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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듣는 것들/Music

안치환 Vol.5 『DESIRE』,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by 내오랜꿈 2009.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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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환 Vol.5 『DESIRE』,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안치환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1997년 12월 겨울. 대학로 두레소극장에서 열린 '안치환과 자유'의 Good-Bye 겨울 Concert.

공연장 앞에서 새 앨범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당시 시중엔 발매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앨범 자체도 플라스틱 케이스가 아닌 종이로 되어 있었다. 너무도 소중한 그의 노래 열다섯 곡...

공연이 끝난 후 같이 갔던 사람들(누구하고 갔었지?)과 서울의대 캠퍼스옆 골목길 어느 허름한 소줏집에서 소주를 거나하게 걸치며 잃어버린 '희망'에 대해서, 잃어버린 '꿈'에 대해서 횡설수설 하는 동안에도 코트 안주머니에 들어 있는 앨범 쟈켓을 만지작거리곤 했었던 거 같다.

아마도 마음 한구석엔 빨리 집에 가서 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꽤나 강렬했을 터. 하지만 술과 사람을 앞에 두고 그냥 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1997'이란 숫자에 대한 상념 때문이었을까... 나뿐만 아니라 동행했던 사람들 모두 꽤나 많이 취했었던 거 같다. 

결국은 12시를 넘기고 2차, 3차를 외치며 신촌 근처까지 갔다가 필름이 끊길 듯 말 듯한 상황까지 간 다음에야 택시를 타고 숙대앞 자취방으로 향했다. 어렴풋한 기억에 잠자리 없다는 한 친구를 데리고....

골아떨어진 그 후배를 옆에 두고 그 정신에도 케이스를 뜯고 미니콤포넌트에 CD를 넣고 나서야 들어누웠었던 거 같다.

대충 비몽사몽 간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들었고, '희망이 있다'는 외침을 들었었고, '사랑하련다'는 다짐을 들었고, '그대는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흥얼거리기까지 했었다. '너와 나, 우리는 하나'라는 각오까지...

그해 겨울, 유난히 차갑던 겨울. IMF라는 '신식민지' 치하에서 정리해고라는 칼바람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홈리스'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그런 와중에 들은 안치환의 5집은 참으로 가슴에 와 닿았었다. 말 많았던, 4집을 의식해서일까? 그는 5집을 내기 전에 『노스탤지어』라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앨범을 냈었다. 하지만, 나에게 『노스탤지어』는 그야말로 '향수에 젖은' 패배자로 상징될 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 앨범이었다. 차라리 4집의 락적인 경쾌함을 더 선호했다고나 할까?

어쩌면, 5집에 대한 나의 사랑은 '1997'이라는 그 숫자가 상징하는 외적인 면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래 글은 5집 쟈켓에 들어 있는 안치환의 독백이다. 아마도 그 자신도 4집에 대한 이러저러한 평가(극단적으로는 '변절자'라는...)가 꽤나 신경쓰였던 거 같다(4집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언급해야겠다).


그대여!

나는 항상 그 무엇인가를
속내로부터 갈망하면서
살아왔네.

나의 덧없는 하루하루에 
힘겨운 우리의 터전에 대해 
때로는 서투른 사랑의 대상에 대해
목마른 일상의 바램을
노래하고자 했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나의 노래를.. 

그대여! 
나를 고정화된 눈으로 보려 하지 말게.
틀 속에 넣으려 하지 말게.
나는 그대가 원하는 그 무엇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노래꾼이라네.

다만 세월의 흐름 속에
나의 노래가 그 무엇을 대답해 줄 수 있으리라 믿네.
서두르지 말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희망이 멈추지 않는 한
오늘은 아름답다 할 수 있지 않겠나.

자! 우리 함께 노래 속의 자유를 꿈꿔 보세.



안치환 Vol.5 - 『DESIRE』

1. 희망이 있다 (김남주 詩■안치환 곡)
2.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정지원 詩■안치환 곡)
3.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안치환 글■안치환 곡)
4. 얼마나 더 (송봉주 글■송봉주 곡)
5. 사랑하려네 (김범수 글■김범수 곡)
6. 사랑, 그 이름 하나로 (김범수 글■김범수 곡)
7.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황지우 詩■안치환 곡)
8. 하나를 위한 연가(안치환 글■안치환 곡)
9. 바램 (안치환 글■안치환 곡)
10. 3.8선은 3.8선에만.. (김남주 詩■안치환 곡)
11. 한다 (안치환 글■안치환 곡)
12. 아이고! I GO!(날마다 날마다) (김남주 詩■안치환 곡)
13. 우리의 꿈이 있는 한 (이지상■안치환 글■이지상 곡)
14. 청년 (안치환 글■안치환 곡)
15. 바람 (안치환 글■안치환 곡)
 
written date:2003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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