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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생태환경

고추 아주심는 시기와 관련해서 - 기후변화와 농사

by 내오랜꿈 2016.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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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부터 온 나라가 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겨울 실종 이야기하던 게 불과 열흘 전인데 세상사 모를 일이다. 이번 추위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아시아, 미국 북동부, 중부 유럽 등 북반구 대륙 전반에 걸쳐 몰아쳤다고 한다. 전형적인 아열대 지역으로 인식되는 홍콩이나 대만, 플로리다 남부에도 눈발이 날리는 걸 보면 추위의 강도가 세긴 셌던 모양이다. 미국 동부지역을 덮고 있는 눈구름 위성 사진을 보니 플로리다 남단은 물론 쿠바 상공까지 눈구름이 내려와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게 기상학자들이 설명하는 북국 소용돌이 때문이든 제트기류의 약화 때문이든 지구온난화의 영향임은 분명하다. 지구온난화는 흔히 생각하듯 기온이 따뜻해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기후가 점점 더 예측불가능해진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 미국 우주 기지에서 찍은 미국 동부를 뒤덮은 눈폭풍 위성사진(출처: 인터넷 연합뉴스 2016/01/24)


독일의 기상학자인 쾨펜의 기후 구분에 의하면 한반도는 냉온대 경계지역에 위치한다. 쾨펜이 정의한 온대기후는 최한월 기온이 -3℃ 이상 18℃ 미만인 지역이다. 최한월 기온이 18℃ 이상이면 열대기후, 최한월 기온이 -3℃ 이하이고 최난월 기온이 10℃ 이상이면 냉대기후로 구분했다. 최난월 기온이 10℃ 미만이면 한대기후로 분류하는데, 건조기후(연 강수량 500mm 미만)와 함께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기후대다. 


쾨펜의 냉온대 정의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서해안은 강화, 중부내륙지방은 충주, 괴산, 봉화, 동해안은 아마도 속초 이북의 어느 지역을 연결하는 곡선이 냉온대 구분선이 될 것이다(<표 1> 참조). 동해안 지방은 난류의 영향으로 겨울 기온이 상대적으로 동위도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 높게 나온다. 그런데 온대기후로 분류되는 구간은 최한월 기온 편차가 21℃에 이를 정도로 너무 광범위하다. 같은 온대기후라도 식생을 비롯한 기후 특성이 많이 다를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후대의 기상학자들은 온대와 열대 사이에 아열대기후를 추가한다. 덕분에 우리는 지구온난화를 언급하면서 한반도의 기후가 점점 아열대화 되어 가니 어떠니 하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표 1> [ 주요 도시 최한월평균기온(℃) : 30년(1981~2010) 평균값]

강화인천서울수원충주영주봉화속초여수부산제주서귀포
1월-3.5-2.1-2.4-2.9-4.2-2.9

-3.9

-0.3

2.43.25.76.8

※ 기상청(http://www.kma.go.kr)의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것임



그런데 쾨펜의 기후 구분를 보완하는 아열대기후의 기준을 놓고서 학자들이나 각국 기상청의 정의가 제각각이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게 글렌 트레와다의 구분법인데, 트레와다는 년중 월평균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인 지역을 아열대기후로 정의했다. 이 구분법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포항, 울산에서 시작해 목포, 흑산도에 이르는 남해안 해안가 지방은 대부분 아열대기후에 속하게 된다(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 중 장흥, 보성, 고흥의 산간지역은 예외다. 해안가 지방으로서는 특이하게 겨울에 내륙성 기후의 특성을 보이는 지역이다).


