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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강추위를 겪은 양배추 그리고 비파나무

by 내오랜꿈 2016.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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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이틀 전까지 일주일 넘게 영하 10℃를 오르내렸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오고 있다. 오늘 내린 양만 40mm가 넘는다. 모레까지 예보되어 있는데 도대체 얼마나 내리겠다는 속셈일까? 겨울비 치고는 상당히 많은 양이지만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20mm 정도 내린 적도 있음을 기억하고 있으니 아주 낯설기만 한 건 아니다. 하지만 몇십 년 만이라는 강추위에 온갖 것들이 얼어 붙은 직후에 내리는 비라서 그런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어제 아침에 꽁꽁 언 배추 잘라서 된장국 끓였는데 언 배추 채 다 녹기도 전에 3일 동안 내리는 비라니, 겨울 배추 썩는단 소리 나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강추위에 축 늘어져 있던 양배추 종류들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서서히 생기를 회복하고 있다. 어제, 오늘 내리는 비가 앞으로의 생육에는 분명 도움이 되리라. 지난 가을 한겨울, 이른 봄 수확용으로 40여 포기의 양배추 종류를 파종했는데 지난 주 강추위를 만나 생존 여부가 불투명했다. 양배추의 동해 한계온도가 영하 8℃ 정도라 알고 있었기에 거의 포기하고 있었던 것. 그랬는데 방울다다기양배추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다. 4일 가까이 영하 10℃를 오르내리는 영하의 온도 속에 머물러 있었는데도 생존할 수 있다는 건 사실 좀 의외다. 아마도 노지에서 자라면서 어느 정도는 추위에 적응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반면에 동해 한계온도가 같은 영하 8℃인 배추는 전부 얼어붙었다. 어제 아침 배춧국을 끓이기 위해 텃밭에 남아 있던 배추를 보니 밑동이 완전히 얼어 있었다. 먹는 데는 지장 없겠지만 다시 살아날 확률은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강추위를 견뎌 냈다고는 하나 이 양배추 종류들이 정상적으로 생육해서 무사히 수확을 마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몇몇 브로콜리는 수확해도 괜찮을 정도로 꽃봉오리를 키우고 있지만 브로콜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아직 잎만 무성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 장일조건에 이르기까지는 50여 일 정도 남아 있으니 시간은 충분하다. 기다려보는 수밖에.



▲ 비파나무 꽃송이. 이제 꽃잎을 다 떨어뜨리고 열매의 몸집을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강추위를 겪은 것 중에 더 걱정스러운 건 양배추 종류보다 비파다. 지난 2~3년 동안 몇 송이의 열매만 보여 주고 덩치 키우기에 열중하던 비파나무가 작년 가을엔 수많은 꽃송이를 피워 겨울을 나고 있다. 특이하게도 비파나무는 가을에 꽃을 피워 월동한 다음 이른 봄부터 열매의 크기를 키운다. 지금 꽃잎을 거의 다 떨어뜨리고 열매의 몸집 불리기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비파나무는 영하 5℃ 이하에 자주 노출되면 결실이 형편 없이 떨어진다. 비파를 심은 밭이 남향인가 아닌가에 따라서도 수확량이 차이난다고 할 정도로 온도에 민감한 난대성 식물이기 때문.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나 남부 해안가 지방이 아니고선 노지에서 키우기가 힘들다. 지금 당장 겉으로 봐서는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 같은데 이 역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처음으로 제대로 꽃 피운 비파인데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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