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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치 않은 가을장마에 데어서 그랬을까? 지난 가을엔 무엇인가를 말린다는 게 겁날 지경이었다. 모든 걸 자연상태로 말리는 터라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는 것. 덕분에 무말랭이를 말리려다 곰팡이가 슬어 제법 많이 버릴 수밖에 없었고, 11월에 딴 치자를 아직까지 말리고 있는 중이다. 다만 치자는 그 자체가 방부제 역할을 하는지라 썩거나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랄까.
▲ 무말랭이. 가을에 말린 것보다 색깔이 더 고운 것 같다.
겨울 초입부터 무말랭이차를 만들어 마시다 보니 힘들게 말려두었던 무말랭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주, 볕이 짧은 한겨울에 잘 마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무를 썰어 말렸는데 생각보다 아주 잘 마른 거 같다. 가을에 말린 것보다 색깔이 더 곱다. 기온은 낮지만 습도가 낮으니 이런 모양이다. 오랜 시간 안팎을 드나들었던 치자도 이제 거의 다 마른 것 같다. 말린 치자 색깔은 언제 보아도 한동안 눈길이 머문다.
▲ 치자. 말리는데 거의 두 달이 걸렸다.
이런 날씨면 무말랭이를 부지런히 말려도 될 거 같다. 무말랭이차를 마시는 덕분에 소비량이 많아졌다. 지금까지는 보통 3~4일에 한 번 보리나 옥수수를 넣고 물을 끓여서 마시는데 요즘은 물 끓일 일이 없다. 거의 무말랭이차를 물 대신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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