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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듣는 것들/Music

이병우 - 『혼자 갖는 茶 시간을 위하여』

by 내오랜꿈 2009.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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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날" 이라는 듀엣이 있었다.  '포크시인' 조동진의 동생인 베이시스트 조동익과 기타리스트 이병우라는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결성한, 따뜻하고 섬세한 필치가 살아있는 시화 같은 음악듀오였다.  80년대 후반 단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아쉽게도 해체했지만, 조동익은 그 나름대로 솔로앨범 발표도 하고 세션연주 등의 음악활동을 해오고 있고 이병우 역시 국내에서는 드문 경우지만 기타연주 앨범을 발표하고 음악공부를 위해 유학을 떠나는 등의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왔다.  물론 그들의 음반은 "어떤날"을 아는 사람이나 그들을 아는 소수만이 들어온, 숨은 진주 같은 앨범이라 할 수 있다.

그 이병우가 어느새 4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처음엔 1, 2집보다는 3집 『생각없는 생각』을 더 즐겨 들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차근차근 들어보니 1집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 航海』(1989)와 2집 『혼자 갖는 茶 시간을 위하여』(1990)가 "어떤날" 시절의 착하고 자아성찰적이며 명상적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잔잔한 울림 속에 작은 파장 같은 멜로디가 특징이었던 2집 『혼자 갖는 茶 시간을 위하여』는 그의 연주 대부분이 그렇기도 하지만 기승전결이 명확하거나 튀는 곡이 없는, 앨범 타이틀 그대로 '혼자 갖는 차시간을 위한' 그런 음악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는 일반적인 백그라운드 연주와는 달리 듣고 있으면 어느새 귀를 기울이며 손을 놓게 만드는 무언가가 분명 있다. 


요즘은 별 '가짜는' 것들이 가수입네, 음악가(?)입네 설치는 인간들이 많기도 하고 별 이상한 효과음과 기계음을 남발하며 무슨 장르입네 하기도 해서 그 흐름을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가슴을 울리는 음악은 수백 명이 동원된 음악, 수백 개의 악기가 쓰인 음악만은 아니란 것을 자칭 뮤지션이라고 떠드는 인간들이 좀 알아줬으면....

기타 하나만 가지고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들이 그 얼마나 많은지... 

이병우.
기분이 울적할 때나 오늘 같이 창밖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듣고 있으면 마음속 근심이 다 없어지는 듯한, 그런 음악이다.



written date:2003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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