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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양배추 종류 자라는 모습

by 내오랜꿈 2016.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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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양배추 종류를 키우면서 파종 시기를 한 달 간격으로 세 차례에 걸쳐 나누어 심었다. 7월 초에 파종한 것은 10월 말 11월 초에 수확하고, 8월 초에 파종한 것은 12월 중순에 수확하고, 9월 초에 파종한 것은 이듬해 2, 3월에 수확한다는 목표였다. 7월, 8월 파종이야 별 문제 없지만 9월 파종은 한겨울 추위를 견뎌야 하는 것이기에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부호가 가득했다. 이론적으로 양배추의 내한성 한계온도는 종류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3~-5℃ 전후로 본다. 이곳 겨울 최저기온은 간혹 영하 7~8℃ 정도까지 내려가기도 하지만 늘상 있는 일이 아닌지라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파종한 것인데 예상한 것보다는 양배추 종류의 내한성이 훨씬 강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 올 1월 말, 영하 10℃까지 내려가는 추위에 노출된 양배추와 브로콜리 모습. 처음엔 잎줄기가 완전히 언 듯했지만 날이 풀리자 다시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했다


작년 겨울은 예년에 비해 비교적 따뜻한 편이었지만 1월 말에 찾아온 단 한 번의 한파는 남부지방이나 제주도에서는 몇십 년 만에 찾아온 것이라고 할 정도로 혹독한 것이었다. 이곳도 최저기온이 영하 10℃ 이하로 내려가기도 하고 사나흘 연속으로 영하의 기온이 지속되기도 했다. 양배추의 내한성 한계 실험 치고는 꽤나 기혹한 조건이었던 셈인데, 뜻밖에도 양배추는 더러 얼어죽었는데 브로콜리는 대부분 살아남았다. 여기서 양배추가 죽었다는 건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더이상 결구가 진행 안 된다는 의미고, 브로콜리가 살아남았다는 건 2, 3월에 정상적인 꽃봉오리를 피웠다는 의미다. 곧 브로콜리는 충분히 월동재배가 가능하다는 걸 확인한 실험이었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올해는 브로콜리만 세 차례 나누어 파종하고, 양배추는 조금 일찍 파종하여 충분히 결구한 다음 월동시키기로 했다.


서서히 스산한 기운이 스며드는 11월 중순의 텃밭, 양배추 종류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내고 있다. 양배추 종류는 모두 지중해 연안에서 재배하던 케일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이 케일형 식물을 기원으로 양배추형, 브로콜리형, 컬리플라워형, 콜라비형 등으로 분화되어 온 것으로 보고 있는 것. 한 뿌리에서 파생되었다고는 해도 꽃을 식용으로 쓰는 브로콜리와 뿌리를 식용으로 쓰는 콜라비는 언뜻 많이 달라 보이는데, 초기 생육이 지지부진하다 어느 한 순간 확 자라 있는 모습 등을 보면 같은 과 식물이 맞긴 맞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양배추나 브로콜리보다 조금 늦게 파종한 콜라비가 도무지 크는 것 같지 않아 애를 태웠는데 찬바람 한두 번 불고 나니 어느새 양배추와 키를 나란히 한다.




▲ 7월 초에 파종한 브로콜리가 지금 한창 꽃봉오리를 키우고 있다. 지금 당장 수확해야 할 포기도 눈에 띈다. 이론적으로는 브로콜리의 내한성이 영하 3℃라고들 하는데 짧은 시간 노출되는 것이라면 영하 8℃ 정도까지 견디는 것 같다.




▲ 양배추는 아직 조금 더 있어야 속이 찰 것 같다. 밭을 옮겨서인가, 작년보다 자라는 상태가 못한 듯하다.




▲ 언제 자랄까 싶던 콜라비가 어느새 덩치가 양배추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처음 키우는 것이라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잎줄기 끝부분이 조금씩 굵어지고 있는 것 같다. 콜라비(kohlrabi)란 이름 자체가 양배추(Kohl)와 순무(rabic)의 합성어란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양배추와 순무의 교배종이다.




▲ 방울다다기양배추와 케일. 쌈용으로 뜯어먹느라 제대로 자랄 틈이 없다. 방울다다기양배추는 서너 달 키워 꼬마 양배추를 수확하는 것보다는 수시로 잎을 쌈용으로 이용하는 게 헐씬 더 효율적인 것 같다. 영양학적으로도 케일보다 더 우수하다고 한다.




▲ 비트 자라는 모습. 비트는 뿌리를 이용하지만 무나 양배추 같은 십자화과 식물이 아니라 명아주과 식물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크론키스트 체계에 따른 분류인데, APG 체계(크론키스트나 APG는 모두 속씨식물에 대한 분류 체계의 하나다. 오늘날 지구상의 식물 가운데 속씨식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90% 이상이니 가장 중요한 식물 분류 체계라 할 수 있다)에서는 명아주과를 비름과에 통합시키기도 한다. 최근에는 점점 더 많은 식물학자들이 APG 분류 체계를 따르는 추세다. 비트와 자라는 모습이나 쓰임새 부위가 비슷한 작물로는 사탕무가 있는데, 사탕무 역시 십자화과 식물이 아니라 명아주과다.



▲ 작년 가을까지 키우던 컬리플라워. 올해부터는 퇴출이다.


아, 작년까지 키우던 컬리플라워는 올해부터 키우지 않는다. 컬리플라워는 브로콜리와 생육상태나 쓰임새가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브로콜리에 못 미치는 하나, 곁가지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로콜리는 메인 꽃봉오리를 수확하고 나서도 곁가지가 자라면서 이른 봄까지 겨울 내내 작은 꽃봉오리를 수확할 수 있는데 컬리플라워는 메인 꽃봉오리를 수확하고 나면 끝이다. 영양학적으로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경제성에서 완전 '꽝'인 것이다. 그래서 브로콜리와 비교되는 그 무엇인가가 없다면 당분간 텃밭에서 완전 퇴출이다. 내 먹을 거 키우면서도 생산성과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는 게 못내 슬프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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