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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여행

겨울, 제주에서(4)

by 내오랜꿈 2009.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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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넷째날
 


제주여행은 흔히들 날씨가 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만큼 변덕이 심한 날씨인데, 이상하게도 우리 부부에게 제주도는 늘 맑고 푸른 날씨를 선물한다. 이번 여행 역시 한겨울인데도 따뜻한 날씨에 그 많던 바람마저 잦아들 정도로 맑았다. 이번 여행의 일정을 정리하는 마지막 날, 콘도를 벗어나 서부 산업도로를 타고 오'설록을 찾았다. 오늘은 제주의 서부지역을 돌아보는 일정을 잡아 놓았는데,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도 하기 전에 한라산 등반과 우도를 구석구석 누비고 다녔던 피로가 겹친 탓인지 쇳덩어리를 달아 놓은 듯 일행들의 발걸음이 무겁다.




이름모를 경마공원을 거쳐 점심시간을 훌쩍 넘은 시각, 고르고 고른 끝에 나름대로 맛집이라고 소개된 식당을 찾았건만 음식의 형편없음과 불친절함이 도를 넘었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짜증과 실망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게 될 줄이야...



구릿빛으로 사람을 익게 하고 소금기와 비린내가 진동하는 갯내음과는 달리 제주의 바다는 어딘지 낯설고 낭만적이다. 그 느낌이 사뭇 다름을 협재해수욕장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우도에도 비양도가 있었는데, 협재해수욕장 앞바다에 가깝게 떠 있는 저 섬이 바로 드라마 "봄날"의 촬영지 비양도이다. 우도의 비양도를 보고 "봄날"의 쵤영지라고 박박 우기던 아줌마에게 좀 심하게 구박했더니 모래사장에다 뭔가를 써고 있다.

"잘해라!"

'고현정이 달려가던 길'이 어쩌고 저쩌고 하던 기세는 어디 가고 기껏 이내 파도가 덮쳐 삼켜버릴 곳에 속내를 표현하는 저 소심함이라니...



시간이 흐를수록 흰거품을 물고 가까이 달려드는 파도에 신발을 흠뻑 적셔버렸다. 3박4일의 여행 마지막 날, 피곤함과 동행하느라 건성건성 휙 지나쳐버린 제주 애월간 해안도로는 언제 다시 한 번 가고 싶어진다.

 


공항에서 형네 가족과 손을 맞잡았다. 이별의 순간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런 감정이 다음을 기약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제주에서의 나흘은 평소와 견줄 수 없을 만큼 빨리 지나가 버린다. 그에 비해 밤을 달리는 녹동항까지의 4시간은 얼마나 더디던지...

[출처] 2006, 겨울 제주에서|작성자 느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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