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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생태환경

커피 씨앗 발아 시키기

by 내오랜꿈 2016.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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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네 달 전 어느 봄날, 매화꽃 구경하러 갔다가 커피농장에 들러 붉게 익어가는 커피 열매 세 개를 얻어왔다. 이때 함께 간 지인이 커피나무 화분 하나를 사서 우리 집에 던져주고 갔는데 지금은 제법 많이 자랐다. 조그만 화분이었는데 두어 달 지나 분갈이도 해줄 만큼 잎줄기가 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 커피나무의 생태적 습성을 잘 모르는지라 마당에 방치한 상태로 놓아 두고 물만 가끔 주는데 아직은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 한여름의 뜨거운 직사광선은 좋지 않다고 하여 맑은 날은 그늘에 옮기곤 하는 게 커피나무 화분을 키우면서 내가 하는 수고의 전부다.



▲ 커피나무. 아마도 2년생 같은데 잎줄기가 계속 분화하고 있다.

▲ 커피 열매. 붉은 열매 속에는 씨앗이 두개씩 들어 있다.


처음엔 커피열매를 보고서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커피나무 화분이 생기고 보니 이 씨앗들이 발아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씨앗 다섯 개를 트레이포트에 심고 나서 발아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자료를 찾아 보니 커피 씨앗은 발아하는데 보통 60일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이것도 온도조건이 맞을 때 이야기다. 20℃ 전후의 온도가 발아적온인데 우리나라의 3,4월 기온에서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당 한구석에 방치했다. 안 되면 말고 하는 생각이었을 거다. 그러다 보니 씨앗을 파종하고 나서는 어느 순간부터 잊고 살았다. 트레이포트의 수분이 증발하는 걸 막느라 짚으로 덮어두었으니 눈에 잘 띄지 않기도 했었다. 그랬는데...



▲ 커피 씨앗 발아. 세 달이란 시간을 전후해서 발아한 커피 모종.

▲ 커피 씨앗. 파종한 지 네 달 가까이 되어서 발아한 커피 씨앗.


6월 중순의 어느 날, 마당 잔디를 깎다가 짚으로 덮여진 트레이포트를 들춰 보니 잊고 지냈던 커피 씨앗 하나가 발아해서 푸른 잎을 꽈배기처럼 돌돌 말고 있었다. 세 달 가까이 된 셈인데 기온이 어느 정도 올라간 다음 발아가 시작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열흘 정도 지난 뒤 또 하나의 씨앗이 발아하는 것까지 보고선 다섯 개 가운데 두 개나 발아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선 발아하지 않은 포트에 다른 화초 씨앗을 파종했다. 빗물에 파헤쳐진 포트엔 흙도 얼마 남아 있지 않았기에 상토를 두껍게 보충하고 제라늄이나 리시안셔스 같은 화초를 파종한 것.


그런데 어제 아침, 화초 씨앗을 파종한 포트 중 한 곳에서 커피 씨앗 하나가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파종한 지 네 달 가까이 되어 가는데 이 좁은 트레이포트 안에서 생명력을 잃지 않고 살아남아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좀 더 큰 화분에 파종했다면 아마도 전부 다 발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커피나무는 우리나라의 겨울 기온을 견딜 수 없으니 겨울 한 철 실내에서 키워야 한다는 것이 문제지 씨앗을 발아시키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지도 않게 네 그루의 커피나무를 키우게 되었으니 이제 커피의 생태적 특성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상식을 쌓아나가야 할 거 같다.


이 나무들에서 빨간 열매가 달리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할까? 아니 그때까지 과연 죽이지 않고 키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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