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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양배추 종류 월동 재배, 절반의 성공?

by 내오랜꿈 2016.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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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기온이 15℃ 이상으로 올라간다. 단순히 온도가 올라가는 것만이 아니라 햇볕을 맞고 서 있으면 햇살이 따가울 정도다. 이제 겨우내 저온에 노출되었던 십자화과(배추나 양배추 종류들) 작물들은 머지 않아 꽃대를 올릴 것이다. 같은 십자화과 식물인 냉이 종류는 벌써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텃밭 한 귀퉁이엔 지난 여름, 가을에 걸쳐 한 달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나눠 심은 양배추 종류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월동재배 양배추 종류 자라는 모습 참조). 나눠 심었던 이유는 한꺼번에 자라면 다 먹기가 어려우니까 자라는 순서대로 거두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계산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그 계산대로 되었을까?



▲ 작년 9월 중순에 파종한 브로콜리의 3월 초 모습. 유일하게 제대로 자랐다. 겨우내 브로콜리는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 작년 9월 중순에 파종한 양배추의 3월 초 모습. 결구를 시도는 하고 있지만 아마도 결구하기 전에 장일조건을 맞으면서 꽃대를 세울 거 같다.

▲ 작년 9월 중순에 파종한 방울다다기양배추의 3월 초 모습. 송이들이 한창 맺히고 있는데 제대로 된 크기로 자랄지는 불확실하다.

▲ 작년 9월 중순에 파종한 컬리플라워의 3월 초 모습. 제대로 자라지 못 하고 잎이 시들고 있다. 500원 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정도? 브로콜리 잎도 시드는 게 있지만 꽃봉오리는 정상적인 크기로 자란 뒤에 시든다는 게 둘의 차이다.


작물학 교본에는 양배추나 브로콜리, 컬리플라워의 재배조건에 그렇게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월동 가능한 내한성의 기준에 대해서도 -3~-5℃ 정도를 언급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막상 재배해 보면 종류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애초부터 한 달 간격으로 파종했다고 한 달 간격으로 수확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물론 안 했다. 파종기의 온도가 다르고 자라는 동안의 일조량이 다른데 꼭 들어맞을 리가 없는 것. 그렇지만 작물별로 생각했던 것보다 그 차이가 심하다.


파종은 작년 7월 초, 8월 중순, 9월 중순에 나누어 했는데 7월, 8월에 파종한 건 어느 것이든 대부분 모두 수확하고 남은 게 없다. 문제는 9월 중순에 파종한 것이다. 양배추 종류는 적기에 심어도 수확하기까지 100~120일 정도 걸리는 작물이니 9월 중순 파종은 처음부터 월동한 뒤에 수확할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계산대로 된 건 브로콜리 뿐이다.



▲ 브로콜리 데친 것

▲ 브로콜리 두부 무침. 브로콜리와 양배추, 케일을 살짝 데치고 두부는 물기를 짠 다음 약간의 어간장만 넣어 함께 무친다.

▲ 한겨울에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브로콜리

▲ 이미 수확한 브로콜리 곁가지에서 작은 송이들이 다시 피어나고 있다.


브로콜리는 포기에 따라 꽃봉오리의 크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어느 포기든 가을재배와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한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등 한순간도 자람을 멈춘 적이 없어 보일 정도다. 반면에 양배추는 한겨울엔 거의 자람을 멈추고 숨만 붙어 있었던 듯하다. 추위가 가신 뒤부터 잎에 생기가 돋아나며 결구할 듯한 모양새를 취하지만 그러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춘분이 20일도 채 안 남았는데 장일조건을 선호하는 배추과 작물로서는 이제 점점 더 결구에 힘을 쏟기보다는 종자 번식에 힘을 쏟을 것이기 때문이다. 방울다다기양배추는 나름 송이들을 키우고 있는데 정상적인 크기로 자랄지는 불확실하다. 컬리플라워는 제대로 크지도 못한 채 늙어가고 있다.


월동재배는 처음 시도해 본 것이라 올 겨울의 경험이 일반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이번 겨울은 드물게도 영하 10℃ 이하로 내려간 적도 있고 4일 연속 영하의 기온으로 보낸 적도 있다. 이 지역에서는 아주 예외적이라 할 수 있는 외부조건에 노출되었던 셈이니 더더욱 그러리라 생각한다. 한두 해 더 재배해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런저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올겨울 양배추 종류 재배는 나름대로 성공했다 할 수 있다. 1월 중순까지 양배추를 수확할 수 있었고, 봄색이 말을 건네는 3월 초에도 텃밭에는 미처 수확하지 못한 브로콜리가 자라고 있으니 말이다. 겨우내 어떻게 하면 남아도는 브로콜리와 양배추를 좀 더 많이 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보내야 했던 것만으로도 양배추 종류 월동재배는 앞으로도 계속 시도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한 것 같다. 재배상의 문제는 계속 하다 보면 답이 나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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