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남쪽 지방이라 하더라도 겨울철 기온은 지역에 따라 상당히 편차가 심하다. 바닷가를 끼고 있는 지역은 최저기온이 높고 낮기온은 낮다. 산을 끼고 있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최저기온이 낮고 낮 기온은 높은 편이다. 심한 날은 최저기온의 경우 7~8도까지 차이 난다. 특히 지리산이나 백운산 자락에 위치한 지역의 최저기온은 웬만한 중부지방의 그것 못지않다. 그래서 양파나 한지형 마늘 파종시기 잡기가 쉽지 않다. 특히 양파는 모종을 옮겨 심은 뒤 뿌리가 완전히 활착하기까지 3~4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작물이다. 그래서 원예작물학 교과서에는 그 지역의 일평균기온이 15℃ 정도일 때 양파 모종을 옮겨 심으라고 권한다. 이론적으로 양파의 뿌리가 생육할 수 있는 최저기온은 4~5℃ 정도까지인데 일평균기온이 15℃에서 4℃로 내려가는데 걸리는 기간이 보통 25일 전후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은 가을비치고는 제법 많은 양이 예고되어 있었다. 11월 초순에 3일 동안 비가 오는 일도 흔치 않은 일. 서둘러 한지형 마늘과 양파 모종 심을 준비를 했다. 미리 쪽을 나누어 둔 씨마늘을 매실발효효소 희석액에 하룻밤 침지한 뒤 건져내어 말리고 양파 모종도 크기별로 선별해 둔다. 준비하고 보니 제법 많은 양인지라 하룻동안 다 심을 수 있을까 염려하며 시작한 일. 파종 이랑을 미리 만들어 둔지라 멀칭을 걷어낸 뒤 파종골을 타고 바로 옮겨 심기 시작한다.
양파 모종을 줄기의 굵기에 따라 3개의 군으로 나누어 심었다. 줄기 굵기가 6~7mm 정도로 자란 모종과 4~5mm 정도인 모종, 이보다 작은 모종들로. 이론적으론 줄기의 굵기가 7mm 전후의 모종이 가장 좋다고 한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줄기 굵기가 6~8mm 전후의 모종을 심으면 수량지수가 가장 높게 나오는데 반해 줄기가 굵을수록 추대율도 조금씩 높아진다. 하지만 나는 줄기의 굵기가 5mm 전후인 모종을 선호한다. 내 경험으로 보자면 따뜻한 지역의 경우 한겨울에도 양파는 어느 정도 생육하기에 큰 모종을 심으면 추대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곳처럼 따뜻한 지역에서 7mm 정도로 자란 모종은 너무 굵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양파나 마늘 모두 줄 사이는 17~18cm, 포기 간격은 12~15cm 정도로 심는다. 별다른 거름을 하지 않고 심는 걸 감안하면 약간 좁은 느낌도 있지만 양파 구를 10cm 넘게 키울 것도 아니기에 이 정도가 적당한 간격인 것 같다. 예년에 비해서 한지형 마늘은 상당히 일찍 심는 편이다. 작년의 경우는 11월 20일, 재작년의 경우는 12월 2일에 심었으니 올해는 너무 이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11월 20일 전후에 2차로 파종해서 생육 과정이나 수확시 마늘통의 크기를 비교해 볼 예정이다.
아침부터 시작해서 마늘 2,300여 개, 양파 1,700여 포기를 혼자서 심고 나니 오후 5시 가까이 된다. 빗방울이 한두 방울 내리기까지 한다. 시간이 남으면 풀 정리도 좀 할까 싶어 낫도 갈아서 준비해 갔건만 낫자루 한 번 만져보지 못 했다. 어두워지기 전에 다 심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 같다.
늦가을의 하루 해는 생각보다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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