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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죽순의 계절

by 내오랜꿈 2016.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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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30℃를 오르내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온도 변화에 텃밭 작물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마늘과 양파는 아직 온전한 때가 되지 않았음에도 줄기를 쓰러뜨리려 한다. 미처 다 굵기도 전인데... 토마토나 가지는 신이 났지만 채 뿌리를 다 내리지 못한 고추나 파프리카는 뜨거운 햇빛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듯하다. 오후 세 시의 맹렬한 햇살에 잎을 축 늘어뜨리고 있다.




감자밭에 올라오는 명아주와 비름 등을 제거하고 마늘, 양파밭에 올라오기 시작하는 바랭이 손보고 나니 하루 해가 저문다. 오후의 햇살은 한여름 뙤약볕과 다를 게 없다. 다만 습도가 낮은 편이라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 점심을 먹고 뜨거운 햇살도 피하고 죽순도 꺾을 겸해서 대나무밭에 들렀다. 두어 시간 투자해서 일 년 먹거리를 채취하는 일이니 투자 효율성을 따지자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물론 죽순은 꺾는 것보단 삶고 다듬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리기는 하지만.




죽순 삶는 법에 대해서는 온라인 상에서 여러 가지 말들이 많은데 무슨 수학문제처럼 명확한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대단한 레시피인 양 호들갑 떨 이유가 없는 일이다. 솥에 물 붓고 죽순 넣어서 그냥 삶으면 된다. 나의 경우는 잘라 온 죽순을 그대로 솥에 안친 다음 물 붓고 소금을 적당량 넣어 1시간 정도 삶은 뒤 20분 정도 뜸 들인다.(죽순 삶기 및 죽순 장아찌 담그기) 그러고 나서 찬 물에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담궈 식힌 뒤 껍질을 벗긴다. 하나 강조하자면 죽순은 껍질을 벗겨서 삶지 말고 삶은 뒤에 껍질을 벗기는 것이 일도 쉽고 색깔도 예쁘게 나온다. 해 본 사람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 수 있다.




껍질을 다듬은 죽순은 용도에 따라 다르게 보관한다. 밑둥 부분이나 억센 것은 제육볶음 등 각종 볶음 요리에 사용하기 위해 냉동 보관하고 중간 것은 장아찌용으로 사용한다. 연약한 부분은 비빔국수나 무침 요리에 사용하면 좋다. 물론 사용 용도는 각자의 취향에 불과하다. 


죽순 꺾고 나면 이내 여름이다. 여름은 성장의 계절. 꺾이지 않고 살아남은 죽순은 한 달 안에 제 옆의 대나무 만큼 자라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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