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비와 나의 게으름이 더해져 텃밭 이랑 손보는 게 계획보다 많이 늦어진 탓에 열무, 얼갈이배추, 돌산갓, 래디쉬 등의 봄채소 파종도 예년보다는 일주일 정도 늦었다. 이랑에 파종골을 만들고 조심스럽게 씨앗을 넣고 있는데 낮 기온이 20도 가까이 올라가다 보니 봄볕이 따갑게 느껴진다. 햇김치용 봄채소 파종을 끝내고 텃밭을 둘러 보니 일주일 전과는 색깔이 눈에 띄게 달라져 있다.
▲ 쪽파
▲ 부추
▲ 당귀
▲ 가시오가피
겨울 동안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던 쪽파가 '빨리 날 잡아 잡숴' 하고 있다. 이번 주말엔 홍합 넣은 파전이라도 해 먹든지 해야 할 거 같다. 토종 부추도 가녀린 잎줄기를 내밀고, 당귀는 어느새 새순이 아니라 잎사귀로 변해 있다. 새순 올라오는 걸 못 본 채 지나간 주인의 게으럼을 탓하는 듯하다. 담장 밑에 있는 서너 그루 가시오가피도 새순을 틔우고 있다. 며칠 어영부영 하는 사이에 봄날이 내 생각보다 저만치 앞서가려 한다.
▲ 봄파종(2월 10일) 완두콩. 이제 막 싹이 올라오고 있다. 발아하는데 5주가 걸렸다.
▲ 가을 파종 완두콩. 지난 1월 말의 한파에 죽은 게 제법 된다.
▲ 늦게 파종한(11월 29일) 한지형 마늘
▲ 늦게 심은(11월 29일) 중만생종 적색 양파
▲ 조생종 양파
지난 겨울은 예년보다 아주 따뜻한 편이었다. 12월은 아예 봄날 같았고, 1월 중순까지도 추위 다운 추위는 없었을 정도. 텃밭에 남아 있던 김장무를 1월 중순경에 마저 수확했으니 달리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그랬는데 1월 19일부터 25일까지 한반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몇십 년 만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의 강추위가 몰아치는 바람에 텃밭에서 겨울을 나는 월동작물들의 생사가 걱정될 정도였다. 다행히 완두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런대로 잘 버틴 것 같다. 이 지역에서는 완두콩을 대부분 10월 초에 파종해 잎이 난 상태에서 월동시킨 다음 5월 경에 수확한다. 완두콩은 콩과작물 중에서는 내한성이 아주 강한 편이라서 가능한 방법인 것. 하지만 지난 겨울의 강추위에 가을파종 완두콩이 상당수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지난 2월 중순에 다시 완두콩을 파종했는데 지금 한창 싹이 올라오고 있다. 발아하는데 5주 정도 걸린 셈이다.
따뜻한 날씨 믿고 12월이 다 되어서야 파종한 한지형 마늘과 양파도 일찍 심은 것들에 비하면 작고 볼품없지만 나름대로 부지런히 자라고 있다. 전업농가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텃밭 자급농사에서는 조금 일찍 심고 늦게 심고는 수확 때 그리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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