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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배추, 무 바닷물 시비 - 작물별 안전사용농도 문제

by 내오랜꿈 2016.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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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텃밭에 부분적으로 바닷물을 활용하여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주로 마늘이나 양파, 고구마 같이 바닷물 원액을 시비해도 별다른 농도장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염분에 강한 작물에 사용하는 편이다. 고추나 토마토, 가지 등 가지과 작물과 배추, 무 등 십자화과 작물도 비교적 바닷물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진청에서 발표한 "작물별 바닷물 안전사용농도 기준"을 보면 마늘, 양파, 고구마, 감귤류는 바닷물 원액을 엽면살포 해도 별다른 장해가 없고, 감자는 5배, 토마토는 7배, 배추, 무, 파프리카 등은 10배, 고추, 벼, 콩, 상추 등은 20배 정도 물에 희석하여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나와 있다(보다 상세한 내용은 유기농에서의 바닷물 활용 문제 참조). 나의 경우는 주로 가지과 작물과 십자화과 작물에 바닷물을 많이 활용하는 편인데 10~20배 정도 희석하여 엽면 살포한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는 어떤 작물에서도 눈에 보이는 농도장해를 경험해보지는 않았다.



<작물별 바닷물 안전사용농도 기준표>


▲ 출처: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친환경농산물 생산을 위한 바닷물의 농업적 활용 매뉴얼", p.27


지난 8월 말에 파종한 무와 9월 초에 옮겨심은 배추에도 바닷물을 희석하여 살포하고 있다. 비료의 투입이 전혀 없는 텃밭에서 바닷물 살포와 발효 액비 살포는 중요한 외부 영양분 공급원인 셈이다. "안전사용농도 기준표"를 보면 무나 배추의 경우 10배 희석액은 농도장해가 전혀 없고 5배 희석액은 0~1% 이하의 잎에서 황화현상 내지 백화현상이 보이는 등 아주 경미한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0~1%의 잎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은 사실 거의 피해가 없다는 말일 텐데 그래도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김장배추를 옮겨 심은 뒤 며칠 지난 9월 중순에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 정도 배추와 무에 바닷물을 살포했다. 보통은 10배 정도 희석하여 살포하는데 이번에는 5배 희석하여 살포했다. 과연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났을까?



▲ 김장무 파종 4주차. 아래 사진에서 바닷물 농도장해 현상의 하나인 백화현상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배추는 전혀 피해가 없는데 무는 몇몇 잎이 하얗게 마르는 백화현상을 볼 수 있다. 모든 포기에서 나타나는 게 아니라 파종골 중간중간의 몇 포기에서 나타난다. 아마도 몇몇 포기에서 표면장력 덕분에 땅에 떨어지지 않고 잎에 달라붙어 있던 바닷물 방울이 햇볕에 마르면서 잎의 특정 부분에 농도장해를 일으킨 것 같다. 뭐 그렇다고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 것 같지는 않다. 포기가 성장하면서 새잎이 돋아나니 백화현상이 일어난 포기나 일어나지 않은 포기나 겉으로 보기에는 생육상의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안전사용농도 기준표"에서 무는 10배 희석하여 사용하라고 하면서 열무는 20배 희석하여 사용하라고 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열무나 무가 생태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는 작물인데 왜 바닷물 희석배율이 차이가 날까 궁금했는데 어느 정도는 궁금증이 풀린 것 같다. 배추는 몰라도 어린 무는 확실히 10배 이상 희석하여 사용하는 것이 안전한 거 같다. 곧 어린 무는 열무(열무란 말 자체가 '여린 무', 곧 어린 무를 뜻하는 말이다)에 준하여 희석배율을 높여서 사용하고, 어느 정도 성장한 무는 희석배율을 5~10배 정도로 낮추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안전사용농도 기준표"에서 무와 열무의 바닷물 사용 희석배율이 다른 이유는 바로 이 차이의 반영인 것 같아 보인다.



▲ 가뭄 탓에 늦게 파종한 당근. 솎아주어야 하는데 일주일 넘게 내리는 비 때문에 미루고 있다.


그나저나 일주일 넘게 비가 내리고 있다. 물론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도 있을 테지만 가을장마로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다. 한 달 넘게 비가 안 와서 애태운 게 얼마 전인데 이젠 비라니. 덕분에 올해 김장농사는 예년에 비해 조금 힘든 편이다. 세상을 닮아서인가? 날씨마저 왜 이리 극단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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