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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월동재배 양배추 종류 자라는 모습

by 내오랜꿈 2015.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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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겨울 브로콜리가 피어나고 있다. 지난 여름에 양배추 종류를 파종하면서 의도적으로 한 달 간격의 시차를 두고 세 차례로 나누어 파종했다. 7월 초, 8월 중순, 9월 중순. 7월 초 파종은 보통의 가을재배용으로 11월 수확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지금 텃밭에서 꽃봉오리를 피우는 것은 8월 중순에 파종한 것들인데 당장 수확해도 좋을 정도로 자란 것들과 한창 자라고 있는 것들까지 다양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 8월 중순에 파종한 브로콜리. 당장 수확 가능한 직경 15cm 이상 자란 것들.

▲ 8월 중순에 파종한 브로콜리. 직경 15cm 이상 자란 것과 7~8cm 정도 자란 것.


꽃봉오리를 식용으로 쓰는 브로콜리의 원형은 지중해 연안, 특히 터키를 중심으로 하는 지중해 동부지방에서 수천 년 전부터 재배해왔던 케일이다. 이 케일형 식물을 기원으로 하여 브로콜리형, 콜리플라워형, 양배추형, 방울다다기양배추형, 콜라비형으로 분화되어 온 것으로 보고 있는 것. 우리가 영어명 그대로 부르고 있는 브로콜리(Broccoli)란 이름은 라틴어의 '가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곧 여러 개의 '가지(branch)'가 모여 큰 꽃송이가 된다는 의미로 쓰인 것 같다. 17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와의 구별은 없었다고 하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브로콜리는 잎겨드랑이에서도 식용 가능한 작은 꽃봉오리가 자라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비교적 최근인 1970년대 말에 도입되어 시험재배 되다가 1980년대 초부터 일반농가에서 재배하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와서다. '농림부' 자료를 보면 1995년에 브로콜리 생산량은 겨우 160톤 정도였는데 2005년에는 25,483톤으로 급증한다(농림부, "채소생산실적", 2012). 10년 사이에 160배나 늘어난 것이다. 웰빙 바람에 따른 기능성 채소의 인기에 편승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브로콜리 재배는 기후 특성상 주로 가을재배나 월동재배를 한다. 앞에서 인용한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거의 대부분 제주도(71.6%)와 강원도(15.2%)에서 행해지고 있다. 강원도는 고랭지를 이용한 여름, 가을 재배가 주를 이루고 제주도는 월동재배가 주를 이룬다. 양배추 종류는 비교적 내한성이 강한 편인데 화초용 꽃양배추(Collared Kale) 같이 더러 영하 10℃ 정도까지 견디는 것도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양배추 종류와 마찬가지로 브로콜리의 내한성은 영하 3℃ 정도로 본다.



▲ 8월 중순에 파종한 브로콜리와 방울다다기양배추(왼쪽)

▲ 8월 중순에 파종한 브로콜리와 양배추(왼쪽).


브로콜리의 내한성 기준온도를 영하 3℃로 본다면 제주도나 남부 해안가 일부 지방 외에는 노지 재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면 이보다 낮은 온도에 잠깐 노출되어도 식용으로 사용하는 데는 크게 문제될 게 없는 것 같다. 작년의 경우 이 지역은 영하 6~7℃ 정도까지 내려간 적이 한두 번 있었는데도 1,2월에 수확한 브로콜리 잎겨드랑이에서 작은 꽃봉오리가 피어났었다. 그래서 올해는 의도된 목적을 가지고 파종 시기를 순차적으로 나눈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 텃밭에서 자라는 브로콜리 모습이다.


브로콜리는 줄기의 끝부분에 꽃봉오리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계속 잎이 자라다가 꽃봉오리가 형성된 이후에는 더 이상 잎줄기가 생겨나지 않는다. 만생종의 경우 일장 조건에 따라 편차가 있긴 하지만 대개 본잎이 15매 전후일 때 꽃봉오리가 생겨난다. 꽃봉오리가 형성된 이후에는 더 이상 새로운 영양공급원으로서의 잎(광합성을 하는)이 자라지 않는 까닭에 다른 방법, 예컨대 뿌리를 통한 영양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보통 브로콜리는 옮겨 심은 뒤 30일이면 꽃봉오리가 생기고 꽃봉오리가 생긴 뒤 30일이면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건 여름에 적기 파종할 경우에 해당하고 가을에 파종할 경우는 영양 상태나 일장 조건에 따라 150일 정도 걸릴 수도 있다. 아무래도 온도가 낮고 햇볕이 부족한 늦가을부터는 더디게 생장하기 때문에 저온에 감응하여 꽃봉오리가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한꺼번에 피지 않고 조금씩 생장하기 때문이다.



▲ 9월 중순에 파종하여 10월 중순에 옮겨 심은 양배추 종류들. 내년 2월 말~3월 초 수확이 목표다.


브로콜리를 먹는 방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잎이나 줄기를 이용하여 스프를 만들어 먹는 방법도 보편화된 모양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오로지 꽃봉오리만 생으로 먹거나 살짝 데쳐서 먹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브로콜리는 녹황색 채소 중에서도 영양가가 대단히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칼슘, 철분, 비타민A(카로틴), 비타민 B₁, B₂ 및 비타민 C의 함량이 다른 채소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한다. 미국의 어느 기관에서 행한 채소의 영양 평가에서 브로콜리는 16개 채소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시금치, 3위는 방울다다기 양배추였다고 한다. 또한 브로콜리는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설포라판(Sulforaphane)이라는 항산화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항암채소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모든 게 좋을 수만은 없다. 꽃봉오리를 식용하는 작물이기에 수확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해 주어야 하는 까닭에 상업적인 재배 농가에서는 다량의 비료와 농약에 의존하게 된다. 꽃봉오리가 형성된 이후에는 새잎이 나지 않기 때문에 광합성에 의한 자체 영양공급이 다른 작물보다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브로콜리의 꽃봉오리는 7만 개 이상의 꽃눈으로 이루어져 있어 꽃송이의 밀도가 촘촘하다. 그만큼 꽃눈 형성기에 묻은 농약이 꽃송이 속에 잔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월동재배의 경우는 농약을 치는 횟수가 적은데 무더운 기온에서 자라는 여름재배나 가을재배 브로콜리는 다른 작물에 비해 잔류농약 여부에 신경 쓰고 먹어야 한다. 믿을 수 있는 자연재배 유기농 상품이 아니라면 약간의 영양분 손실이 있을지라도 생으로 먹기보다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먹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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