하지만 이 구분법은 쾨펜의 정의와는 다른 별도의 데이터를 찾아야 하기에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존 그리피츠는 최한월 기온이 6℃ 이상 18℃ 미만을 아열대기후로 분류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는 제주도의 서귀포 일대를 제외하고는 아직 아열대기후대에 속하지 않는다. 참고로 우리나라 기상청은 최한월기온 5.1℃ 이상 18℃ 미만을 아열대기후로 분류한다. 기상청 분류를 적용하면 제주도의 대부분(산간지역 제외)이 아열대기후에 속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기상청 분류가 적당하다고 본다. 기후대 분류는 일차적으로 식생의 특성에 따른 분류라 할 수 있다. 쾨펜이 건조기후, 한대기후를 따로 분류한 것도 식생이 불가능한 기후대이기 때문이다. 작물 생육에 있어 5℃는 중요한 기준점이다. 대부분의 작물이 5℃ 이상이냐 미만이냐에 따라 생장을 지속하느냐 멈추느냐를 결정한다. 5℃ 이상이면 거의 대부분의 작물 뿌리는 생장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표 2> [ 여수 월평균기온(℃) : 1960~2015]

1월2월3월4월5월6월7월8월9월10월11월12월
20153.54.28.313.318.620.823.925.722.117.713.17.0
20143.85.39.214.218.621.624.424.322.517.711.93.1

20131.83.69.111.918.021.825.827.023.218.410.34.9
20122.21.87.413.118.621.525.127.121.917.29.52.3
2011-1.54.96.312.317.121.125.125.323.317.013.53.8
20102.15.07.611.217.121.624.726.723.417.210.34.2
20003.12.58.312.817.520.924.926.221.317.310.86.0
19901.46.18.912.417.021.224.927.022.517.413.35.0
19801.71.47.612.017.120.822.422.320.915.911.62.1
19700.24.04.111.717.519.523.326.522.717.39.23.9
19601.75.09.312.017.020.725.127.222.017.311.43.4

※ 기상청(http://www.kma.go.kr)의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것임

   붉은 색 - 월평균기온 10℃ 이상, 파란 색 - 월평균기온 5℃ 이상


<표 3> [ 서귀포 월평균기온(℃) : 1961~2015]

1월2월3월4월5월6월7월8월9월10월11월

12월

20158.48.111.115.019.021.224.226.222.818.915.410.1
20148.28.611.915.719.521.625.325.524.320.115.07.7
20137.08.512.214.319.222.227.329.125.421.113.98.7
20126.86.610.815.519.922.426.127.923.019.713.27.9
20114.09.09.314.218.721.726.726.325.119.917.28.3
20107.59.310.813.318.322.025.928.325.519.514.08.9
20008.16.411.014.818.622.427.228.323.820.314.710.6
19906.29.811.313.818.622.126.528.524.218.915.69.1
19806.65.49.914.017.821.424.324.022.018.114.16.3
19704.68.27.013.217.819.624.027.023.619.012.68.2

1961

5.86.19.813.016.921.026.427.124.519.514.28.1

※ 기상청(http://www.kma.go.kr)의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것임. 서귀포는 1960년 기록이 없어 1961년 기록을 인용.

