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양파밭에서의 하루 - 오월의 해가 짧다

한 달 만에 들른 마늘, 양파밭. 일찍 심은 건 이미 마늘종이 올라와 고개를 숙이고, 늦게 심은 것도 주아가 보일랑 말랑 하고 있다. 양파도 이제 본격적으로 구근 비대기에 접어든 것 같다. 무심한 시간 속에서도 모두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 작년 11월 초(6일)에 심은 마늘과 양파. 이제 본격적으로 비대기에 접어들었다.

▲ 조금 일찍(10월 20일경) 심은 마늘. 마늘종이 한창 올라오고 있다.

▲ 조금 일찍(10월 20일경) 심은 양파.

▲ 마늘종 뽑는 여인들.

듬성듬성이긴 하지만 마늘대 허리까지 차오른 망초 같은 잡풀들을 정리하고 마늘종 조금 뽑고 나니 하루 해가 저문다. 오월 하루가 이리 짧으면 어쩌란 말인가? 과수나무 밑과 밭둑에 우거지는 풀들도 정리해야 하는데...

▲ 고구마나 옥수수 등을 심던 땅인데 멧돼지, 고라니 등쌀에 심을 엄두를 못 낸 채 놀리고 있다. 놀리는 땅 일부에 깨를 파종하고 그물로 덮어주었는데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을 하자면 끝이 없는데 해 짧은 핑계 대고 대충 마무리한다. 놀고 있는 땅 풀 정리하고 이랑을 만들어야 하는데 게으름을 뒤로 하고 해 탓하는 셈이다. 부지런을 떨어 빈 땅에 고구마나 옥수수, 콩 등을 심는다 한들 멧돼지, 고라니 때문에 무사히 수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경험치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겨우 두 고랑 파종골 만들어 씨 뿌리고 파란 그물망 덮어둔 참깨를 수확할 수 있으면 다행이 아닐까 싶다. 참깨나 들깨는 이 밭에서 경계작물에 속한다. 멧돼지, 고라니 등쌀을 피해 수확 가능한 작물과 불가능한 작물의 경계! 

마늘, 양파, 감자, 생강, 파 같은 것 가꿀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지 고구마, 콩, 옥수수까지 수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지 늘 고민만 하며 시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