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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비파 발효효소액 담그기

by 내오랜꿈 2016.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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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집 앞을 지나던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한마디 던진다.


"와 비파를 안 따고 버린다요? 다 떨어지겄소."



▲ 비파 열매는 완전히 익으면 맨 아래 사진처럼 옅은 살구빛이 감돈다.


건성으로 아침 인사를 건네고 무슨 말인가 하여 비파나무 주변을 살피니 담장 바깥 쪽으로 비파 열매 두어 개가 떨어져 있다. 어제 저녁에 바람이 조금 세게 분다 싶어 고추줄을 한 번 더 묶었더랬는데 그 바람이 간밤에 심술을 조금 부렸던가 보다. 전체적으로 노랗게 익어가고는 있지만 비파는 완전히 익으면 잘 익은 살구빛이 감돈다. 최대한 숙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동네분들 눈에는 게으름으로 비친 모양이다.


2,3년 전부터 먹기가 아까울 정도의 열매만 보여주더니 올해는 이걸 가지고 무얼 하지? 하는 고민을 할 정도로 제법 많이 달렸다. 아직 푸른빛이 도는 건 남겨두고 수확하니 20kg 가까이 된다. 술을 담글까, 발효효소액를 담글까 고민하다가 전부 효소액을 담그기로 했다. 술은 효소액을 따르고 난 뒤 건지로 담궈도 될 것이라는 '얄팍한' 계산이 작용한 결과다.





마당에 달랑 한 그루 있는 터라 마냥 방치해 두었더니 열매마다 생존을 위한 온갖 투쟁의 흔적들이 그려져 있다. 꼭지 따고 씻고 말리고를 한나절. 설탕과 함께 용기에 넣으니 15L 짜리 병 두 개가 가득 찬다. 


살다 보면 누구나 처음 하는 것투성이일 테지만 나에게도 비파와 관련되는 일은 대부분 처음이다. 그래서 고민이다. 적정량의 설탕만 넣어야 할지 설탕 중의 일부를 시럽으로 만들어 넣어줘야 할지를. 비파 열매의 수분 함유량은 매실과 비슷할 듯한데 조직의 치밀도가 매실과는 많이 다르다. 매실 같은 단단함보다는 복숭아 같은 무름이랄까? 시험 삼아 한 통은 설탕만, 한 통은 설탕의 20% 정도를 시럽으로 만들어 넣고 비교해봐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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