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처음으로 집 안보다 집 밖이 더 따뜻하다고 느끼는 하루다. 집 밖으로 나갈 때면 습관적으로 옷을 껴입지만 텃밭 이곳저곳으로 조금만 움직이면 등에서 땀이 난다. 어쩌면 이런 변화는 사람보다 작물들이 먼저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꽃을 피운 가을 파종 완두콩
작년 가을에 파종한 완두콩이 꽃을 피웠다. 완두콩은 내한성이 아주 뛰어난 편이라 남부해안지방에서는 월동재배도 가능하다. 경험적으로 보면 영하 7~8℃ 정도의 최저기온에 노출되더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겨울 막바지에 맞닥뜨린 한파는 완두콩에게 치명적이었다. 최저기온이 영하 10℃ 이하로 내려가고 4일 동안 영하의 기온이 지속되었던 것. 가을 파종 완두콩의 절반 이상이 동해 피해를 입은 것 같다. 살아남은 것들도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어느덧 몇몇 포기가 제1화방부터 꽃을 피우고 있다.
▲ 봄 파종 완두콩.
완두콩은 해마다 10월 말에 파종해서 5월 중순에 수확하는 월동재배 작형을 유지했는데 올해는 할 수 없이 지난 2월에 추가로 봄 파종을 했다. 봄파종 한 것도 크기가 제각각인데 빠른 건 싹 돋아난 지 열흘 정도다. 한쪽에서는 꽃이 피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이제 싹이 돋아나고 있다.
완두콩은 꽃 피고 일주일이면 꼬투리가 맺히고 꼬투리 맺힌 지 20일이면 수확 가능하다. 속전속결형 작물인 셈. 포기의 제일 아랫쪽부터 7~8개의 꼬투리가 순차적으로 맺히고 익어가기 때문에 말린 상태로 수확할 게 아니라면 통통한 완두콩을 순서대로 수확하여 맛볼 수 있다. 4월 말이면 잘 익은 꼬투리를 딸 수 있다는 말이다.
▲ 조생종 양파
▲ 중만생종 양파
내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양파밭에 부숙시킨 콩깍지를 조금 넣을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이 상태만으로 충분할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콩깍지 퇴비를 넣는다면 부숙 정도로 보아 한두 달 뒤에나 제대로 된 비료 효과를 발휘할 터인데, 잘못하면 구가 비대하기보다는 잎줄기만 무성하게 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농사 짓는 게 점점 더 '생긴 대로 먹고 생긴 대로 살자'주의로 변한다. 점점 더 게을러진다는 말이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집 안에 들어오니 얼마 지나지 않아 서늘한 느낌이다. 밖에서 벗었던 옷을 안에서 다시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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