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여유/먹거리

이룰 수 없는 꿈들을 모아 만든 먹거리들

by 내오랜꿈 2015. 11. 5.
728x90
반응형


내가 사는 지역에서 올가을 들어 가장 낮았던 날의 최저기온은 섭씨 6.5℃. 오늘 최저기온은 14℃. 10℃ 이하로 내려간 날이 3일 정도다. 서리는 아직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다. 이러니 텃밭의 고추와 토마토, 가지가 생장을 멈출 생각을 않는다.




고추는 한 포기도 제거하지 못 했고 토마토는 대부분 제거하고 5포기가 남아 있는데 아직도 생생하다. 고추 생장점을 잘라 묵나물도 만들고 푸른 고추와 토마토를 따 초절임도 한두 번 만들었는데도 기어이 새순을 내고 꽃을 피운다. 지금 피어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부질없는 꿈들. 이 꿈들을 모아 이런저런 먹거리를 만든다.




▲ 토마토 초절임


10월 말, 토마토 줄기를 제거할 때 달려 있던 조금 덜 익은 토마토를 버리기 아까워 초절임을 만들었다. 맛이 없거나 형태가 뭉개지면 버리는 셈 치자는 생각으로 만든 것인데 완전 '대박'이다. 토마토를 잘라 초절임 했는데도 식감이 이렇게 아삭아삭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형태도 그대로 보존된다. 앞으로는 절대 토마토 버리지 말자는 다짐을 하게 만든 시도였다. 스파게티나 비빔국수 먹을 때 같이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더불어 훌륭한 막걸리 안주이기도 하고.



▲ 오이고추 초절임


고추 묵나물을 만들면서 딴 고추 중에 오이고추를 잘라 초절임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수확한 오이도 몇 개 썰어 넣고. 오이고추가 막바지에 다다르다 보니 여름보다는 약간 매운 맛이 가미되었다. 이걸 초절임으로 만드니 매운 맛은 중화되고 아삭한 식감은 그대로다.



▲ 고추 쪄서 말리기


오이고추는 식감이 아삭하기에 초절임으로 만들고 일반 고추는 반으로 잘라 밀가루를 입힌 뒤 찐 다음 말린다. 원래는 고추 부각을 만들 때 거치는 과정의 하나인데 우리는 그냥 말린 상태로 보관하다가 간장조림 같은 반찬으로 만들어 먹는다.



▲ 고추 젓갈장아찌


오이고추를 10포기 심었는데 수시로 따 먹고 집에 오는 사람들한테 따 주고 해도 돌아서면 주렁주렁 매달린다. 건조기가 있다면 붉게 익을 때까지 두었다 말려도 되겠지만 자연상태에서 오이고추 말린다는 건 그야말로 '부지하세월'이다. 그래서 고추젓갈장아찌를 만들었다. 어릴 적 내 고향에서는 늦은 가을 고추를 정리할 때 푸른 고추를 손질한 뒤 멸치 젓갈에 넣어 오랜 시간 묵힌 다음 이듬해 봄부터 갖은 양념을 더해 밑반찬으로 먹었다. 젓갈에 넣기 때문에 상당히 짠 편인데 먹을 게 없던 시절에는 훌륭한 밥반찬으로 활용되었지만 요즘은 잘 담궈 먹지 않는다. 무 짠지가 사라진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먹을 게 넘쳐나는 시절이다 보니...


그 시절에는 오이고추를 심지 않았기에 일반 고추로 담을 수밖에 없으니 오래두어야 식감이 부드러워졌겠지만 오이고추로 담는다면 한두 달 만에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수분도 일반고추보다는 많이 나올 터이니 젓갈 양만 잘 조절한다면 짜지 않게 담을 수 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건 담근 지 보름 정도 된 것인데 두어 주 더 삭히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저런 먹거리들을 만드는 것과 더불어 오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붉은 고추를 땄다. 열흘 전에 딴 고추를 아직도 말리고 있으니 더 따봐야 자연상태에서 말린다는 건 쉽지 않다. 문제는 이 고추들이 아직 자신의 생명을 멈출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 적당한 때 스스로 거둬들이는 것도 괜찮은데 얘네들은 너무나 굳건하다. 서리 맞혀서 줄기에 매달린 상태로 말리는 방안도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728x90
반응형

'삶의 여유 > 먹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멸치 젓갈 거르기  (0) 2015.11.27
굴의 계절  (0) 2015.11.15
고추 순지르기 그리고 고춧잎 묵나물 만들기  (0) 2015.10.12
밤 껍질을 까면서...  (0) 2015.10.06
효소액 거르기  (0) 201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