 40%, 호밀은 약 20%의 분해율을 보였다. 5일 이후엔 비슷한 속도로 분해돼 처리 후 70일에 헤어리베치는 약 80%, 호밀은 약 60%의 분해율을 보였다. 질소·조단백질 함량이 높은 반면 C/N율이 낮은 헤어리베치가 호밀보다 초기부터 훨씬 분해속도가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헤어리베치와 호밀을 밭토양에서 시용처리한 후 일정 기간별로 건물 감소량을 조사해 부숙화 및 분해율을 산출한 결과는 (그림 2-7)과 같다.
밭토양에 처리된 헤어리베치와 호밀의 건물중 감소는 논토양과는 약간 다른 양상 을 보였다. 논토양에서 처리 후 5일까지 큰 분해양상을 보인 것과 달리 밭토양에서는 처리 후 10일까지 약간 더 긴 기간 동안 큰 부숙화 과정을 보였다. 이 기간에 헤어리베치는 약 50%, 호밀은 약 26%의 건물중 감소를 보였는데 처리 후 70일에는 녹비작물 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건물중의 변화로 산출되는 분해율은 초기에는 두과녹비작물인 헤어리베치가 빠르지만 후기에는 호밀도 잘 분해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논토양에서 녹비작물의 분해는 처리 후 초기 5일까지, 밭토양에서는 처리 후 10일 까지 차이를 보인다. 이런 현상은 녹비작물의 시용시기, 무기양분들의 가용화 속도와도 연계돼 구체적인 세부연구가 수행돼야 한다.
녹비작물의 분해양상, 성분 가용화 속도와 관련해 중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는 녹비의 토양처리 후 부숙화 50% 도달일수를 조사한 결과는 (그림 2-8)과 같다.
<그림 2-8> 헤어리베치와 호밀의 토양 처리 후 일수에 따른 부숙화 50% 도달일수
토양처리 후 부숙화 50% 도달일수는 헤어리베치가 약 13일, 호밀은 약 35일로 두 과작물인 헤어리베치가 화본과작물인 호밀보다 초기 분해율이 훨씬 빠름을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토양에 녹비작물을 시용하려면 화본과작물을 두과작물보다 더 이른 시기에 시용해야 한다.
다. 화학비료 성분 가용화 양상
토양조건별 녹비작물 헤어리베치와 호밀의 토양처리 후 일수에 따른 질소의 가용 화율을 조사분석한 결과는 (그림 2-9)와 같다.
녹비작물들이 토양에 처리된 후 10일까지 논토양과 밭토양에서 헤어리베치와 호밀의 가용화율을 비교해 보면 헤어리베치는 논토양에서 64.9%, 밭토양에서 62.2%를 보였고 호밀은 논토양에서 52.8%, 밭토양에서 29.7%의 가용화율을 보였다. 토 양처리 후 10일부터 70일까지 가용화율을 비교해보면 헤어리베치는 논토양에 서 19.8%, 밭토양에서 31.3%를 보인 반면 호밀은 논토양에서 24.4%, 밭토양에서 55.3%를 보였다.
이 결과 녹비작물로부터 가용화되는 질소량이 두과작물과 화본과작물 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두과작물인 헤어리베치는 논토양과 밭토양에서 처리 후 10∼15일 내 에 60% 이상의 질소가, 15일 이후에는 소량이 가용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본 과작물인 호밀은 논토양에서는 밭토양에서 처리 후 10∼15일 내에 가용화되는 질소가 훨씬 높았고, 그 이후 70일까지 논토양보다 밭토양에서 현저히 느린 가용화 양상을 보였다.
논토양과 밭토양 간의 질소 가용화 속도를 비교해 보면 논토양에서는 투입 초기에 많은 양의 질소가 가용화되는 반면에 밭토양에서는 논토양에서보다 훨씬 많은 양의 질소가 녹비작물 토양 투입 후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가용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비의 완효성 비료 역할은 논토양보다 밭토양에서 훨씬 크게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토양조건별 녹비작물 헤어리베치와 호밀의 토양처리 후 일수에 따른 인산의 가용 화율을 조사 분석한 결과는 (그림 2-10)과 같다.
녹비작물들이 토양에 처리된 후 10일까지 논토양과 밭토양에서 헤어리베치와 호밀의 가용화율을 비교해 보면 헤어리베치는 논토양에서 87.9%, 밭토양에서 70.1%를 보였고 호밀은 논토양에서 80.4%, 밭토양에서 41.3%를 보였다. 처리 후 10일부터 70일까지 가용화율을 비교해보면 헤어리베치는 논토양에서 7.5%, 밭토양에서 17.2%를 보였고 호밀은 논토양에서 14.4%, 밭토양에서 29.8%를 보였다.
논토양과 밭토양 간 인산 가용화 속도를 비교해보면 논에서는 투입 초기에 다량의 인산이 가용화하는 반면에 밭토양에서는 논에서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인산이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가용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산도 질소와 마찬가지로 토양 투입 초기에 많은 양을 가용화했으며, 초기에 가용화하는 양은 질소보다 훨씬 더 빠른 것으로 밝혀졌다.
토양조건별 녹비작물 헤어리베치와 호밀의 토양처리 후 일수에 따른 칼륨의 가용 화율을 조사분석한 결과는 (그림 2-11)과 같다.
토양처리 후 10일까지 논토양과 밭토양에서 헤어리베치와 호밀의 칼륨 가용화율 을 비교해 보면 헤어리베치는 논토양에서 95.2%, 밭토양에서 67.3%를 초기에 가 용화했다. 호밀은 논토양에서 86.3%, 밭토양에서 66.3%가 초기에 가용화해 3요소 중 칼륨이 가장 빠른 가용화를 보였다. 토양처리 후 10일부터 70일까지 가용화율 을 비교해보면 헤어리베치는 논토양에서 4.2%, 밭토양에서 30.7%를 보였다. 호밀 의 경우 논토양에서 11.8%, 밭토양에서 33.3%를 보였다.
논토양과 밭토양 간 칼륨 가용화 속도를 비교해보면 논토양에서는 투입 초기에 많은 양의 칼륨이 가용화하는 반면에 밭토양에서는 논토양에서보다 훨씬 많은 양의 칼륨이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가용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비료 공급능력에 대한 녹비의 분해와 가용화 양상을 연구해 본 결과 화학비료의 3요소인 질소, 인산, 칼륨의 공급능력은 두과작물인 헤어리베치가 화분과작물인 호밀에 비해 같은 양이라면 두 배 정도 큰 것으로 평가됐다. 공급의 양적인 면에서는 질소와 칼륨이 다른 성분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녹비이기 때문에 완효성 비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비교해본 결과 3요소 중 칼륨>인산>질소 순으로 효과가 있었으며, 논토양보다는 밭토양에서 완효성 비료 효과가 컸다. 이러한 내용을 고려해 녹비작물의 시용시기와 시용량 등을 결정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화학비료 3요소 외에 칼슘, 마그네슘, 철, 망간 등 다른 성분들도 3요소와 비슷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칼슘은 헤어리베치에서 1.4∼4.2㎏/10a, 호밀에서 0.4∼1.2 ㎏/10a 정도의 양이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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