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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세상

김성근식 야구(1) : 오늘 이기기 위해 내일을 착취하는, 시대착오적 '허명'의 그림자

by 내오랜꿈 2016.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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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던지고 싶었던 투수’를 절대권력은 악용했다. ‘팀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벌어진 일들. 감독의 권위로 무분별한 출전이 이뤄졌다. 거기엔 납득할만한 ‘근거’나 ‘명분’도 없었다. 지고 있는 상황, 점수 차가 큰 상황, 며칠 동안 많은 공을 던진 상황. 그 모든 것이 마구잡이로 뒤섞였다. 막무가내로 휘둘렀던 전가의 보도는 날이 상하고 말았다. ‘선한 자’와 ‘상대적 약자’를 상대로 벌어진 독선과 아집, 횡포의 단면이다."


아래 인용한 엠스플 기사의 한 대목이다. 광고로 먹고 사는 언론사의 기사치고는 이례적일 정도로 상당히 강한 톤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작년 말부터 엎어져 크고 작은 수술을 받은 윤규진, 배영수, 이태양, 안영명, 임준섭에 이어 한화의 젊은 투수 김민우가 어깨 와순관절 손상(류현진의 바로 그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다는 소식에다 권혁마저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다. 이에 기자들이 김성근 감독에게 투수들을 너무 혹사시키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했는데 김감독의 대답이 야구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 해에도 부상을 당하는 투수들은 많다. 도대체 혹사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보통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소속팀 구성원의 부상 소식에 대한 유감이나 안타까움의 표시나 해명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되려 김감독은 "혹사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되물은 것이다.


 <2년간 비상식적인 혹사 당한 권혁>


단 2년 간 통산 커리어에서 경험하지 못한 많은 이닝과 투구수를 소화했다. (사진=엠스플뉴스 박동희 기자)


이에 '빡친' MBC스포츠플러스가 메이저리그, 저팬리그, KBO리그의 투수 혹사 사례를 심층탐사보도 형태로 보도하고 있다.


아직도 김성근 감독을 '야신'이니 뭐니 하고, 한화 야구가 재밌니 어쩌니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화 야구가 재미 있다고? 재미의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뭐라 시비 걸 수 없겠으나 분명한 건 요즘은 고등학교 팀도 이런 식으로 운영하지 않는다는 사실. 프로야구 팀에서 툭하면 '벌투' 논란이고 '특타' 타령이다. 정신력, 투혼으로 포장된 혹사는 오늘 이기기 위해 내일을 착취하는, 시대착오적 '허명'의 그림자일 뿐이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감독이 하는 게 아니다. 이 자명한 진리를 인정하지 않는 한 김성근 감독 같은 사람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구조가 KBO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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