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모습/생태환경

'대략난감' 겨울 풍경

by 내오랜꿈 2016. 12. 27.
728x90
반응형


겨울비가 이삼일에 한 번 꼴로 내리니 텃밭 이랑이 마를 날이 없다. 잎채소는 그럭저럭 버틴다 하더라도 마늘, 양파가 이 습한 기운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겉모습은 아직 생생한데 땅속 사정은 어떨지 모르겠다. 한 며칠 맑은 햇살 보는 게 소원인 건 나나 저들이나 마찬가지일 터. 동병상련이라고 해야 하나? 아마도 처마 밑에 걸린 저 시래기나 우거지도 같은 심정이 아닐까 싶다. 줄에 엮은 지 보름 가까이 되었는데 아직도 숨이 제대로 죽지 않았다. 찬바람 맞으며 두 달 정도 말린 시래기가 좋은 시래기라는데 이러다 진짜 두어 달 말려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 비파나무꽃에서 꿀을 채취하느라 정신없는 꿀벌들.


모처럼 햇살이 따사로운 크리스마스 이브날 오후, 지난 가을부터 꽃을 피우고 있는 비파나무에 겨울잠을 잊은 꿀벌들이 몰려들었다. 점점 더 시들어가는 비파꽃도 야속할 텐데 '비오는 날이 공치는 날'이라고, 얘네들도 비 오는 날이 아쉽기는 매한가지였을 게다. 진한 향기 내뿜는 비파꽃 한 송이에 주둥이를 박은 꿀벌이 휴대폰 카메라를 바짝 들이대도 무아지경에 빠진 듯 제 할 일을 멈추지 않는다. 볕 좋은 날엔 이 비파나무에 우리 집 주변의 벌들이 죄다 모이는 듯, 비파꽃 향기와 벌들의 날개짓 소리가 뒤엉켜 온종일 부산스럽다. 봄볕 같은 따스함이 만든 모습이다.



▲ 한겨울에 돋아나는 가시오갈피나무 새순.


이 따스함에 취해서일까? 가을 초입에 뿌리 나누기를 해서 옮겨 심은 가시오갈피나무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요즘은 철 모르고 핀 개나리꽃, 진달래꽃 소식 듣는 게 어색하지만은 않으나 겨울이 따스한 이곳에서도 가시오갈피나무 새순은 3월 중순은 지나야 올라오는 게 보통이다. 꽃은 정신 못 차리고 계절 구분 못 하는 경우가 있음을 종종 봤지만 새순이, 그것도 새순 자체가 하나의 줄기로 성장하는 두릅나무과 종류에서 겨울에 새순이 돋는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이곳도 내일부터 며칠간 아침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고 하는데 저 새순이 버틸 수 있을까? 


'대략난감', 겨울 풍경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