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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은 해수 표면으로부터의 깊이에 따라 표층수, 중층수, 심층수, 저층수로 나뉜다. 농업적으로 활용하는 바닷물은 주로 표층수(해수 표면으로부터 100M까지의 바닷물)나 심층수(해수 표면으로부터 200M~4,000M까지의 바닷물)다. 바닷물의 성분을 분석하면 물이 96.5%이고 나머지 3.5%는 염소, 나트륨, 황, 마그네슘, 칼슘, 칼륨 등 80여 종의 다양한 광물질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 수치는 전 세계 해수의 평균치를 말하는 것이고 지역에 따라 계절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광물질의 절반이 넘는 55%가 염소, 30.6%가 나트륨이다. 나머지는 황(7.7%), 마그네슘(3.7%), 칼슘(1.2%), 칼륨(1.1%) 순이다.
바닷물에 포함된 염분의 성분을 분석하면 영화나트륨(77.9%), 염화마그네슘(9.6%), 황산마그네슘(6.1%), 황산칼슘(4%), 염화칼륨(2.1%)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꼼꼼하고 정확한 사람은 이 수치를 더해 보고 알아차리겠지만 전부 합하면 99.7%다. 그렇다면 나머지 0.3%에 수많은(자료에 따라서 70~90여 종이라고 한다) 미량원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이상의 각 성분별 퍼센티지 수치는 모두 국립농업과학원, <바닷물의 농업적 활용 매뉴얼>에서 인용). 이래서 바닷물을 일컬어 '미네랄의 보고'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바닷물을 직접 끌어다 쓰기 힘든 지역에서는 천일염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천일염을 바닷물 농도로 녹여서 사용한다고 해도 바닷물과 똑같지는 않다. 천일염은 시간이 지나면 간수가 빠져나간다. 간수의 주성분은 염화마그네슘, 황산마그네슘, 염화칼륨 등이다. 천일염을 2~3년 정도 보관하면 중량이 20% 정도 줄어드는데(이건 나의 경험치이니 보관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만큼 마그네슘이나 칼륨 성분도 많이 빠져나간다고 보아야 한다. 바닷물에 포함된 양이온 중에서 칼륨이나 마그네슘은 식물생육에 있어 필수 원소다. 특히 칼륨은 비료의 3요소에 속하는 다량 필수 원소다. 그러니 천일염을 쓸 때는 오래되어 간수가 빠져나간 것보다는 그 해 생산한 천일염이 더 좋다. 바닷물 역시 장기간 보관하면 마그네슘, 칼슘, 칼륨 등의 성분이 줄어든다고 하니 끌어오는 대로 곧바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천일염을 농사에 이용하는 방법은 직접 토양에 살포하는 방법과 물에 녹여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천일염을 물에 녹여서 사용할 경우 바닷물의 농도에 맞춘 뒤 작물별 희석 비율을 따지는 게 편하다. 카페나 SNS 상에서 천일염을 이용할 경우 어떻게 녹여야 바닷물처럼 사용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닷물의 염분 농도는 '퍼밀(permillage)', 곧 '천분율'로 표시한다. 물 1L 속에 염분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 바닷물의 3.5%가 염분이라고 하니 염분 농도는 35 퍼밀(‰)이다. 이 말은 물 1L에 소금 35g을 녹이면 대충 바닷물의 염분 농도와 비슷하다는 말이다. 물론 앞에서 설명한 대로 똑같을 수는 없다. 실제 바닷물조차 동해, 남해, 서해에 따라 염분 농도가 제법 차이난다고 한다. 동해안의 바닷물은 세계 바닷물 평균 염분 농도인 35 퍼밀에 가깝지만(그리고 계절별 편차도 그리 크지 않지만) 서해안의 경우는 30 퍼밀 정도다. 특히 여름에는 30 퍼밀보다 더 낮아진다.
천일염을 직접 토양에 살포할 경우는 바닷물 살포량의 1/30을 생각하면 된다.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3.5% 정도이니까 소금은 바닷물이 30배 정도 농축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바닷물 20배 희석액이나 소금 600배 희석액이나 비슷한 농도라는 말이다. 일본의 경우 천일염을 직접 토양에 살포하는 농법이 오래 전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작물에 따라 10a(1,000㎡≒300평)당 25~75kg 정도 살포한다고 한다. 고구마, 감자, 양파 등 염해에 강한 작물과 벼농사 등에 사용하고 있다.
바닷물이나 천일염 사용과 관련된 질문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토양에 염분이 축적되어 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바닷물과 소금을 작물이나 토양에 무턱대고 들이붓지 않는 한 노지에서는 염류집적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래 전부터 해수와 천일염을 농업에 이용해 온 일본에서의 결론은 노지의 경우 200mm 이상의 비가 내리면 염류는 토양에서 용탈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우량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1,300mm 정도다. 걱정할 걸 걱정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거 같다. 다만 하우스 재배의 경우는 분명 문제가 될 것이다. 바닷물이 아니라 과도한 비료 사용만으로도 염류집적에 따른 피해가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볼 때 하우스에서의 무분별한 사용은 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 작물별 바닷물 안전사용농도 기준
유기농업에서 바닷물이나 천일염 사용에 따른 피해 보고는 주로 농도 장해에 따른 피해 말고는 특별한 건 없는 것 같다. 다만 일본의 경우 마그네슘(Mg)이나 붕소(B)의 과잉장해 현상에 대한 보고가 있다고 한다. 언뜻 생각하기에 딸기의 마그네슘 결핍 증상과 같이 결핍이 문제가 되면 되지 과잉장해 현상은 어떤 게 있을까 싶다. 붕소는 몰라도 마그네슘 과잉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내가 알기에 붕소는 바닷물에 포함되어 있는 것보다 이런저런 유기물에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배추나 무 재배에서 붕소결핍증을 이야기하곤 하는데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밭에서 문제가 되지 작물 잔사나 풀 등의 유기물이 그대로 거름이 되는 유기농에서 붕소결핍증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나의 경우 2010년도에 붕사 1kg을 구입한 뒤 배추, 무 키울 때 한 번 사용하고는 지금껏 사용하지 않고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무나 배추에서 별다른 붕소 결핍 증상이 나타난 적이 없다. 사실 작물 생육과 관련해서 미량 원소의 결핍이나 과잉 증상은 유기농에서는 크게 문제되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나 공장에서 만들어진 퇴비가 아니라 작물 잔사나 풀을 그 자리로 되돌려주는 자연순환 유기농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미량 원소 결핍 문제는 바닷물 시비만으로도 해결될 수 있을 만큼 크게 도드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미량 원소 문제가 바닷물이나 천일염을 시비한다고 과연 마그네슘이나 붕소 등의 과잉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을까? 그런 증상이 나타날 정도라면 과연 얼마나 많은 양을 시비해야 할까? 사례 보고서를 자세히 읽어봐야 믿을 수 있을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보고된 사례가 있다고 하니 붕소나 마그네슘의 과잉이 문제가 되는 작물에서는 적절하게 조절하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 다만 내가 아는 지식으로는 마그네슘 과잉이 문제가 되는 작물이 어떤 게 있는지 잘 모르겠다. 결핍이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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