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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김장무 자라는 속도 차이

by 내오랜꿈 2015.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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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무 파종한 지 65일이 지났다. 5일 간격으로 2차, 3차 파종한 것도 있으니 자라는 속도는 제각각이다. 해마다 별다른 거름도 주지 않고 키우는지라 크기나 굵기가 늘 고만고만했다. 그런데 올해는 무가 미쳤는지 세상모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다.




작년까지는 파종 뒤 수확까지 3개월 가까이 키워도 무게가 평균 1kg 정도 될까 말까 할 정도의 크기였다. 배추나 무를 크고 굵게 키우는 걸 생각하지 않기에 거름은 물론 물도 잘 주지 않는 까닭이다. 퇴비 넣고 물 줘서 2kg, 3kg 나가게 키운 것보다는 자연 상태에서 자란 1kg 짜리가 무 본연의 영양 성분을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영양분을 찾아 중심 뿌리가 땅속 150cm까지 파고든 무와 넘치는 영양분을 받아먹느라 땅속 50cm도 들어가지 않은 무 가운데 어느 게 더 우리 몸에 좋을까?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동물과 야생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온갖 생존전략과 방어기제를 만들어내야 하는 동물을 생각하면 답은 명확하다. 식물도 동물과 마찬가지다. 스스로 생각하고 길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과 주는 것만 받아 먹고 있는 것의 차이.



▲ 파종 65일차 무

▲ 파종 55일차 무. 파종 열흘 차이가 이렇게 클 수 있을까?


따라서 내 텃밭에서 배추나 무를 키우면서 인위적으로 퇴비나 물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죽으면 안 되기에 파종 초기에는 상태를 보아가며 줄 수도 있지만 올해는 무의 경우 발아 전후에 물을 준 뒤로는 따로 물을 준 적이 없다. 그런데도 무한정 덩치를 키우고 있다. 아직 뽑진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얼핏 보아 무게가 2~3kg씩은 나갈 것 같다. 수확 적기가 파종 후 70~80일이란 걸 감안하면 아직 보름 이상은 더 자라야 하는데 벌써 2kg 넘게 컸다면 이건 무엇인가 내가 모르는 다른 요인이 개입했다는 뜻이다. 무엇일까? 이뿐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바로 옆 이랑에서 자라는 무는 그냥 고만고만하다. 작년이나 마찬가지다. 파종을 열흘 늦게 했을 뿐인데 자라는 속도는 천양지차다.


예년과 다른 게 있다면 두 가지다. 첫째, 무 품종이 다르다는 것. 작년과는 달리 '청화무'란 품종을 처음 재배한다. 해마다 재배하던 품종은 '진주대평무'라는 품종이었는데 씨앗 봉투를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한참을 찾다가 급하게 구입해서 심은 품종이다. 하지만 이 품종이 다른 품종보다 특별히 크게 자란다는 설명은 없다. 두 번째는 무청을 솎아 주었다는 것이다. 예년에도 무청을 적당히 솎아 주기는 했지만 올해는 무청이 밑으로 쳐지는 건 전부 잘라 주었다. 공기도 잘 통하고 광합성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게 과연 무 크기를 이렇게나 차이나게 만들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이 두 가지 이유 역시 옆 이랑에서 자라는 열흘 늦게 파종한 무 앞에서는 모두 무너진다. 똑같은 품종이고 무청 역시 같이 솎아주기 때문이다.




농사 짓다 보면 모를 일에 부닥칠 때가 많다. 매 상황마다 답을 찾으려 들면 피곤해지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걸 그냥 넘어갈 수는 없으니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늘 고민하게 된다. 올해 김장무가 이렇게 굵어진 원인을 명확하게 찾으려면 내년에 서로 다른 품종을 가지고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는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 이게 쉬운가? 기후조건도 올해와 같지 않을 뿐더러 별 실익도 없는 걸 가지고 1년이란 시간을 들여 답을 찾기에는 너무 소박한 의문이기에. 그냥 땅이 좋아졌다거나 1차 파종한 시기가 내 텃밭에는 김장무 파종 적기라고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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