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온 첫해, 집 앞을 흐르는 개울을 청소하다 도롱뇽을 보았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돌 무더기를 들출 때마다 곳곳에서 노랗고 까만 도롱뇽이 겨울잠을 자는 듯 둔함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여름날 폭우가 쏟아질 때는 우악스럽게 흐르는 거친 하천을 피해 집 마당으로 올라와 꼬물거리는 도롱뇽도 볼 수 있었다. 그랬던 하천이 지금은 산기슭에 들어선 취나물 가공공장 덕분에 도롱뇽은커녕 미꾸라지도 구경하기 힘들게 변해버렸다. 사방 어디에도 공장 굴뚝 하나 없는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그것도 불과 6~7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 치고는 꽤나 심각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조차도 나만 안타까워 하지 30여 가구가 넘는 마을 주민 그 어느 누구도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가 키운 취나물만 좋은 값으로 팔 수 있다면 그깟 하천 좀 오염된들, 도롱뇽이 아니라 자기가 키우는 개가 그 물을 마시고 죽는다한들 별 상관 안 할 사람들인 것. 같은 것을 바라보아도 생각이 다르면 서로 소 닭 보듯 할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오늘, 일주일 동안 싹 틔우기 하던 씨감자를 심었다. 지난 주말 비가 제법 왔었는지 산기슭에 자리한 밭 전체가 축축한 느낌이다. 계곡에서 밀려 내려온 토사가 밭 축대 옆을 흐르는 배수로를 넘칠 듯이 쌓여 있다. 그래서인지 밭 고랑 한 곳에 못 보던 작은 웅덩이가 생겼는데 그 안에서 도롱뇽 한 마리가 썩어가는 낙엽을 방패막이 삼아 웅크리고 있다. 도롱뇽 치고는 꽤 덩치가 큰 놈이다. 이놈을 어떻게 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물이 졸졸 흐르는 배수로에 옮겨 주었다. 비가 더 오지 않는다면 이 배수로는 마를 수도 있지만 내가 키울 수는 없으니 앞으로의 삶은 저 혼자 알아서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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