   붉은 색 - 월평균기온 10℃ 이상, 파란 색 - 월평균기온 5℃ 이상



그리피츠나 기상청 분류가 간단하고 명확하긴 하지만 트레와다의 분류는 1년 동안의 기온 변화를 상세히 알 수 있게 해 준다는 측면에서 나름 유용한 지표다. <표 3>을 보면 서귀포의 경우 지난 55년 동안 최한월인 1월의 기온이 5℃ 이하로 내려간 적인 거의 없다. 월평균기온이 10℃ 이상인 달도 10개월이 넘는 경우가 많다. 어느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아열대기후로 분류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지난 5년 동안 기록한 농사일지를 참고할 때 같은 고흥이 아니라 여수 지역의 기후와 가장 흡사하다. 고흥은 여수를 마주한 동쪽 지역과 보성을 마주한 서쪽 지역의 기온이, 특히 겨울 기온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동쪽은 따뜻하고 서쪽은 차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내가 기록한 농사일지의 기온이 고흥이 아니라 여수의 기온과 거의 유사함을 입증해 준다. 내 짐작으로는 여수 지역은 높은 산이 없는 평지이고 보성 지역은 주변을 높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는데 높은 산에 영향을 받은 복사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표 2>에서 보듯 여수의 기온은 10℃ 이상인 달은 대부분 8개월 이상이지만 최한월인 1월의 기온이 1~2℃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뿐만 아니라 12월이나 2월의 기온도 5℃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아직까지 아열대 기후로 분류하기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를 이야기하고 한반도의 기후 상승을 이야기하지만 기상청 데이터를 보면 중부 내륙지방은 몰라도 제주도나 남부 해안가 지방은 작년 재작년을 제외하고는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기후대의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 만한 뚜렷한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 설사 어느 정도의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고 한들 일반 사람들이 그 변화를 실생활에서 곧바로 감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 겨울만 해도 겨울이 실종되었니 어쩌니 하지만 이건 작년 12월 기온이 지나치게 따뜻해서 호들갑을 피운 것이지 실제로는 작년 겨울, 재작년 겨울도 아주 따뜻했다. <표 2>, <표 3>의 여수, 서귀포 지역 월평균기온을 보면 2015면 12월 기온이 다른 해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1월이 다 가야 비교가 되겠지만 아마도 1월 평균기온은 올해보다 작년, 재작년이 더 높게 나올 것이다.



눈 속에 파묻힌 양배추 종류들


문제는 이런 따뜻한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예컨대 농사나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이다. 특히 농사는 지속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한두 해 따뜻한 기온 믿고 새로운 작물을 재배하다가 올해처럼 갑자기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 오면 한 해 농사가 날아가 버린다. 시설재배가 아닌 노지재배는 그래서 함부로 새로운 걸 시도하기가 어렵다. 나만 하더라도 몇 해 따뜻한 기온 믿고 겨울 양배추 파종했다가 이번 추위에 다 얼어 죽게 생겼다. 이 추위 지나고 몇 포기나 살아남을지 모르겠지만 상업적인 재배였다면 상당한 타격을 입지 않았을까? 아마도 이 지역의 경우 설 전후로 출하 예정이던 겨울배추 재배농가는 이번 한파 때문에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 같다.


농사 지으면서 농사일지를 쓴 지 5년이 지났다. 무슨 거창한 기록이 아니라 그날그날의 기온 같은 날씨 특성이나 농사와 관련해서 한 일 등을 간략한 메모 형태로 적는 정도다. 간략한 메모 정도라도 5년이나 10년 정도 지나면 어떤 형태로든 유의미한 데이터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5년이 지나가고 있는데 뚜렷한 결과물은 만들어내지 못 하고 있다. 결과물이란 게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데 분석이란 게 어떤 목적성도 있어야 하고 다른 자료와도 비교해야 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보니 쉽지 않다. 그래도 올해는 이 일지를 토대로 고추 재배에서 한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4월 말이나 5월 초에 심는 고추를 이 곳에서는 4월 10일을 전후해서 심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추 육묘기간(80~90일)을 역산해서 지난 14일 고추 씨앗을 포트 파종했다.



1월 14일 파종한 고추씨앗. 파종 11일째 모습.


고추는 원래 열대작물이기에 온도에 민감하다. 그래서 전통적인 고추 재배교본에는 마지막 서리가 내린 후 일주일 뒤에 옮겨 심으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마지막 서리일자만 고려할 경우 내륙지방은 몰라도 남부 해안지방은 3월 초에 고추를 심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여수나 부산, 목포, 통영 같은 해안지방은 3월초 이후에는 거의 서리가 내리지 않는다. 바닷가 특성상 영하의 온도 근처로 내려가도 바람의 영향으로 2월 이후에는 서리가 내리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저기온은 3월 말까지 0℃근처로 내려갈 경우가 간혹 생긴다. 내가 사는 지역의 경우 최저기온이 5℃ 이하로 내려간 마지막 날은 2015년의 경우 3월 26일, 2014년의 경우는 3월 24일이다. 일반적으로 가짓과 작물의 어린 묘는 5℃ 이하의 기온에 오래 노출되면 냉해를 입을 확률이 크다.


