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껍질 터지는 소리

한글날, 아침부터 바쁘다. 무도 마지막으로 솎아 주어야 하고 고추도 따야 하고 도토리 껍질도 까야 한다.

▲ 김장무 솎아서 만든 물김치

9월 초, 3차로 파종한 김장무를 솎아 내니 한 바구니 가득이다. 솎아 낸 무를 다듬으며 마늘을 가져다 달라 어쩌라 하더니 몇 시간 만에 물김치 한 통을 만드는 옆지기. 국물이 거의 없는 여수식 갓물김치 담는 방식이다.

▲ 말리기 전에 삭히고 있는 고추. 청양고추 꽈리고추도 섞여 있다.

그 사이 나는 붉은 고추를 한 박스 따 씻어 손질한 다음 실내에서 삭힐 준비를 마친다. 내일은 흐리고 비가 올지도 모른다고 하니 한 이틀 거실에서 시들게 내버려 둔 다음 햇볕에 말릴 계획이다.

▲ 비빔밤에 들어갈 나물. 콩나물, 솎은 당근으로 만든 나물, 고춧잎 묵나물, 가지나물.

점심은 간단하게 비빔밤으로. 콩나물에, 솎아 낸 당근을 데쳐서 무치고, 불려 놓은 고춧잎 묵나물도 무치고, 가지도 썰어 무치니 한 끼 비빔밥 밑재료로 충분하다. 막걸리 한 잔은 덤이다.

▲ 말리고 있는 도토리. 껍질이 터지고 있다.

부른 배를 만지며 마당을 쳐다 보니 모처럼 햇볕이 화창하다. 마당에서는 도토리 껍질 갈라지는 소리가 합창을 한다.

따닥 타닥 딱딱... 

진짜 소리가 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도토리 안 말려 본 사람이다. 근데 저걸 언제 다 깐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