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모습/농사

배추, 무가 자라는 겨울 같지 않은 겨울

by 내오랜꿈 2016. 1. 7.
728x90
반응형


어제부터 윗지방은 소한 추위 어쩌고 하는데 이곳은 얼음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대한이 놀러 왔다 얼어 죽기는커녕 땀 흘리고 갈 판이다. 새해 들어서는 영하로 내려간 적이 한 번도 없다. 이게 도대체 겨울 날씨가 맞을까? 날씨가 이러니 텃밭에선 예상하지 못 했던 풍경이 연출된다.



▲ 9월 말에 파종한 배추. 속이 차고 있다.


김장배추 파종하고 남은 씨앗을 9월 말경에 다시 파종했다. 겨울에 봄동배추처럼 쌈으로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배추가 속을 채우고 있다. 원래 내가 예상한 모습은 아래 사진처럼 속이 차지 않고 푸른 상태로 땅바닥에 바짝 누워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속이 다 차지 않은 다른 배추도 땅바닥에 그냥 누워 있지는 않다. 조금씩이나마 새잎을 밀어올리고 있는 것 같다.



▲ 가을에 파종한 상추. 

▲ 3차 파종한 김장무. 텃밭에 그대로 두고 필요할 때마다 뽑아 먹고 있다.

▲ 두더지의 흔적들.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두더지도 극성이다. 온 밭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가을에 파종한 상추도 아직 생생하다. 마치 봄파종 상추마냥 부드럽기 그지없다. 더 황당한 것은 추위에 아주 약하다고 하는 무도 그대로 있다. 필요한 만큼 수확하고 실험적으로 삽십여 포기는 그대로 두었는데 날씨가 이러니 아직도 몸체는 생생하다. 필요할 때마다 싱싱한 무를 바로 뽑아 먹을 수 있으니 좋기는 한데 과연 이게 좋기만 한 것인지... 며칠 전 유채를 일부 잘랐는데 그 속에 푸른 배추벌레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내년 봄에 과연 얼마나 많은 벌레들에 시달릴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따뜻한 날씨 탓에 두더지들도 살판났다. 겨울에 땅이 얼면 지렁이들이 땅속 깊게 들어가는데 땅이 얼지 않으니 땅 표면에서 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이 지렁이를 먹이로 하는 두더지들의 흔적도 여느 겨울보다 더 선명하다. 마늘, 양파밭을 쳐다 보면 저절로 살의를 느끼지만 어디 이놈들이 쉽게 잡힐 놈들인가? 그냥저냥 도 닦는 마음으로 없는 자비심을 베풀고 있다.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 깊어지고 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