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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조생종 양파 수확, 토마토 3잎마디 1화방 원칙

by 내오랜꿈 2016.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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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간의 연휴. 흔히 말하는 황금연휴다. 한 10여 년 전만 해도 '어디를 가 볼까?' 하는 고민을 했다면 지금은 '무얼 하고 보내지?' 하는 고민을 한다. 내 삶이 그만큼 황폐해진 걸까? 그렇진 않은 것 같은데...ㅎㅎ 단순히 늙어감의 표현일지도. 김훈이었던가? '내일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으리라는 확실한 예감에 사로잡히는 중년의 가을은 더없이 난감하다'고 했던 게. 쓸쓸함이 감도는 가을은 아니지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마다 황금연휴 어쩌고 하는데 나는 무얼 하고 보내지? 하는, 고민 아닌 고민을 하다 보니 이 좋은 봄날에 중년의 쓸쓸함을 토로했던 김훈이 갑자기 생각난다.



▲ 조생종 양파 수확


아주 할 일이 없는 건 아니다. 하루는 멀리 있는 마늘, 양파, 감자밭을 손보고 하루는 집 옆의 고추나 토마토 등 2~3주 전에 옮겨 심은 가지과나 박과 작물을 손보는 데 할애하면 텃밭 일은 대충 갈무리될 거 같다. 일을 만들려고 마음만 먹는다면야 쉴 틈이 없는 게 텃밭 일이긴 하다. 진딧물이 생기기 시작하는 매실나무 등 몇 안 되는 과일나무도 손보아야 하고 잡풀이 우거진 빈 밭도 정리해야 하는데 딱히 무얼 심을 게 없으니 그냥 두고만 보고 있다. 웬만한 건 멧돼지나 고라니 등쌀에 버티질 못 한다. 고구마, 옥수수, 콩은 물론이고 깨 심기도 겁나는 형편이니...


일부 수확하고 남은 조생종 양파를 모두 수확했다. 저장용 양파 수확할 때까지 두어 달 먹을 분량만 심었으니 양은 그리 많지 않다. 오랜만에 싱싱한 양파를 먹으니 매운 맛은 느낄 새도 없이 단 맛만 입 안을 파고든다.



▲ 대파 모종 자라는 모습.


한 달 전 두 번째 파종한 대파가 발아하여 한창 크고 있다. 7주 전에 처음 파종한 대파는 하나도 발아하지 않았다. 새로 구입한 씨앗이었는데도 그랬다. 할 수 없이 재작년에 파종하고 남은 대파 씨앗을 다시 파종했는데 이렇게 잘 발아하여 자라고 있는 것. 대파는 대표적인 단명종자로 분류된다. 그래서 해마다 새로 채종한 씨앗을 뿌리는 게 보통이다. 재작년에 쓰고 남았던 씨앗도 이렇게 잘 발아하는데 새로 구입한 씨앗이 발아하지 않았다는 건 분명 씨앗이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다. 파나 양파의 경우 이런 문제는 한두 번 경험하는 게 아니다. 모든 씨앗을 직접 채종하여 쓰면 좋겠지만 그건 텃밭 재배에서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 토마토의 3잎마디 1화방 원칙. 이번에 심은 모종은 모두 6개의 잎마디가 나온 뒤 제1화방이 피고 있다.

▲ 텃밭 이곳저곳에서 자연발아하고 있는 토마토. 따지고 보면 모종 키워 심는 것과 자연발아 모종과의 차이는 겨우 4~5주 정도다. 한 달 빨리 먹기 위해 겨울부터 모종을 키워야 하는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3주 전에 옮겨 심은 토마토가 제2화방까지 꽃을 피우고 있다. 토마토는 이론적으로 6~8개의 잎마디가 자란 뒤 제1화방이 나온다. 빠른 것은 6개의 잎마디가 나온 뒤 제1화방이 나오고 늦는 것은 8개의 잎마디가 나온 뒤 제1화방이 나온다. 그 뒤로는 세 개의 잎 마디마다 순차적으로 화방이 생성된다. 6번째 잎마디 다음에 제1화방이 나왔다면 9, 12, 15번째 잎마디 다음에 2, 3, 4번째 화방이 나오고, 8번째 잎마디 다음에 제1화방이 나왔다면 11, 14, 17번째 잎마디 다음에 2, 3, 4번째 화방이 자라는 것. 어쩌다 2개나 4개의 잎마디 다음에 화방이 자랄 때도 있지만 대부분 '3잎마디 1화방 원칙'을 지킨다.


토마토는 품종이나 생육환경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개는 개화후 40~50일 정도면 열매가 성숙된다. 앞으로 40여 일 뒤면 텃밭에서 직접 딴 토마토를 맛볼 수 있다는 말이다. 연휴에 집안에 틀어박혀 이런 계산이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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