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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효소액 거르기

by 내오랜꿈 2015.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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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담궜던 발효 효소액을 걸러야 할 때가 지났다. 솔순, 칡순, 오디순은 5월 중순에 담궜고, 매실은 6월 하순에 담궜다. 어떤 재료든지 보통은 담근 지 100일 정도면 일차로 걸러 내 2차 숙성에 들어가는데 매실과 한꺼번에 걸러 낼 요량으로 미루어 뒀던 것.



솔순 효소

오디순 효소

칡순 효소

매실 효소


거의 해마다 담는 매실 효소를 제외하고는 이것저것 번갈아가며 담는 편이다. 작년에는 민들레, 엉겅퀴, 달맞이, 쑥, 곰보배추, 냉이 등 수십 가지의 산야초를 섞어 소위 '백야초' 효소를 담궜다. 올해는 그 자리를 칡순, 오디순, 솔순이 대신했다. 아마도 10월 말쯤 고추를 정리하면서 고추 효소를 담으면 올 한해 효소 담그기도 끝날 것 같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주말, 아침 일찍부터 효소액 거르기에 돌입. 양이 제법 되는지라 거의 하룻일에 가깝다. 지인이 매실과 설탕을 사 주며 부탁한 것도 있기에 걸러낸 뒤 1.8L 페트병에 담으니 60여 개나 된다. 나의 경우 어떤 재료든지 흰설탕으로 담그니까 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효소액의 색깔이 선연하게 드러난다. 심지어 사진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매실 효소액의 경우 음료용으로 담근 것과 요리용으로 담근 것도 미세하나마 색깔의 차이가 느껴진다. 음료용으로 담근 건 완전히 익은 황매에 매실 무게 대비 65% 정도의 설탕을 넣었고 요리용은 적당히 익은 황매에 매실 무게 대비 80% 정도의 설탕을 넣은 것이다(이러한 설탕 농도의 차이가 궁금하시면 매실 효소액 담기, 매실의 독성(?) 그리고 설탕 비율 참조).




걸러 낸 효소액을 정리하니 창고 선반에 갖가지 발효 효소액이 가득하다. 십여 가지가 넘는데 음료로 마시거나 요리에 넣어 먹기도 하지만 소주에 희석해서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소주에 희석해서 마시는 건 순전히 효소액의 향을 느끼는 것 뿐이다. 단순한 향이 아니라 원재료에 들어 있는 다른 성분을 경험하려면 알콜로 추출해 내어야 한다. 사실 우리가 갖가지 재료에서 추출한 효소액이란 게 따지고 보면 식물체를 구성하는 여러 단백질 성분 가운데 물에 녹아 우러나오는 것을 지칭할 뿐이다. 만약 그 성분이 수용성이 아니라면 설탕 가지고는 천 날 만 날 우러내 봐야 그 성분은 효소액에 녹아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효소액을 걸러낸 건지에 소주를 부어 우러낸 담금주에는 어쩌면 설탕으로 인해 물에 우러난 효소액보다 원재료의 다른 성분이 더 많이 추출될 수도 있다. 물(=설탕)에는 녹지 않고 알코올에만 녹는 무기 성분도 많으니까. 이것이 효소액 걸러낸 건지를 버리지 말고 알코올에 다시 한 번 우려내어야 하는 뚜렷한 이유다. 물론 술꾼들의 자기 합리화라는 요소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만약 술을 싫어하거나 못 마시는 경우에도 그냥 건지를 버리기보다는 바닷물 등에 우려내어 액비로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어쨌거나 담금주용 소주가 아주 많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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