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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마늘, 양파 자라는 모습(4월 5일)

by 내오랜꿈 2016.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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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한 달 만에 마늘, 양파밭을 찾았다. 마른 풀로 덮은 두꺼운 멀칭 덕분에 풀도 많이 나지 않을 뿐더러 따로 웃거름도 안 주고 재배하는 터라 자주 갈 이유가 없다.





꽤 추운 곳이고 겨울철에는 이른 오후부터 그늘이 지는 밭이라 자라는 속도가 더디지만 별다른 병충해 피해는 없다. 다만 멧돼지한테 밟혀 고사한 포기는 몇 있는 것 같다. 심고 난 뒤 고자리파리 피해도 없었고 이맘때면 자주 나타나는 노균병 피해도 없다. 단지 인위적인 비료를 주지 않는 까닭에 엽색이 주변의 마늘, 양파보다 연하고 덩치가 작을 뿐이다. 아마도 수확할 때는 주변 관행농보다 구근의 크기가 조금 작을 것이다. 운 좋게도 4월 말, 5월에 비가 잦으면 구근이 굵어지기도 하는데 그게 꼭 좋은 것 만은 아니다. 과도한 비료 성분과 수분을 머금고 굵어진 구근은 저장성이 떨어지고 양파 본연의 맛과 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양파 구의 크기는 같은 잎 수라면 잎집(leaf sheath)의 부풀기 정도에 따라 결정되고 크든 작든 잎 수는 4~6개 정도로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잎집을 가진 5개 전후의 마른 잎이 잎몸을 가지고 부풀어 오른 5개 전후의 잎집을 보호하고 있다. 그 안쪽으로는 잎몸이 없는 서너 개의 비늘잎이 있고 다시 그 안쪽에는 나중에 잎몸을 가진 잎으로 발전할 몇 개의 맹아가 형성되어 있다. 곧 양파는 잎 수의 차이에 따라 구근의 굵기가 달라지지만 같은 잎 수라면 비늘잎이 머금은 수분량에 따라 굵기의 차이가 생긴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양파 구가 크다는 건 그만큼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것에 불과하다. 구의 크기에 따른 영양이나 성분 차이는 거의 없다. 따라서 양파는 작은 게 더 단단하고 저장성도 좋다. 어디 내다 팔 거 아니라면 애써 비료나 퇴비 주고 물 줘 가며 크게 키울 필요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난 유기농으로 양파 키운다면서 양파 구 크게 키운 걸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들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마늘, 양파 심으면서 볏짚과 마른 풀로 두껍게 멀칭한 덕분에 지금껏 풀 한 번 매지 않았지만 파종골이 표가 날 정도로 양호하다. 그렇다고 마냥 방치할 수는 없기에 꽃이 피기 시작한 풀들을 정리했다. 이것으로 수확할 때까지 다시는 풀 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집 근처에 있다면 바닷물은 몇 번 뿌려 주고 싶은데 그럴 형편이 못 되니 이대로 알아서 스스로 자라야 한다. 다른 농사도 뭐 마찬가지만 내게 마늘, 양파 키우기는 그야말로 '건달농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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