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는 원래 가지과에 속하는 다년생 작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년생 초본식물로 재배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채소 중에서 가장 많은 재배 면적과 생산량을 차지하는 작물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봄재배, 가을재배를 겸하는 배추를 가장 많이 재배할 것 같은데 농진청 자료에 따르면 고추의 재배 면적이 1.5배 이상 더 넓다. 2010년 통계 자료를 보니 고추 재배 면적이 44,584ha이고 배추는 28,270ha다. 전체 재배 면적에 대한 비율로 따지면 고추는 거의 20%에 육박한다. 또한 환금성도 아주 뛰어나기에 농가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농작물 가운데 하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날씨에 따른 생산량의 편차가 심하고 단위면적당 소득도 감소함에 따라 재배 면적이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다른 작물에 비해 일손이 많이 필요한 작물인데 농촌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노동력이 부족한 것도 재배 면적 감소에 일조하고 있는 것 같다.
고추 재배의 어려움은 육묘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싹을 틔워 본밭에 옮겨 심기까지 거의 세 달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아마도 1년생 작물 중에서는 육묘 기간이 가장 긴 작물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상업적 목적으로 재배하는 전업농가가 아니면 대부분 시장이나 종묘사에서 고추 모종을 사서 심는 게 보통이다. 소량 재배의 경우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나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 실내에서 대나무 살을 다듬어 간이로 만든 트레이포트 하우스
나 역시 텃밭에서 키우는 작물은 대부분 직파를 하거나 모종을 직접 키워서 심는 편인데 고추 만큼은 작년까지도 모종을 사서 심었다. 세 달 가까이 걸리는 육묘 기간도 문제지만 모종을 키우는 동안 온도도 25~28℃를 유지해 주어야 하는지라 따로 온상시설을 하지 않는 한 키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해는 기어이 고추 육묘를 시도했다.
지난 달 중순, 1차로 72구 트레이 포트에 대촌고추 씨앗을 직파했다. 지난 주 초에는 나눔 받은 수비초도 파종했다. 이론적으로 고추의 발아적온은 25~28℃. 겨울철 우리 집 실내 온도는 18~20℃ 정도. 이 온도 차이는 간이 비닐하우스로 해결했다. 트레이포트 크기에 맞는 대나무 살을 다듬어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씌운 것. 밤에는 바닥의 따뜻한 온기가 하우스 안의 온도를 높이고 낮에는 햇볕이 하우스 안의 온도를 높인다. 방바닥의 온기나 햇볕의 강도에 따라 25℃ 이상은 쉽게 올라가고 맑은 날 햇볕이 강할 때는 30℃ 정도까지도 올라간다. 흐린 날에도 20℃ 이하로 내려갈 일은 없다. 이 정도면 고추도 견뎌주지 않을까 싶은데, 이제 시작인 셈이니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성장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 파종 25일차 대촌 고추 모종. 발아일수가 일주일 정도 차이가 나는 것도 있다.
1차로 파종한 대촌 고추는 파종 25일차인데 발아일수가 일주일 이상 차이가 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본잎이 두 매 정도 나와 있다. 다소 편차가 있긴 하지만 뭐 이 정도면 두 판에서 100포기 정도는 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직은 장담할 수준은 못 된다. 최소한 두 달은 더 키워야 옮겨 심을 수 있는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아랴.
사실 이 대촌 고추는 실패하면 모종 사다 키우면 되는데 2차로 파종한 수비초는 꼭 성공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따로 소량의 씨앗을 팔지도 않을 뿐더러 모종은 더더욱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나눔 받은 양도 얼마 되지 않기에 노심초사 하며 발아시키고 있다. 이제 막 떡잎을 밀어올리고 있는데 생각보다 튼튼하지 못한 모양새다. 파종한 지 채 열흘도 되지 않은 씨앗에 대고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세 달이란 시간은, 아무래도 모종 키우는 시간 치고는 너무 길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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