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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유기농업에서의 바닷물 활용 문제

by 내오랜꿈 2015.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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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농작물 재배에서 바닷물 활용에 대한 연구 및 실험이 활발하게 진행된 건 그리 오래지 않다. 농촌진흥청에서 원예작물의 바닷물 안전사용기준을 처음 마련하여 배포한 건 불과 5년 전인 2010년이다. 그것도 처음에는 오이, 딸기, 상추, 잎들깨, 고추, 토마토, 파프리카, 마늘, 양파, 감자, 고구마, 밀, 보리 등 13개 작물 뿐이었다. 그 이후 2011년에 배추, 무, 시금치, 파, 취나물, 콩, 수박, 멜론, 참외, 호박, 포도, 감귤, 벼 등을 추가하여 "바닷물의 농업적 활용 매뉴얼"(이하 "매뉴얼")이란 이름으로 배포하기에 이른다.


이 "매뉴얼"에 따르면 각 작물마다 적절한 바닷물 안전사용 희석비율이 다른데 마늘, 양파, 고구마 등은 바닷물 원액을 살포해도 괜찮을 정도로 염분에 강하고 오이나 포도 등은 100배 희석해서 살포해야 할 정도로 약하다. 희석농도를 지키지 않고 사용하면 잎이 황백화되고 말라 죽는 피해가 있을 수 있기에 각 작물별로 정해진 희석농도를 반드시 지키라고 권고한다.


"매뉴얼"에서 말하는 작물 재배에서의 바닷물 활용 효과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모든 작물에서 잎의 크기가 커지고 줄기가 튼튼해지는 등 생육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 둘째, 특정 작물의 병해충을 억제하는 효과. 예컨대 고추의 경우 흰가루병의 발병을 88% 정도 감소시키고 파의 경우는 파굴파리 및 파밤나방의 피해를 73% 정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매뉴얼", p.34 및 p.71). 셋째, 잡초의 발아를 억제하는 효과.



<작물별 바닷물의 안전사용농도 기준>



출처: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친환경농산물 생산을 위한 바닷물의 농업적 활용 매뉴얼", p.27


이런 효과들은 다년간의 농진청 실험 포장(圃場)에서의 실험 및 농가 실증을 거쳐서 나온 결과라고 하는데 각 작물별로 처리방법, 사용효과, 주의사항을 간략하게 요약하여 서술하고 있다. 그런 다음 "매뉴얼"의 마지막 장에서 일본에서의 해수농법이나 천일염 활용 사례를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바닷물의 농업적 활용이란 게 사실 바닷물을 직접 끌어와 사용할 수 있는 지역 말고는 광범위하게 적용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반면 천일염은 생각만 있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어느 지역에서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천일염 활용 사례가 보통의 농가들에게는 훨씬 더 도움될 수 있을 것이다.


바닷물을 작물 재배에 이용할 경우 많은 사람들이 토양의 염류집적에 따른 피해를 우려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집중호우에 따른 강우 등에 의해 바닷물이 희석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사실 염류집적에 따른 피해는 노지재배보다는 하우스 등 시설재배지에서 반복되는 과도한 시비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지재배에서 바닷물을 희석해서 엽면 시비하는 경우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바닷물 활용은 유기농업을 지향하는 입장에서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의 경우는 지난 2013년부터 몇몇 작물에 부분적으로 바닷물을 활용하고 있다. 주로 고추 같은 가지과 작물이나 배추과 작물 그리고 마늘, 양파 등이다. "매뉴얼"에 따르면 배추는 희석 비율이 10배, 가지과 작물의 경우 고추는 20배 파프리카나 토마토는 10배까지 가능하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는 거의 20배 비율로 희석하여 엽면 시비한다. 마늘, 양파의 경우는 바닷물 원액도 괜찮다고 하는데 나는 3~5배 정도 희석하여 엽면 시비한다.


이러한 바닷물 시비에 따른 효과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란 곤란하다. 농진청처럼 실험 포장에서 비교 실험한 것도 아니기에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지난 3년 동안 배추과 작물의 잎벌레 피해가 현저하게 줄어들긴 하였지만 이게 꼭 바닷물 시비 효과인지는 불확실하다. 그 기간 동안 땅도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을 테니 어느 게 더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는 일. 다만 한 가지 명확한 것은 텃밭에서 잡초가 확 줄었다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바닷물 시비를 계속하는 텃밭에서 일부러 풀을 제거하는 노동을 한 적이 없다. 다른 일 하면서 오며 가며 눈에 보이는 걸 뽑아낸 적은 있지만. 물론 이것도 유기물 멀칭이 두껍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어 100% 바닷물 시비 효과라고 말하긴 곤란하다. 그렇지만 "매뉴얼"에서 바닷물이 잡초 제어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하는 걸 볼 때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음은 분명한 것 같다.


내년부터는 작물 재배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바닷물 시비를 좀 더 늘려볼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성숙한 이후에 시비하는 정도였다. 작물 잔사를 되돌려주거나 음식물 찌꺼기 이외에는 다른 투입이 거의 없는 내 텃밭에서 바닷물 활용에 따른 작물 생육 실험은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국립농업과학원의 자료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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