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군립중앙도서관 열람실. 한적하고 고요하다. 온다던 태풍은 어디로 갔는지 바깥 날씨마저 장마철 답지 않게 명징하다.
이 깨끗하고 맑은 아침에 텅 빈 도서관에서 명징하지 못한 머리로 법조문을 외우고 있다. 예컨대 이런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
1. 농수산물품질관리법상 "유해물질"이란 무엇인가?
2. 농수산물품질관리심의회의 심의 사항을 5가지 이상 쓰시오.
단답형도 아니고 도대체 이걸 어떻게 외워서 쓰란 말인가? 참고로 2번 문제를 맞추기 위해 적어야 하는 5가지는 이런 것이다.
1)표준규격 및 물류표준화에 관한 사항,
2)농산물우수관리 및 이력추적관리에 관한 사항,
3)지리적 표시에 관한 사항,
4)유전자변형농수산물의 표시에 관한 사항,
5)농수산물(축산물은 제외한다)의 안전성 조사 및 그 결과에 대한 조치 사항 등등.
알아야 할 기관이나 조직이 농수산물품질관리심의회 하나 뿐이면 뭐 그럴 수 있다지만 이런 기관이나 조직이 수십 개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법조문을 외우고 난 다음 등급 판정 실무에 들어가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Q. 참외의 결점과를 "특, 상, 보통"으로 나누어 서술하시오.
A. 특 : 중결점과 - 없는 것, 경결점과 - 3% 이하인 것
상 : 중결점과 - 없는 것, 경결점과 - 5% 이하인 것
보통 : 중결점과 - 5% 이하인 것, 경결점과-20% 이하인 것
예컨대 이 규정을 알고 있어야 참외의 품질등급을 매길 수 있으니 등급규격 기준을 서술하란 말이다. 원예작물이나 화훼류 등 모두 25개 품목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당연히 각 작물마다 결점과의 퍼센티지는 다 다를 뿐더러 중결점과는 어떤 것이고 경결점과는 어떤 것이란 걸 또 외워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답이 없는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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