따라서 내가 생각하기에 고추 아주심기 하는 시기는 마지막 서리일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평균기온이 10℃ 이상으로 올라가는 날이 언제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3월, 4월의 기온은 맑은 날의 경우 일교차가 평균 10℃ 정도다. 일평균기온이 10℃라는 말은 최저기온이 5℃ 이하로 잘 내려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교차가 극단적인 편차를 보이는 경우에도 최저기온이 0℃ 이하로 내려갈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기온이 일평균기온 10℃의 의미다. 그만큼 고추묘가 냉해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말이다. 여수 지역의 경우 2015년을 보면 일평균기온이 10℃ 이상으로 처음 올라간 날이 3월 16(11.5℃)일이고, 10℃ 이하로 내려간 마지막 날은 4월 14일(9.7℃)이다. 하지만 추세적으로 보면 3월 30일 정도면 일평균기온이 완전히 10℃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표 4> 참조). 2014년을 살펴보면 이보다 더 빠른 3월 25일경이면 일평균기온이 10℃ 이상으로 올라간다. 그래도 자연의 일인지라 혹시 모를 위험요소를 고려해서 일평균기온이 추세적으로 10℃ 이상으로 올라간 날로부터 10일 정도 후에 고추묘를 옮겨 심으면 냉해 입을 확률은 거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중부내륙 산간지방은 일교차의 편차가 해안지방보다 심하다. 그러니 일평균기온의 기준온도를 지역에 따라 12~13℃ 정도로 높이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싶다.



<표 4> 여수 [ 일평균기온(℃) ] 2015년

1월2월3월4월

5월

6월7월8월9월10월11월12월
1일-2.61.24.312.518.521.122.426.923.020.211.09.9
2일-1.14.04.412.818.320.221.626.624.017.412.911.3
3일1.15.04.714.916.722.024.327.224.219.514.05.5
4일6.23.71.311.218.421.021.327.424.319.915.15.1
5일7.12.42.910.414.416.421.527.722.719.516.86.9
6일5.73.56.211.615.118.721.227.822.019.516.67.2
7일0.14.17.69.417.219.118.928.622.419.614.68.1
8일0.8-2.58.19.618.118.920.328.721.619.517.28.7
9일3.3-2.76.510.317.721.422.928.222.618.615.511.3
10일4.54.3-0.611.916.721.723.928.222.617.213.911.5
11일3.86.34.212.616.320.224.325.523.315.715.39.7
12일1.53.35.213.015.622.423.723.321.416.116.28.9
13일5.21.47.611.019.520.122.425.721.317.713.210.5
14일5.84.37.59.718.520.823.725.621.618.115.59.9
15일7.06.18.912.319.621.224.626.221.218.715.39.2
16일4.26.311.513.017.421.824.525.120.319.116.24.1
17일1.75.612.312.017.519.722.125.821.018.616.60.6
18일2.43.510.912.614.922.222.125.621.819.013.32.6
19일4.94.311.014.518.322.724.125.822.019.112.35.2
20일3.25.912.612.819.620.024.124.722.319.614.27.2
21일5.67.713.313.619.020.623.423.722.619.812.98.5
22일5.38.512.816.120.220.824.024.722.118.914.29.0
23일4.25.37.414.718.922.524.925.119.418.814.410.2
24일4.86.06.916.019.921.724.924.522.019.012.48.3
25일6.27.98.316.720.821.425.923.222.517.48.54.6
26일8.56.19.318.122.322.427.324.422.916.13.27.1
27일3.01.910.317.622.420.027.324.022.316.04.03.8
28일1.63.611.616.221.420.627.624.922.814.07.20.8
29일3.9 13.415.221.921.527.424.022.715.28.92.9
30일1.8 13.717.219.519.927.223.818.812.010.34.0
31일-0.2 13.3 20.8 27.124.3 10.4 5.2
평균3.54.28.313.318.620.823.925.722.117.713.17.0

※ 자료:기상청(www.km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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